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핀테크 다 줄었는데…유일하게 투자 늘어난 분야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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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5월 스타트업 18개 산업군 중 17개 업종은 투자 건수가 전년보다 줄었다. 금리 인상과 투자 경색 영향이다. 지난해 관심을 받았던 이커머스, 핀테크, 마케팅 스타트업에 대한 올해 투자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하지만 18개 업종 중 유일하게 투자 건수가 늘어난 분야도 있다. 한경 긱스(Geeks)가 올해 들어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그린테크·환경 분야의 스타트업 3곳을 소개한다.올해 1~5월 언론에 보도된 스타트업 투자 유치 건수(시드투자 포함)는 총 467건. 작년 같은 기간 684건보다 200건 넘게 줄었다. 세계적인 긴축 영향인만큼 산업군을 불문하고 거의 전 업종에서 투자 한파가 불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분류한 18개 산업군 중 유일하게 투자 건수가 늘어난 분야도 있다. 그린테크·환경 영역이다. 지난해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던 이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 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와중에도 그린테크·환경 분야는 기술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시장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18개 산업군 중 17개는 투자 줄었는데…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투자 데이터 플랫폼에 따르면 올해 1~5월 스타트업 신규 투자 건수를 집계한 결과 전체 산업군 18개 중 17개에서 투자 건수가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이커머스·물류 분야는 지난해 1~5월엔 스타트업 51곳의 투자 유치가 일어났지만 올해는 21곳으로 줄었다. 지난해 커머스 플랫폼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금이 몰렸던 것과는 달리 올해의 경우 컬리(1200억원), 인덴트코퍼레이션(105억원) 외엔 대규모 투자가 없었다. 컬리는 쇼핑 플랫폼 회사, AI 기반 커머스 마케팅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다. 공개된 보도자료와 언론 기사 등을 통해 집계한 결과다.광고·마케팅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전년 1~5월 21개에서 올해 9건으로 쪼그라들었다. 광고영상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AI 소프트웨어 회사인 파이온코퍼레이션이 지난 4월 105억원 투자를 받은 것이 유일한 '빅투자'다. 금융·보험 분야는 같은 기간 57건에서 20건으로 감소했다. 교육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수는 36건→13건, 프롭테크 스타트업은 30건→13건, 모빌리트 46건→26건으로 감소했다.
레저·트래블 업종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 1~5월 24건에서 올해 20건으로 줄었다. 다만 다른 업종에 비해 감소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모습이다. 제조 업종 역시 46건에서 38건으로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18개 산업군 중 유일하게 증가한 분야는 그린테크, 환경 분야였다. 지난해 1~5월 스타트업 26곳에 투자됐던게 올해는 28곳으로 늘었다. 투자 혹한기 일부 유망 스타트업에만 투자금이 쏠리는 분위기에서 신규 투자 건수 자체가 늘어난 것이다. 전세계 정부가 넷제로(Net-Zero)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고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가 기후테크 벤처·스타트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선 만큼 환경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커지는 분위기다. 올 상반기 투자업계에서 주목받은 그린테크 기업들은 어떤 곳들일까.
영업손실 18억인데 유망하다는 까닭은
에너지 전환 솔루션 스타트업 ①에이치투는 23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로 주목받았다. 에이치투는 2010년 카이스트 박사 출신들이 모여 설립한‘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VRFB) 전문 업체다. VRFB는 향후 2차전지 시장에서 리튬이온 전지를 대체할 차세대 ESS로 주목받고 있는데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매우 낮은 화재 위험성, 큰 용량, 긴 수명 등을 갖고 있다. 에이치투는 2013년 국내 최초로 VRFB를 상용화했다.에이치투는 한화그룹이 2대 주주로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점과 5대 금융지주들이 모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19년 전략적투자자(SI)로 합류한 한화솔루션의 지난해 말 에이치투 지분은 12.38%다. 한화큐셀이 개발하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VRFB간 시너지를 겨냥한 투자였다. 하나증권이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밝힌 에이치투 지분율(1.4%)을 역산하면 에이치투의 기업가치는 1429억원이다. 이는 2021년 시리즈B 단계에서 172억 원을 투자 받았을 때 인정받은 기업가치의 2배가 넘는다.
에이치투의 2021년 매출액은 약 7억원, 영업손실은 18억원, 당기순손실은 20억원이다. 지난해 실적도 이와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적자 기업이 14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ESS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 덕분이다. 지난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110억 달러(약 14조 원)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이후 연평균 23% 성장률로 2030년 2620억 달러(349조 1674억 원)까지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폐기물 시장 혁신하는 리코
폐기물 수집운반 토탈 서비스 업박스의 운영사 ②리코는 145억원 규모의 시리즈B 브릿지 라운드 투자를 유치해 주목받았다. 업박스는 폐기물 수집·운반 솔루션으로, 폐기물 처리 전 과정을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해 관리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폐기물 시장은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과 기업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로 구분돼 있다. 생활폐기물의 경우 각 지자체에서 세금과 국민들의 개인 부담금을 더해 처리하는 반면 민간 기업이나 사업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민간업체와 계약을 통해 운영자가 처리한다.리코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 고객으로부터 폐기물을 수거해 처리하는 댓가로 비용을 받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드래곤시티호텔, 삼성웰스토리 등이다. 지난해 매출은 130억원을 기록했고 매년 꾸준히 성장 중이다. 리코 측은 올해도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냥 폐기물을 수거, 운반하는 회사는 7000곳이 넘지만 리코처럼 브랜드가 정립된 곳은 없기 때문이다. 리코 측은 "경쟁의 정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폐기물을 수거하는 서비스로 접근하는 규모있는 기업은 국내에 거의 없다"고 했다.
친환경 건축물 짓는 스타트업도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③에너지엑스는 건축 플랫폼이자 에너지효율화 기술 기업이다. 신축 또는 리모델링을 위해 건축주, 건축사, 건설사를 연결하고 IT 및 엔지니어링 기반의 에너지효율화 기술을 제공해 제로에너지건축물(ZEB) 및 여타 친환경 건축물을 완성한다. 기업사옥, 상가, 공장 등 약 573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건축 규모는 총 1조6000억원에 달한다.에너지엑스는 건축 부문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IT 및 엔지니어링 기반의 에너지효율화 기술을 적용해 자체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건축산업과 탄소중립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한다.
유럽과 미국은 지난 2018년부터 신축 공공건물에 대해 ZEB 의무화 정책을 시작했고, 2020년부터 민간까지 의무화 범위를 넓히며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부터 신축 공공건물에 대해 ZEB 의무화 정책을 시행 중이다. 2024년부터 민간 공동주택, 2025년부터 연면적 1000제곱미터 이상의 민간 건축물까지 단계적으로 범위를 확대해 2050년에는 모든 건축물에 ZEB 의무화를 적용할 계획이다. 전세계 건축 시장을 2050년까지 탄소중립으로 만들어야 하는 비용은 매년 1조7000억 달러, 한화로 약 2000조원에 달한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참, 한가지 더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기술을 활용하는 '기후테크 산업' 육성에 나선다. 오는 2030년까지 유니콘 기업 10개 육성, 수출규모 100조원 달성, 신규 일자리 10만개 창출을 목표로 민관 합동 145조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우선 산업기술혁신펀드 내 전문펀드와 초격차 펀드를 신설해 4000억원이 넘는 정책펀드를 조성한다.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와 임팩트 투자 등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과 연계한 2000억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활성화한다.
기업 스케일업을 위한 융자보증 등 기후금융도 2030년까지 8조원 규모로 확대한다. 기후테크 산업 인증과 K-택소노미 연계인증으로 약 135조원 규모의 민간 5대 금융그룹의 투자도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