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5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5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야당의 고성 항의에 부딪혔다. 김 대표가 호통을 치듯 50여분간 전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맹비판을 이어가면서다.

이날 김 대표는 연단에 올라 전날 이 대표의 연설을 비판하는 것으로 자신의 연설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이 대표의 여러 말씀은 안타깝게도 동의하기 힘든 장황한 궤변이었다"며 "사법 리스크, 돈 봉투 비리, 남 탓 전문, 말로만 특권 포기, '사돈 남 말' 정당 대표로서 하실 말씀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전임 정부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도 제기했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공수처, 검수완박, 엉터리 선거법 처리와 같은 정쟁에 빠져서 조국 같은 인물이나 감싸고 돌던 반쪽짜리 대통령"이라고 힐난했다. 이 대표를 향해서도 "야당 대표라는 분께서 중국 대사 앞에서 조아리고 훈계 듣고 오나. 이게 외교인가. 굴종적인 사대주의다"라고 소리쳤다.

김 대표의 야당 비판이 시작되자 야당 의원들은 반발하며 "퇴진하세요", "연설을 하세요", "여당 대표 연설 맞습니까", "남 탓하지 마세요" 등 항의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 역시 "창피한 줄 아세요", "조용히 하세요", "시끄러워요" 등 목소리를 높이며 맞섰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5차 본회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5차 본회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땅 파세요"라고 발언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연설 중인 김 대표를 향해 "땅 파세요"라고 외쳐 한때 본회의장이 술렁이기도 했다. 정 의원 옆에 앉은 이 대표가 조용히 미소 짓는 모습도 함께 포착됐다. 김 대표의 연설이 끝날 때까지 야당 의원들은 항의와 야유를, 여당 의원들은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내내 연출됐다.

연설을 마친 김 대표는 목이 쉰 상태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야당 의원들의 야유가 컸다'는 말에 "민주당 아픈 데를 콕 찔러서 많이 아플 것"이라고 봤다. 또 "저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말씀드렸다"며 "반면교사로 삼고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말했다"고 부연했다.

반면 이 대표는 "김 대표께서 여당 대표인지 야당 대표인지 잘 구별이 안 됐다"며 "여당으로서 이 나라를 어떻게 책임질지보다는 남 탓, 전 정부 탓, 야당 발목을 잡고 야당 비난하는 데 주력하는지 이해가 잘 안됐다. 협치 의지, 공감 능력, 책임 의식을 찾을 수 없는 내로남불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