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稅혜택 받으려면 투명한 회계를…노조도 예외 될 수 없다
“정부의 활동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가능한 것이며, 납세자가 부담한 세금은 국민의 귀한 피땀의 소산이기도 합니다.”

1999년 설립된 한국납세자연합회의 설립취지문 중 일부다. 세금의 소중함과 이를 납부하는 국민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법에서는 이 같은 납세자의 권리 보호와 함께 납세자에 대한 여러 의무를 다루고 있다. 세법상 기부금 제도도 마찬가지다. 학교, 장학재단, 사회복지법인과 같은 기부금단체는 공익활동 증진 등을 목적으로 기부자와 기부금단체 모두에 세제상 혜택을 부여하는 경우 그 혜택을 뒷받침할 만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기부와 관련해 일반 국민에게 회계결산 결과를 공시하는 것도 하나의 예시다. 엄격한 투명성 의무 이행을 요건으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정부가 세법상 기부금단체인 노동조합도 회계결산 결과 공개를 요건으로 해당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납부한 조합비에 대해 기부금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기부금단체와 달리 노동조합은 그동안 세법상 회계 관리 부담 없이 조합비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받아왔다. 노동조합 조합원이 연간 100만원의 조합비를 납부했다면 연말정산 때 해당 조합원의 세금을 15만원 깎아준다. 조합비 세액공제를 통해 납부 부담을 낮춤으로써 노조는 조합비를 보다 쉽게 징수할 수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이 같은 지원이 필요할 만큼 헌법상 존재 근거를 갖는 중요한 단체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노동조합도 국민 세금으로 활동을 지원받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공공성과 투명성이 있어야 한다. 관련 법령에서도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람이 납부한 회비를 ‘공익성을 고려하여 정하는 기부금’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간 조건 없이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받다가 회계 공시라는 조건이 붙는 것이 노동조합이나 조합원에게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조합비 세액공제 제도는 노동조합에 대한 인센티브 성격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노동조합도 세제 혜택을 받는 만큼 회계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원칙에서 예외일 수는 없고, 온당히 다른 기부금단체 수준의 회계 관리 책임을 다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회계결산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조합원이 그간 받던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면 갑자기 불이익을 받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기부금단체도 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기부자가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공통으로 적용된다.

노조 회계 공시와 세액공제 연계 제도 시행을 계기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조합원들이 스스로 노동조합 운영에 관심을 두고 노조 재정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 조합원의 관심과 참여야말로 노동조합의 민주적이고 자주적 운영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건강한 노동운동이 더욱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이 강화되면 조합원과 국민의 신뢰가 높아져 근로자의 권익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