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4000억달러(약 1800조원) 규모의 담보부대출채권(CLO) 시장이 위축되며 미국 기업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월스트리트의 1조4000억달러 규모 부실등급 대출 시장이 둔화하면서 더 많은 이자를 내거나 차입 계획을 포기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FT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전력회사인 PG&E는 지난달 대출 만기 연장에 실패했다. 치과 서비스 제공업체인 하트랜드덴털, 소프트웨어 서비스 회사인 인터넷브랜드는 대출 만기를 갱신하는 대신 이자를 더 내고 투자자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부담을 안았다.

이들 기업이 대출 연장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해당 대출 채권을 담보로 발행되는 CLO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CLO는 저신용 기업들의 대출채권을 담보로 찍어낸 증권이다. 은행이 기업에 대출해준 후 발행하는 대출채권을 묶어 자산유동화회사(SPC)에 양도하면 SPC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CLO를 발행한다. 이 과정에서 SPC는 CLO를 위험 등급에 따라 분류한다. 하위 등급일수록 부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수익률이 높다.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모기지 기반 부채담보증권(CDO)과 유동화 구조가 같다.

CLO는 금융위기가 터진 후 급격히 쪼그라들었으나 2011년부터 저금리 기간이 이어지며 점차 부활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시 금리를 연 5%대로 올리면서 CLO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저신용 회사들의 이자비용이 늘고 수익이 감소하자 하위 등급 CLO의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