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건의 압수물에서 얻은 사건 정보를 새로운 사건의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할 경우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해 증거 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수사관이 피고인의 혐의 사실과 무관한 정보가 뒤섞인 자료를 탐색하거나 출력한 행위는 위법하다”며 “이렇게 수집한 전자정보 등 2차적 증거는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하므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이같이 선고했다.

옛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는 방위산업 관련 무역업을 하는 B씨의 군사기밀 누설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2014년 6월 군 관련 자료가 담긴 컴퓨터, 휴대폰 등 정보저장 매체를 압수수색했다. 이후 B씨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15년 9월 유죄가 확정됐다.

기무사 수사관은 군 내부 실무자가 B씨에게 군사기밀을 누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016년 7월 서울중앙지검에 보관돼 있던 B씨의 압수물을 대출받았다. 수사관은 이 압수물 가운데 이메일 기록을 추출한 데 이어 검찰에 보관된 압수물 중 A씨의 범죄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영장을 집행했다. 이후 군 소형 헬기 관련 기밀을 B씨에게 누설한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1·2심 재판부는 “핵심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군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새로운 범죄 혐의의 수사를 위해 혐의 사실과 관련 없는 정보가 남아있는 복제본을 열람하는 것은 압수수색 영장으로 압수되지 않은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수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