판소리와 재즈, 굿이 만나 여름밤에 꽃 피우다
재즈와 판소리 등이 융합한 음악극이 '2023 여우락 페스티벌'을 장식한다.

7월 1~2일 공연하는 '종이 꽃밭: 두할망본풀이'는 제주도 무속신화 '생불할망본풀이'를 판소리와 재즈, 동해안별신굿의 지화로 표현한 1인 판소리 음악극이다.

판소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창작자 박인혜가 극본·연출·작창·배우를 맡았다. 고(故) 김석출·고 김용택·고 김정희로부터 동해안 별신굿의 무악과 지화를 전수받은 정연락이 지화 작가로 참여했다. 음악감독으로 음악그룹 나무의 대표이자, 라벤타나의 멤버로 활동 중인 최인환이 함께 한다.

제주도 무속신화 ‘생불할망본풀이’는 아기를 점지하고 돌보는 생불신의 내력담이다. ‘생불’은 불(인간)을 생기게 한다는 의미고, ‘할망’은 여신을 뜻한다. ‘동해용왕따님아기씨’와 ‘명진국따님아기씨’가 생불할망이 되기 위해 경쟁하는 이야기, 생불할망이 된 이후 마마신인 대별상신과 대립하는 이야기로 구성돼있다.

이 공연은 두 아기씨가 생불신 자리를 두고 꽃 피우기 경쟁을 벌이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내기 결과 명진국따님아기씨가 생불신에 선발되나, 동해용왕따님아기씨와 타협을 통해 공존의 지혜를 보여주는 부분에 주목해 사랑과 연대에 관한 이야기로 각색했다. 두 아기씨는 삶의 곳곳에서 위기를 맞지만 포기하지 않으며, 기존 질서를 허물고 새로운 세상으로 함께 나아가길 선택한다.

박인혜는 “나와 남을 향한 미움이 만연한 세상에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인 ‘생명’과 ‘사랑’에 대해 돌아보고자 했다”라며 연출 의도를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동해안별신굿 및 오구굿에서 쓰이는 전통 지화와 지화 작가 정연락이 새롭게 창작한 지화가 무대 곳곳을 장식한다. 두 주인공이 가진 소박하고 솔직한 모습을 부각하고자 전반부에는 흰색 꽃을 사용하며, 후반부에는 붉은 꽃을 중심으로 무대를 꾸민다.

전통 소리를 중심으로 베이스·아코디언 등의 서양 악기와 전통 타악기가 어우러지며 신화의 환상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지화 밭에 꽃 피우는 생명과 사랑의 이야기를 더욱 섬세하게 전할 예정이다.

6월 30일부터 7월 22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하늘극장·문화광장에서 열리는 '2023 여우락 페스티벌'은 국립극장 대표 여름 음악 축제다. 전통음악과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경계 없이 어우러지며 과감한 실험과 도전을 하는 장이다. 올해는 대금 연주자 겸 프로듀서 이아람이 예술감독을, 타악 연주자 황민왕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축제하는 인간'을 주제로 12편의 공연을 선보인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