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정거래위원회가 호반건설의 오너 자녀 회사 부당 지원을 지적하며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 위반 관련 전속고발권을 쥔 공정위가 조사를 지체한 탓에 문제 기업들을 제대로 처벌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야당 내부에서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공정위가 호반건설과 2세 회사들의 위법행위를 조사하는데 3년 넘게 걸린 탓에 공소시효가 도과해버렸다"며 "호반은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로 생긴 분양이익이 1조3698억원에 달하는 것에 비해 과징금은 608억원으로 분양이익의 4.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표시광고법 등 소관 벌률 위반 행위에 대한 전속고발권을 쥐고 있다. 공정위가 고발을 진행하지 않으면 검찰과 경찰은 관련 수사에 나설 수 없다. 1996년 의무고발요청제 도입으로 검찰이나 감사원 등의 기관이 제한적으로 강제적 고발요청을 할 수 있지만, 매년 실시되는 사례는 한자릿수에 그친다.

김 의원은 국정감사와 입법을 통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수정하고, 과소 과징금이나 의결서 추후 배포 등의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정위가 늑장 조사로 공소시효를 넘겨버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공정한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가 오히려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지난 15일 호반건설과 계열사에 총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호반건설이 계열사들을 동원한 벌떼 입찰로 공공택지를 취득하고, 이를 김상열 회장의 두 아들 회사에 양도했다는 혐의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를 통해 통해 1조3698억원의 분야이익이 발생했다. 어울러 김 회장의 장남 김대헌은 계열사인 호반건설주택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성장시켰고, 호반건설과 합병하는 과정을 거쳐 호반건설 지분 55%를 확보했다는 판단이다.

한편 호반건설은 여권에서도 강한 질타를 받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은 "호반건설의 2019년~2021년도 벌떼입찰 건도 국토부가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며 "제도적 보완을 통해 벌떼 입찰을 원천 봉쇄하겠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