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가 금융업계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러 나섰다. 석유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기존 투자은행(IB)을 인수해 금융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아부다비의 국부펀드인 아부다비 개발지주회사(ADQ)가 부티크 투자은행(IB) 라자드 인수를 타진했다. ADQ는 라자드를 인수한 뒤 상장폐지를 제안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라자드 측이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175년 역사를 자랑하는 라자드는 두차례의 세계 전쟁을 거치면서 기업을 계속 성장시켰다. 현재 라자드는 2000억달러(약 256조원)를 운용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37억달러에 달한다. 다만 지난 1분기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해 직원의 10%를 감원했다.

ADQ를 비롯해 전통 있는 부티크 IB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커지는 상황이다. 대형 은행보다 인수가액이 저렴하고 특정 분야에 강점을 지니고 있어서다. 지난 2월 로스차일드 가문은 계열사 중 투자은행을 비상장사로 전환했다. 당시 지난달에는 일본 미즈호증권이 부티크 IB인 그린힐앤코를 5억 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FT는 "런던, 뉴욕, 프랑스를 아우르는 라자드의 기반은 쉽게 따라 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FT에 따르면 ADQ에서 라자드 인수를 주도한 인물은 셰이크 타눈 빈 자예드 알나얀 회장으로 알려졌다. 타눈 의장은 ADQ 외에도 아부다비투자청, 퍼스트아부다비 은행 등의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타눈 회장이 라자드를 인수하려는 이유는 탈(脫)석유 정책에 있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고 성장 동력을 다각화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서비스업에 진출하려 했다.

지난 3월 타눈 회장은 퍼스트아부다비 은행을 통해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영국 자회사를 인수하려 들었다. 올해 초에도 스탠다드차티드를 인수하러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모두 결렬됐다.

ADQ는 지난해 이집트 투자은행인 EFG헤르메스 지분 인수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다만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집트 상업 은행 지분을 9억 1100만달러어치 매입했다. 북아프리카 경제에 진출하겠다는 뜻이다.

FT는 "UAE가 화석연료 대신 금융서비스를 새로운 먹거리로 택했다"며 "앞서 인수합병(M&A)이 결렬된 사례가 있지만, 올해 여름 이후부터 다시 금융사를 수집하러 들 것"이라고 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