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까지 해준다고?"…5성급 호텔의 '상상초월' 서비스 [이미경의 인사이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택시 예약부터 비즈니스 요청까지
컨시어지 중의 컨시어지 '골든키'
국내 29명뿐…호텔업계의 '고시'
컨시어지 중의 컨시어지 '골든키'
국내 29명뿐…호텔업계의 '고시'
택시 예약해주기, 신규 거래처 알아보기, 함께 테니스 치기….어느 기업 비서의 업무가 아니다. 5성급 호텔에서 제공하는 컨시어지의 업무 가운데 일부다. 통상 호텔 컨시어지 서비스하면 캐리어를 옮겨주거나 우산을 빌려주는 정도의 서비스를 생각하지만 고급 컨시어지 서비스는 남다르다.
고급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리어들에게만 제공하는 별도의 배지가 있다. 바로 '골든키'다. 영단어의 의미 그대로 '황금열쇠'를 뜻한 골든키 배지는 1929년 설립된 세계컨시어지협회가 인정한 베테랑 컨시어지들에게만 주어진다. 이달 기준 우리나라의 골든키 컨시어지는 29명뿐이다.
골든키 컨시어지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말 골든키 컨시어지로 선정된 정용철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매니저는 투숙객의 비즈니스 업무를 지원한 경험이 있다. 올해 초 아랍에미레이트에서 방문한 한 투숙객이 한국에서 커피 캔을 밀봉하는 기계 구매를 알아봐 줄 것을 요청했다.
정 매니저는 기계를 생산·판매하는 업체와 직접 연락해 견적서와 계약서를 투숙객에게 전달했다. 정 매니저는 "컨시어지 서비스 중에서도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프리미엄 고객일수록 고난도의 서비스를 요청하는 경우들이 많다"고 말했다.
맞춤 서비스를 위해 개인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도 있다. 함지환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매니저는 아마추어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투숙객을 위해 테니스 연습 파트너로 나선 적이 있다. 함 매니저는 "(투숙객이) 레슨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프로를 원하진 않는다고 하더라"며 "내 시간을 내서 서비스를 제공할 정도로 고급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제공하는 서비스의 난도가 높다 보니 골든키 컨시어지로 선정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골든키 컨시어지로 선정되려면 호텔 컨시어지부서에서 3년 이상, 객실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 경력이 있어야 한다. 식음료(F&B) 및 라운지 운영 부서 경력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소속 호텔 총지배인, 객실 부서장, 기존 골든키 컨시어지 3인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경력과 추천서는 '지원 요건'일뿐, 세계컨시어지협회가 실시한 필기·면접 시험을 통과해야 골든키 컨시어지로 거듭날 수 있다. 컨시어지들 사이에선 이 과정을 두고 '호텔업계의 고시'라고 칭한다. 골든키 배지를 단다고 해서 급여가 더 오르는 건 아니지만 명예가 뒤따르는 만큼 '컨시어지라면 도전해봐야 하는 영역'으로 꼽힌다.
호텔업계에선 국내 소득수준이 높아진 만큼 프리미엄 컨시어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1974년 563달러에 불과했던 국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94년 1만 달러에 진입했다. 2006년엔 1인당 GDP 2만 달러, 2017년엔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2237달러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