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연금' 털어 지방의원 월급준다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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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군인연금 개정안 나란히 본회의 통과
공무원·군인 출신 시·도 의원
연금 수급액보다 소득 적으면
차액 만큼 보전해주기로
고강도 공적연금 개혁 와중에
"특정 집단에 유리한 법" 비판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논란도
공무원·군인 출신 시·도 의원
연금 수급액보다 소득 적으면
차액 만큼 보전해주기로
고강도 공적연금 개혁 와중에
"특정 집단에 유리한 법" 비판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논란도
공무원과 군인 출신이 시·도 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을 맡을 경우 연금 수급액과 선출직 공무원 보수의 차이를 공무원 및 군인연금으로 보전해 주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공무원 및 군인 출신 지방의원은 월급에 연금까지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군인연금법 개정안이 나란히 처리됐다. 법안이 시행되면 연금으로 월 400만원을 받고 있는 공무원 및 군 퇴직자가 월 350만원을 받는 세종시의원에 당선될 경우 그대로 4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세종시가 지급하는 급여와의 차액 50만원은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에서 지급한다. 현재는 선출직 공무원에 취임한 퇴역 공무원과 군인은 재임 중 연금 지급을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당초 해당 법안은 군 출신 국회의원들이 ‘군인 출신의 활발한 정치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며 입법에 나섰다. 지방의회 의원에 당선될 경우 줄어드는 월 수입 때문에 정치 진출을 꺼린다는 논리였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군 장성 출신 정치인들이 여야 할 것 없이 “군 출신을 홀대해선 안 된다”며 법안 통과를 주도했다. 해당 법안 심의 과정에서 “일반 공무원과 군 출신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공무원 출신에게도 동일한 혜택을 주는 법안이 상정돼 함께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 군인연금은 1973년 기금이 소진돼 매년 국고로 적자를 메우고 있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은 4조4450억원, 군인연금은 1조7000억원 적자가 발생해 해당 금액만큼 세금을 투입했다. 이대로면 공무원·군인연금 수급자 한 명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국가가 투입해야 하는 비용이 2030년 연간 1219만원에서 2050년 1737만원, 2070년 1754만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도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혜택을 늘리는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방의회에서 활동하는 퇴직 공무원과 군인은 직급이 높아 상당한 연금 혜택을 보는 이들”이라며 “연금까지 지급하며 이들의 정치 활동을 도와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 국민연금은 연금 수급 시점에 소득이 있는 업무를 하고 있으면 최대 50%의 연금이 5년간 감액된다. 이번 법 개정으로 차액을 모두 메워주기로 한 공무원·군인연금과 비교해 불리한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연금재정 고갈을 늦추기 위해 국민의 희생과 고통 분담이 요구되는 공적연금 개혁에 나선 상황에서 국회가 특정 직역·집단에만 유리한 법을 남발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연금특위 한 자문위원은 “상당한 연금 혜택을 누리는 고위 장성과 고위 공무원 출신들이 솔선수범해 희생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지원을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중요한 결정을 미루고만 있는 국회가 공무원·군인연금 혜택을 늘리면 어느 국민이 연금 개혁을 받아들이겠냐”고 비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21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군인연금법 개정안이 나란히 처리됐다. 법안이 시행되면 연금으로 월 400만원을 받고 있는 공무원 및 군 퇴직자가 월 350만원을 받는 세종시의원에 당선될 경우 그대로 4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세종시가 지급하는 급여와의 차액 50만원은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에서 지급한다. 현재는 선출직 공무원에 취임한 퇴역 공무원과 군인은 재임 중 연금 지급을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당초 해당 법안은 군 출신 국회의원들이 ‘군인 출신의 활발한 정치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며 입법에 나섰다. 지방의회 의원에 당선될 경우 줄어드는 월 수입 때문에 정치 진출을 꺼린다는 논리였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군 장성 출신 정치인들이 여야 할 것 없이 “군 출신을 홀대해선 안 된다”며 법안 통과를 주도했다. 해당 법안 심의 과정에서 “일반 공무원과 군 출신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공무원 출신에게도 동일한 혜택을 주는 법안이 상정돼 함께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 군인연금은 1973년 기금이 소진돼 매년 국고로 적자를 메우고 있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은 4조4450억원, 군인연금은 1조7000억원 적자가 발생해 해당 금액만큼 세금을 투입했다. 이대로면 공무원·군인연금 수급자 한 명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국가가 투입해야 하는 비용이 2030년 연간 1219만원에서 2050년 1737만원, 2070년 1754만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도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혜택을 늘리는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방의회에서 활동하는 퇴직 공무원과 군인은 직급이 높아 상당한 연금 혜택을 보는 이들”이라며 “연금까지 지급하며 이들의 정치 활동을 도와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 국민연금은 연금 수급 시점에 소득이 있는 업무를 하고 있으면 최대 50%의 연금이 5년간 감액된다. 이번 법 개정으로 차액을 모두 메워주기로 한 공무원·군인연금과 비교해 불리한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연금재정 고갈을 늦추기 위해 국민의 희생과 고통 분담이 요구되는 공적연금 개혁에 나선 상황에서 국회가 특정 직역·집단에만 유리한 법을 남발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연금특위 한 자문위원은 “상당한 연금 혜택을 누리는 고위 장성과 고위 공무원 출신들이 솔선수범해 희생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지원을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중요한 결정을 미루고만 있는 국회가 공무원·군인연금 혜택을 늘리면 어느 국민이 연금 개혁을 받아들이겠냐”고 비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