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리카르도 무티, 시카고 심포니 후임 없이도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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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출신 거장 리카르도 무티. 사진=연합뉴스
'세계적 지휘 거장' 리카르도 무티(81)가 이달 말 미국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CSO)의 10번째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자리에서 공식 사임한다. 다만 CSO는 무티와 계약이 끝나더라도 당분간 주요 음악회의 포디엄을 맡기겠다는 계획이어서 무티가 당혹스런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CSO는 오는 23~25일 시카고 심포니 센터에서 열리는 정기공연과 27일 시카고 밀레니엄파크에서 열리는 무료 콘서트를 끝으로 13년간 이어온 무티와의 공식 계약 관계를 마무리 한다.
CSO는 아직 후임을 발표하지 않았으며 오는 9월 시작되는 CSO 2023~2024 시즌 오프닝과 특별공연, 10월 카네기홀 공연, 2024년 1월에 있을 유럽 순회공연 등을 사임한 무티가 이끈다고 현수막을 통해 공지했다. 후임으로 크리스티안 틸레만 등 여러 인물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CSO는 인선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있다.
이에 대해 무티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가을 공연 무대에 서면 사람들이 '무티가 다시 돌아왔다'고 말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달 말 관중의 찬사를 받으며 떠났다가, 가을 공연에 다시 무대에 서게되는 '애매한 이별'이 자신을 비롯해 단원과 관중 모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맥락에서다.
무티를 음악 감독으로 위촉한 전 CSO 이사회 의장인 헬렌 젤은 "그를 구애하는 과정이 길고 긴 과정이었던 것처럼 퇴장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로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CSO와 무티의 복잡한 인연에도 불구하고 무티는 시카고 심포니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탈리아 오페라, 베토벤 교향곡, 세계 초연곡, 과거 희귀곡을 포함해 모차르트, 슈베르트, 브루크너, 플로렌스 프라이스, 필립 글래스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무티는 이탈리아 출신 세계 최정상급 지휘자로 2008년 CSO 음악감독직을 수락하고 2010년 9월 취임했다. 이전에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라 스칼라 오페라 하우스'의 음악감독(1986~2005)을 지내고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등을 이끌었다.
CSO의 제프 알렉산더 대표는 "무티와 함께한 13년 동안 시카고 심포니의 소리는 더욱 감미롭고 부드럽고 서정적으로 발전했다"며 "위대한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더욱 위대한 오케스트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