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재정이 국가경쟁력 갉아먹어…인구쇼크·3대 개혁 부진도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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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경쟁력 27위→28위
경제성과 8계단 상승했지만
재정은 32위→40위로 추락
재정건전성 따진 정부효율성↓
저출산에 인프라 순위도 하락
기업여건은 53위로 '낙제점'
경제성과 8계단 상승했지만
재정은 32위→40위로 추락
재정건전성 따진 정부효율성↓
저출산에 인프라 순위도 하락
기업여건은 53위로 '낙제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20일 발표한 ‘2023년 국제경쟁력 평가’는 방만 재정이 국가경쟁력을 훼손하는 주범이 됐다는 걸 보여준다. 저출산·고령화와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개혁) 부진 등에 따른 기업 여건 악화도 경쟁력 저하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1위는 작년에 이어 덴마크였다. 이어 아일랜드, 스위스, 싱가포르, 네덜란드 순이었다. 아시아에선 싱가포르가 4위로 가장 높고 대만은 6위, 홍콩은 7위, 중국은 21위, 일본은 35위였다. 미국은 10위였다.
한국은 지난해 27위에서 올해 28위로 떨어졌다. 부분별로 보면 ‘경제 성과’는 지난해 22위에서 14위로 올라섰다. 2015년 기록한 이전 최고 순위(15위)를 넘어섰다. 세부적으로 보면 경상수지(6위→17위)와 무역수지(18위→54위) 악화로 국제무역 분야 순위가 30위에서 42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고용(6위→4위) 개선 등에 힘입어 국내 경제 분야 순위는 12위에서 11위로 올랐다.
반면 ‘정부 효율성’은 36위에서 38위로 후퇴했다. 재정 부문이 32위에서 40위로 8계단 떨어진 영향이 컸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8년과 비교하면 22위에서 40위로 18계단이나 폭락했다. 지난 정부는 임기 내내 확장 재정을 폈다. 임기 5년간 국가채무가 400조원 넘게 늘면서 1000조원을 넘었고, 2018년 35.9%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지난해 50%에 육박했다. 선진국에 비해선 아직 국가채무비율이 높은 건 아니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게 문제다. IMD 평가에서 재정 분야 점수가 급격히 나빠진 것도 이런 측면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올해 평가에서) 정부 효율성 순위의 하락을 가장 눈여겨보고 있다”며 “특히 2018년 이후 급속도로 재정이 악화된 것이 전반적인 국제경쟁력 악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인프라’ 순위는 16위로 작년과 같았다. 하지만 인구 증가율(50위→53위), 노인 부양 비율(6위→9위)이 하락하면서 ‘기본인프라’ 분야가 16위에서 23위로 떨어졌다. 올해는 아니지만 저출산·고령화 여파가 한국의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기업 효율성’은 올해 33위로 작년과 같았다. 생산성(36위→41위)과 금융(23위→36위)은 하락했지만 노동시장(42위→39위)과 경영관행(38위→35위)은 상승했다. 금융 분야 순위 하락은 주가지수 변화율(10위→60위), 기업 대출 용이성(39위→49위), 기업 부채의 경쟁력 제약 정도(44위→56위) 등 세부 지표 악화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긴축 과정에서 한국 증시가 급락하고 자금경색이 심화했다는 건 국내 금융시장이 그만큼 취약하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결국 재정 악화와 함께 저출산·고령화, 3대 개혁 부진에 따른 성장 잠재력 하락이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인구구조가 빠르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고용·교육·연금 등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경제의 전반적인 펀더멘털도 약화될 것”이라며 “국가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풀고 출산율 반등을 위한 정교한 정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부메랑 된 ‘방만 재정’
IMD는 매년 4대 분야(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와 20개 부문을 기초로 각국 경쟁력 종합 순위를 매긴다. 평가엔 163개 통계자료와 각국 기업인 80여 명을 대상으로 한 94개 설문조사가 활용됐다.올해 1위는 작년에 이어 덴마크였다. 이어 아일랜드, 스위스, 싱가포르, 네덜란드 순이었다. 아시아에선 싱가포르가 4위로 가장 높고 대만은 6위, 홍콩은 7위, 중국은 21위, 일본은 35위였다. 미국은 10위였다.
한국은 지난해 27위에서 올해 28위로 떨어졌다. 부분별로 보면 ‘경제 성과’는 지난해 22위에서 14위로 올라섰다. 2015년 기록한 이전 최고 순위(15위)를 넘어섰다. 세부적으로 보면 경상수지(6위→17위)와 무역수지(18위→54위) 악화로 국제무역 분야 순위가 30위에서 42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고용(6위→4위) 개선 등에 힘입어 국내 경제 분야 순위는 12위에서 11위로 올랐다.
반면 ‘정부 효율성’은 36위에서 38위로 후퇴했다. 재정 부문이 32위에서 40위로 8계단 떨어진 영향이 컸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8년과 비교하면 22위에서 40위로 18계단이나 폭락했다. 지난 정부는 임기 내내 확장 재정을 폈다. 임기 5년간 국가채무가 400조원 넘게 늘면서 1000조원을 넘었고, 2018년 35.9%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지난해 50%에 육박했다. 선진국에 비해선 아직 국가채무비율이 높은 건 아니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게 문제다. IMD 평가에서 재정 분야 점수가 급격히 나빠진 것도 이런 측면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올해 평가에서) 정부 효율성 순위의 하락을 가장 눈여겨보고 있다”며 “특히 2018년 이후 급속도로 재정이 악화된 것이 전반적인 국제경쟁력 악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인프라’ 순위는 16위로 작년과 같았다. 하지만 인구 증가율(50위→53위), 노인 부양 비율(6위→9위)이 하락하면서 ‘기본인프라’ 분야가 16위에서 23위로 떨어졌다. 올해는 아니지만 저출산·고령화 여파가 한국의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기업 효율성’은 올해 33위로 작년과 같았다. 생산성(36위→41위)과 금융(23위→36위)은 하락했지만 노동시장(42위→39위)과 경영관행(38위→35위)은 상승했다. 금융 분야 순위 하락은 주가지수 변화율(10위→60위), 기업 대출 용이성(39위→49위), 기업 부채의 경쟁력 제약 정도(44위→56위) 등 세부 지표 악화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긴축 과정에서 한국 증시가 급락하고 자금경색이 심화했다는 건 국내 금융시장이 그만큼 취약하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3대 개혁으로 체질 개선해야”
올해 ‘경제 성과’가 선전하긴 했지만 마냥 좋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4위로 평가받은 고용 분야의 경우 고용률(12위→10위) 개선이 순위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은 69.9%로 역대 최고였다. 하지만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7개월 연속, 제조업 취업자 수는 5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37만9000명 늘었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것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고 보긴 어려운 이유다.결국 재정 악화와 함께 저출산·고령화, 3대 개혁 부진에 따른 성장 잠재력 하락이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인구구조가 빠르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고용·교육·연금 등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경제의 전반적인 펀더멘털도 약화될 것”이라며 “국가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풀고 출산율 반등을 위한 정교한 정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