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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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기준금리를 열 달 만에 내렸다. ‘제로 코로나’ 해제 이후에도 경기 부진이 이어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상하이와 홍콩 증시가 하락하는 등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더 많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中, 경기 회복 더디자…기준금리도 내렸다

유동성 공급도 늘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일 1년 만기와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씩 인하했다. 일반적 대출 기준인 1년 만기 LPR은 연 3.55%, 주택담보대출 기준인 5년 만기는 연 4.5%로 내려갔다. LPR은 시중 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상 대출 금리 평균치지만 실제로는 인민은행이 각종 정책과 지침을 통해 결정한다.

인민은행이 LPR을 내린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작년에는 1년 만기를 1월과 8월 두 차례, 5년 만기는 1월, 5월, 8월 세 차례 내렸다. 이후에도 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동결을 유지했다. 미국이 물가 상승세를 꺾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리면서 중국 내 달러 유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5.0~5.25%로 중국보다 높다. 외국인은 지난 4월까지 1년 동안 중국 채권을 5956억위안(약 104조원)어치 순매도했다.

인민은행은 최근 정책금리를 잇달아 내리면서 LPR 인하를 예고했다. 지난 13일 단기 유동성 조절 수단인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금리를 연 1.9%로, 15일에는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연 2.65%로 각각 0.1포인트 낮췄다. 인민은행은 또 최근 1주일 동안 공개시장 운영을 통해 3070억위안(약 54조원)의 단기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했다.

인민은행이 그동안 주저해온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먼저 미국 중앙은행(Fed)이 14일 1년3개월 만에 금리를 동결하면서 양국 금리차 확대 부담이 다소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4~5월 두 달 연속 순매도에서 이달 들어 순매수로 전환했다.

내려가는 성장률 전망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이날 0.47% 내린 반면 선전성분지수는 0.28% 오르는 등 본토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홍콩 항셍지수는 2%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본토 부동산 기업들로 구성된 항셍내지(內地)부동산지수는 장 중 3.8%, 중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중심의 항셍테크지수는 2.7% 급락했다.

이는 LPR 인하 폭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선 부동산 경기와 관련이 높은 5년 만기 LPR을 0.15%포인트 이상 내릴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인민은행은 직전 두 번의 5년 만기 LPR 인하 당시 모두 0.15%포인트씩 내렸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5% 안팎’을 제시했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기대치는 내려가고 있다. 중국이 15일 부진한 5월 경제지표를 내놓은 이후 골드만삭스, 노무라홀딩스, 스탠다드차타드, 씨티그룹, JP모간, UBS 등이 일제히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했다. 이들의 예상 범위는 5.5~6.3%에서 5.1~5.7%로 내려갔다.

중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7.5%로 떨어졌다. 3대 수출 지역인 미국과 유럽연합(EU),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가운데 미국과 EU의 감소세가 6개월 이상 지속된 데다 그동안 증가세를 유지하던 아세안까지 줄어들면서 수출 다변화에 경고등이 켜졌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