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건축은 2008년 전후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드넓은 평지에 전통 사합원 일색의 낮은 건축물로 가득했던 베이징은 올림픽을 계기로 도시의 랜드마크와 주경기장 수영장 등 대표 건물을 짓기로 하고 건축물 공모를 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이 대거 베이징으로 유입되었다. 그후 중국의 건축가들도 앞다퉈 외국으로 유학 가서 서양 건축을 배우고 돌아와 중국 각 도시에 현대화된 기법의 건축물을 세우기 시작했다.

하얼빈 대극원은 중국 최동북단 지역인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 건축가 마옌쑹(马岩松)이 설립한 MAD사가 5년에 걸쳐 작업한 끝에 2015년 준공한 건물이다.

백두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최대 지류를 이루어 쑹화강이 되었고, 이 강의 습지대에 어우러지게 물결이 요동치면서 휘감아돌아 흐르는 듯한 곡선 디자인의 하얼빈 오페라하우스가 지어진 것이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힌 하얼빈의 겨울 풍경속에 자연스럽게 섞여있는 이 건축물은 세계적인 건축웹사이트 아키데일리(archdaily)가 선정한 ‘2015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화 건축물’, 2017년 월페이퍼 디자인 어워드의 ‘최고의 건축물상’ 뿐만 아니라 세계10대 아름다운 건축물로도 선정되는 등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외관은 흰색 알루미늄 패널로 차가운 눈과 얼음을 표현한 반면, 내부는 부드러운 나무와 따뜻한 조명으로 대조를 이룬다. 다시 객석은 곡선을 이루면서 안팎이 동일한 느낌으로 조화되어 있다. 이 건물은 복잡하고 난도 높은 철골 구조 기법에 도전해 성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각선과 격자를 합친 구조의 다이어그리드(diagrid) 공법은 유리매스를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을 내부로 연결할 뿐만 아니라 외부의 혹독한 겨울의 추위, 눈과 얼음을 견딜 수 있는 고강성 구조이다

건축비 2800억원을 들여 총면적 7만9000㎡에 대극장 1600석, 소극장 400석을 갖추고 오페라, 뮤지컬, 발레, 음악회 공연을 하고있다. 필자가 방문한 날에는 마침 한국의 ‘기생충’이 각색되어 공연되고 있었다.

하얼빈은 음악의 도시 명성을 갖고 있다. 쑹화강 유역 ‘작은 어부의 도시’였던 이 곳은 19세기 초 러시아 사람들이 철로를 놓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30여개 국 출신 외국인들로 붐비는 국제도시가 되었다. 한때는 중앙대가 거리를 걷는 사람 중 외국인이 절반이었다고 현지인은 전한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서양음악을 받아들였고, 중국 최초의 음악학원과 최초의 오케스트라가 설립된 음악도시이기도 하다. 지금도 100년 넘은 명승지 소피아성당에서 고풍스러운 내부와 어울리는 감미로운 음악 선율이 관광객과 시민에게 휴식을 선사한다. 중앙대가 거리도 정교한 바로크풍 건물 사이로 웅장한 러시아 음악의 선율이 들리는 곳이다. 2010년에 UN이 선정한 ‘음악의 도시’ 명예도 받았다. 하얼빈 대극원은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하얼빈 시민들의 음악에 대한 자부심이다.

마옌쑹은 “건축물 하나가 충분히 도시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를 중시한다. 건축물이 마치 자연의 일부인 듯 스며드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마옌쑹과 더불어 중국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는 왕슈(王澍)이다. 그는 대표작 ‘닝보역사박물관’으로 2012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그의 건축 작품의 특징은 허물어진 옛 건축물의 자재를 재사용해 중국 전통의 옛스러움과 현대의 세련됨을 공존하게 하고 시간적으로도 과거와 현재를 잇는 디자인이다.
눈과 얼음의 도시 건축물 – 하얼빈 대극원 (Harbin Grand Theatre)
눈과 얼음의 도시 건축물 – 하얼빈 대극원 (Harbin Grand Theat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