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톡 쏜다… 청량감 넘치는 여성 술꾼들의 역사[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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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시작부터 호쾌하다. 최근 국내 출간된 <걸리 드링크> 표지를 펼치자마자 캔맥주 고리를 막 제낀 듯 탄산감 가득한 문장을 맞닥뜨렸다. “여성과 술에 관한 역사책이 한 권도 없다고 불평하는 나를 향해, 그럼 한 권 써버리라고 말해준 로렌에게.” 속표지 속 헌사가 보여주듯 이 책은 여성과 술에 관한 역사책이다.
소재는 감각적이고, 문장은 시원스럽다. ‘술 마시고 흥청망청 노는 여자들 얘기를 왜 읽어야 하냐’는 오해, 고리타분한 훈수는 이 파티에 낄 자리가 없다. 술을 빚고 만들고 팔고 마신 여성들의 역사를 살펴보는 건 인류사를 바라보는 색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책을 쓰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면서 여성의 음주를 허용하는 문화와 여성의 자유를 허용하는 문화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여성 음주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게 되겠지만, 그 음주가 언제 어떤 이유로 금지되었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오늘날에는 거꾸로 여성들에게는 무료로 술을 제공하며 환영하는 술집도 있지만, 이게 남성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미끼라는 걸 우리는 ‘버닝썬 사건’ 등을 통해 이미 확인했다. 저자는 “한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를 알고 싶다면 술잔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원서가 2021년 현지에서 출간된 뒤 이듬해 ‘가디언’지에서 ‘역사와 정치’ 분야 최고의 책으로 선정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저자는 뉴잉글랜드 출신 시나리오 작가이자 장르영화 제작자 맬러리 오마라. 할리우드 괴물과 잊혀진 여성들에 대한 문화사를 다룬 <더 레이디 프롬 더 블랙 라군(The Lady from the BLACK LAGOON)>으로 본격적으로 출판계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쯤되면 궁금하다. 알코올과 여성을 주제로 수천 년의 역사를 정리한 저자가 꼽은 최고의 술은 뭘까. 저자가 생각하는 여성을 위한 술은 뭘까. 그 답은 책을 다 읽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디제스티프(식사 후에 디저트처럼 마시는 술)’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