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노' 내세운 박훈정 감독의 추격 액션…전개 방식에는 아쉬움 남아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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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정 감독 연출 '귀공자'
21일 개봉. 118분. 청소년관람불가.
21일 개봉. 118분. 청소년관람불가.
높은 난간에서 뛰어내려도 상처 하나 안난다. 총으로 무장한 경호원들도 순식간에 제압한다. 타깃의 숨통을 끊을 때는 피도 눈물도 없다. 그러면서도 옷 매무새가 흐트러지는 걸 극도로 꺼리고, 빨대 없인 음료를 마시지 않는다. '깔끔한 냉혈 킬러'. 김선호가 연기한 영화 '귀공자' 이야기다.
21일 개봉한 영화 '귀공자'는 액션물의 대가로 꼽히는 박훈정 감독의 여덟 번째 작품이다. 박 감독은 전작 '신세계'의 누아르 분위기에 '마녀'의 활극을 더했다. 귀공자 역의 김선호를 비롯해 강태주, 김강우, 고아라 등이 영화 내내 등장하는 추격 액션을 소화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한국인과 필리핀인의 혼혈인 '코피노'다. 필리핀 불법 사설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분)는 어느 날 한국에 있는 생면부지의 아버지로부터 연락받는다. 그는 몸져누운 어머니의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그리고 그동안 자기 가족에 무관심했던 아버지와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른다. 이야기는 마르코가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를 만나면서부터 미궁에 빠진다. 무슨 이유에선지 귀공자는 그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의 여러 세력도 각기 다른 이유로 그를 쫓기 시작한다. 마르코는 영문도 모른 채 자기 목숨을 노리는 조직들의 알력 다툼 한 가운데 휘말린다.
매력적인 등장 인물들은 극을 끌어내 가는 원동력이 됐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영화 스크린에 오른 김선호는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인 '착한 남자'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자동차 추격, 와이어 총기 액션 등을 소화하며 잔인한 킬러로 탈바꿈했다. 재벌 2세 '한 이사'(김강우 분)와 대치하며 주고받는 재치 있는 대사도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이번에 처음 주연으로 발탁된 강태주도 존재감을 뽐냈다. 그는 오디션 단계에서 198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무대에 오른 신예다. 순박하면서도 힘 있는 감정 연기로 한국과 필리핀 양쪽 어디서도 환대받지 못한 코피노의 애환을 표현했다. 추격자들을 피해 허파가 터질 듯 달리는 장면에선 보는 관객들마저도 숨이 차게 만들 정도로 몰입시킨다.
시원한 액션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전개 방식은 아쉬움을 남긴다. 코피노의 현실을 무게감 있게 다루기보단 평범한 액션 장르에 코피노란 탈을 씌웠다는 인상을 준다. 악역들이 마르코를 추격하게 된 이유와 과정도 매끄럽지 않다. 영화 결말 부분에 귀공자 캐릭터에 대한 반전을 준비했지만, 이마저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21일 개봉한 영화 '귀공자'는 액션물의 대가로 꼽히는 박훈정 감독의 여덟 번째 작품이다. 박 감독은 전작 '신세계'의 누아르 분위기에 '마녀'의 활극을 더했다. 귀공자 역의 김선호를 비롯해 강태주, 김강우, 고아라 등이 영화 내내 등장하는 추격 액션을 소화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한국인과 필리핀인의 혼혈인 '코피노'다. 필리핀 불법 사설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분)는 어느 날 한국에 있는 생면부지의 아버지로부터 연락받는다. 그는 몸져누운 어머니의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그리고 그동안 자기 가족에 무관심했던 아버지와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른다. 이야기는 마르코가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를 만나면서부터 미궁에 빠진다. 무슨 이유에선지 귀공자는 그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의 여러 세력도 각기 다른 이유로 그를 쫓기 시작한다. 마르코는 영문도 모른 채 자기 목숨을 노리는 조직들의 알력 다툼 한 가운데 휘말린다.
매력적인 등장 인물들은 극을 끌어내 가는 원동력이 됐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영화 스크린에 오른 김선호는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인 '착한 남자'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자동차 추격, 와이어 총기 액션 등을 소화하며 잔인한 킬러로 탈바꿈했다. 재벌 2세 '한 이사'(김강우 분)와 대치하며 주고받는 재치 있는 대사도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이번에 처음 주연으로 발탁된 강태주도 존재감을 뽐냈다. 그는 오디션 단계에서 198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무대에 오른 신예다. 순박하면서도 힘 있는 감정 연기로 한국과 필리핀 양쪽 어디서도 환대받지 못한 코피노의 애환을 표현했다. 추격자들을 피해 허파가 터질 듯 달리는 장면에선 보는 관객들마저도 숨이 차게 만들 정도로 몰입시킨다.
시원한 액션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전개 방식은 아쉬움을 남긴다. 코피노의 현실을 무게감 있게 다루기보단 평범한 액션 장르에 코피노란 탈을 씌웠다는 인상을 준다. 악역들이 마르코를 추격하게 된 이유와 과정도 매끄럽지 않다. 영화 결말 부분에 귀공자 캐릭터에 대한 반전을 준비했지만, 이마저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