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왼쪽)이 21일 오후 천일염 생산·유통·가공업체와 간담회를 열어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왼쪽)이 21일 오후 천일염 생산·유통·가공업체와 간담회를 열어 "시중 공급물량을 확대하고 출하 시점을 당겨 달라"고 당부했다. 해양수산부 제공
정부가 최근 중고 온라인마켓 등을 통해 천일염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사례가 속출하자 관련 모니터링을 적극 강화하기로 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천일염 가격이 폭등하는 등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국민 불안이 높아지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유통 질서 교란 및 불공정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사재기 징후는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천일염 품귀현상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여론이 나빠지자 뒤늦게 대책 마련 및 수습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일일브리핑에서 “소비자 불안을 조장하거나 비상식적인 높은 가격에 천일염 구매를 유도하는 온라인 판매업체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송 차관은 이날 오후 CJ 제일제당, 대상 주식회사, 태평염전, 농협 하나로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메가마트 등 천일염 생산·유통·가공업체 7곳과의 긴급 간담회를 열고 시중 공급물량을 확대하고 출하 시점을 당겨 달라”고 당부했다. 해수부가 천일염 관련 논란이 불거진 후 고위 간부 주재로 업체들과 간담회를 개최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그는 “이달부터는 생산량이 평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고 10만t에 이르는 햇소금도 내달부터 본격 출하를 앞두고 있어 향후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필요시에는 정부가 가격안정을 위해 일정 물량을 사들여 소비자에게 최대 30% 할인해 공급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수부는 앞으로도 업계와 협력해 천일염 수급 안정뿐 아니라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매점매석 행위 등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함께 적극적으로 지도·단속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천일염을 구매할 수 있도록 올해 4월부터 매달 10회 실시 중인 천일염 방사능 검사를 내달 중순부터는 35회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굵은 소금 5㎏ 소매가격은 21일 기준 1만4330원으로, 1년 전(1만1191원)보다 28.0% 올랐다. 한 달 전(1만2500원) 전 대비 14.6% 올랐다. 천일염 가격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오염수 불안이 대두될 때마다 급등한 뒤 다시 잠잠해지는 과정이 반복됐다.

업계는 최근의 천일염 품귀 현상은 생산량 저하와 수요 폭주가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고령화로 폐업 수순을 밟는 염전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초 비가 자주 내리면서 소생산량이 감소했다. 이 와중에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문량이 급증한 것이다.

다만 전남 신안군 등 생산 현장에서 천일염은 정상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신안천일염생산자연합회은 “신안 천일염은 품귀 상태가 아니다”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주문 폭주와 물류업체 사정 등이 겹쳤을 뿐 소금이 바닥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부 중간도매상들의 사재기에 소금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금값 추가 상승을 예상한 유통업자들이 출하 시기를 미루면서 품귀 현상이 심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는 당초 천일염 사재기 징후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15일 일일 브리핑에서도 “여러 차례 현장을 확인한 결과 가공·유통 업계 차원에서 발생하는 천일염 사재기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소매가 늘긴 했지만 중도매인들의 ‘매점매석’은 없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천일염 품귀현상이 심해지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높아지자,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업계 간담회를 통해 생산물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사재기 징후 조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이달 중순에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일찌감치 내놨어야 했다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앞서 송 차관은 이날 오전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천일염뿐 아니라 다시마, 미역 등 다른 수산물에 대해서도 가격 변동사항 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일염처럼 시장에서 사재기 등 특별한 이상 징후가 보이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송 차관은 수산물 소비 위축을 막기 위해 수매, 경영안정 자금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민간이 같이 수매하면 23만t 정도까지도 수매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연근해 생산량의 한 20% 정도를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추가된 생산단계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는 43건으로 전부 ‘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부터 16일까지 2주간의 유통단계 수산물 방사능 검사는 298건(올해 누적 2362건)으로 모두 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