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대관령음악제 맡은 양성원, "클래식 어렵다? 시간 필요할 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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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주제로 한 작품들 연주
"클래식, 어려운게 아니라 시간이 필요할 뿐"
![평창대관령음악제 맡은 양성원, "클래식 어렵다? 시간 필요할 뿐" [인터뷰]](https://img.hankyung.com/photo/202306/01.33780629.1.jpg)
시대를 초월해 살아남은 음악을 '클래식'이라고 한다. 클래식 음악은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 신임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첼리스트 양성원 연세대 교수(사진·56)는 "빠르고 간편한 것만 선호하는 현대 사회에서 클래식은 '시간을 들이는 것'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일종의 선물"이라고 답했다.
최근 서울 청계천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클래식의 묘미를 '시간을 들여 가치를 알아가는 일'이라고 했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클래식 외의 분야에도 적용된다. 양 감독은 파스타를 요리해 먹을 때도 시판 소스를 사용하는 대신 직접 재료를 다 준비해서 요리하는 과정을 즐긴다. 커피를 마실 때도 케냐, 이티오피아 등 원두 별로 차이를 음미한다. 악기를 연습할 때도 마찬가지다.
"악보를 천천히 몸에 새기듯 연습하는 편이에요. 아주 천천히 연습하면서 작곡가가 쓴 화성을 이해하고 색채를 느끼려고 하죠. 느린 연습을 통해 음악을 차곡차곡 '내성화'하면 알맞은 타이밍과 사운드로 외성화(연주)할 수 있게 돼요. "
"와인과 커피는 클래식과 비슷한 측면이 있어요. 제대로 음미하려면 시간이 필요하죠. 가치를 아는데 걸리는 비용이죠. 그래서 '클래식의 대중화'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아요. 다수에게 쉽게 접근하려는 방식은 본질을 흐린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음악에 약간의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 축제를 통해 여유롭고 마음이 열린 상태에서 음악을 즐긴다면, 애호가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저는 그런 방식으로 클래식의 저변을 넓히고 싶습니다. "
![평창대관령음악제 맡은 양성원, "클래식 어렵다? 시간 필요할 뿐" [인터뷰]](https://img.hankyung.com/photo/202306/01.33780628.1.jpg)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올해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올해 성년(20년)을 맞아 축제를 가다듬어야 하는 상황에서 강원도 등이 지원하는 예산이 30% 이상 삭감됐기 때문이다.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예술감독직 제안을 수락한 이유를 물었다. 양 감독은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음악인들이 20년 동안 가꿔온 소중한 축제이기 때문"이라며 "아티스트의 지속적인 발판이 되고싶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양 감독은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의 목표를 '정체성 강화와 저변 확대'로 삼았다. 평창대관령음악제를 명실상부한 '클래식 음악 축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취지다.
자연을 주제로 한 올해 축제는 비발디의 '사계' 같은 익숙한 작품과 메시앙의 '새의 카탈로그' 등 생소한 작품을 적절히 섞었다. 그는 "친숙하되 진부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걸 포인트로 잡았다"며 "프로그램을 짜면서 현대인들에게 클래식 음악이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 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교향곡, 실내악, 기악, 성악 등 장르별 균형 뿐 아니라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는 개성있는 예술가들을 물색했습니다.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게 큰 숙제였어요. "
“모든 사람이 매주, 매달, 매해, 조금씩 높은 가치를 추구하면, 그에 비례해 우리 사회가 조금씩이나마 건전해진다고 믿습니다. 시간을 들여 가치를 알아가는 애호가들과 다음달 평창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