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예산실이 있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5층 전경.
기획재정부 예산실이 있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5층 전경.
세종시의 낮 최고기온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33.3도까지 치솟은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작년 10월 완공된 최신식 건물이지만, 이른 불볕더위에 각 부서가 자리 잡은 내부 사무실은 그야말로 찜통을 방불케 했다. 에어컨을 틀긴 했지만, 가뜩이나 좁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와이셔츠가 흠뻑 젖어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여름철 공공기관 실내 온도는 대부분 28도에 맞춰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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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세종시 누리동에 있는 세종특별자치시청. 민원실이 있는 1층은 공간도 널찍해 한결 시원했다. 다수 시민이 이용하는 민원실 등은 예외적으로 26도까지 실내 온도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이 있는 2층부터는 정부세종청사와 마찬가지로 찜통을 방불케 했다. 세종시 청사를 찾은 한 민원인은 “공공청사는 시원하게 에어컨을 켜는 줄 알았는데, 와보니 너무 덥다”며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

일찍 찾아온 찜통더위에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공무원들은 여름철 높은 습도를 고려하면, 28도라는 적정 실내 온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하소연한다. 공공기관 온도를 규제하면서 이를 이용하는 민원인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정부청사를 관리하는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공공부문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간혹 실내에 사람이 없어 시원하다는 느낌을 들면 ‘공무원들이 그래서 되느냐’는 민원이 들어온다”고 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국민 세금으로 먹고사는 공무원이 에어컨을 트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민원까지 들어오는 상황에서 실내 온도를 낮췄다간 큰일 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사진=연합뉴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정부와 각 지자체는 무더운 여름철을 맞아 업무능률 향상 및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간소하고 단정한 복장을 착용해 달라는 지침을 전달하고 있다. 다만 지침에서 슬리퍼나 반바지, 찢어진 청바지 등의 복장은 사실상 금지된다. 하지만 이른 불볕더위에 사무공간이 찜통을 방불케 하면서 이런 지침도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비공개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업무 성과만 낼 수 있다면 반바지와 반소매 티셔츠, 심지어는 슬리퍼를 신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대기업에서도 아직까지 도입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복장 실험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일부 기재부 과장급 간부들은 평소엔 상의는 와이셔츠, 하의는 정장 바지를 입다가 오후 6시 퇴근 시간이 지나 사무실에서 야근할 때면 편한 바지와 옷으로 갈아입기도 한다. 이런 차림으로 국장에게 보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한 과장급 간부는 “일과 시간엔 다른 부처와의 회의 등이 많기 때문에 편한 옷을 입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야근 때만이라도 편한 옷을 입는 것이 허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