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스마트폰 설계까지 간섭…EU 환경규제 과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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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배터리법 상세 공개
재활용·소비자 편의 앞세워
배터리 탈부착 방식 의무화
탄소배출권 강제 구매 확대
부품사 환경 훼손도 공개
"사실상 경쟁국 견제 조치"
재활용·소비자 편의 앞세워
배터리 탈부착 방식 의무화
탄소배출권 강제 구매 확대
부품사 환경 훼손도 공개
"사실상 경쟁국 견제 조치"
‘친환경’을 내세운 유럽연합(EU)의 기업 대상 규제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재활용 포장재 사용 등을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스마트폰 배터리 탈부착 의무화’ 등 제품의 상세 기능에도 손을 뻗쳤다. 최근엔 글로벌 기업에 부품 공급사의 환경 훼손 이력 등에 대한 보고를 의무화하고, 철강 등을 수입할 때 탄소배출권 구매를 강제하는 규제도 내놨다. 산업계에선 ‘도를 넘은 규제’ ‘사실상의 무역장벽’이란 지적이 나온다.
EU는 법 적용 시기를 공표하지 않고 ‘안전 등과 관련한 이유가 있을 경우엔 일체형도 허용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둬 협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삼성전자,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애플은 배터리 탈부착 스마트폰을 출시한 적이 없고 삼성전자도 2015년 갤럭시S6부터 ‘일체형 배터리’를 프리미엄 폰에 적용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EU가 시범 시행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도 기업들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철강, 알루미늄 등을 수입하는 기업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보고하고 기준을 초과하면 탄소배출권을 강제로 구매해야 한다. EU 역내에 제품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 LG 계열사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시행 예정인 ‘공급망 실사지침’은 EU 내 매출 1억5000만유로(약 2114억원) 이상 기업에 ‘경영상의 기밀’을 요구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기업 사업장·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한 환경 훼손과 인권 침해 여부,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 등을 파악해 개선하고 공개해야 한다.
예컨대 스마트폰 배터리 탈부착을 가능하게 하면 배터리 재활용이 쉬워진다. 배터리 원자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 사용된 폐배터리에서 핵심 원자재 회수를 의무화하고 새 배터리를 생산할 때 ‘재활용 원료’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게 한 조항도 비슷한 의도로 분석된다.
16개 전략원자재를 집중 관리해 원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핵심원자재법’에 대해서도 ‘다른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략원자재를 활용해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공급망 점검 결과를 2년마다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에 국내 기업들의 상황을 알리고 더욱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가전업체 관계자는 “EU의 친환경 규제가 너무 빠르게 시행되고 있다”며 “미국과 아시아의 정보기술(IT)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란 의심까지 든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U 규제에 삼성 LG 부담 커져
21일 EU 의회(European Parliament)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 14일 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EU배터리법엔 한국 기업들에 부담이 되는 조항이 대거 포함됐다. ‘배터리 탈부착’이 가능한 스마트폰 판매를 의무화한 11조가 대표적이다.EU는 법 적용 시기를 공표하지 않고 ‘안전 등과 관련한 이유가 있을 경우엔 일체형도 허용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둬 협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삼성전자,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애플은 배터리 탈부착 스마트폰을 출시한 적이 없고 삼성전자도 2015년 갤럭시S6부터 ‘일체형 배터리’를 프리미엄 폰에 적용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EU가 시범 시행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도 기업들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철강, 알루미늄 등을 수입하는 기업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보고하고 기준을 초과하면 탄소배출권을 강제로 구매해야 한다. EU 역내에 제품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 LG 계열사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시행 예정인 ‘공급망 실사지침’은 EU 내 매출 1억5000만유로(약 2114억원) 이상 기업에 ‘경영상의 기밀’을 요구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기업 사업장·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한 환경 훼손과 인권 침해 여부,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 등을 파악해 개선하고 공개해야 한다.
‘유럽 내 공급망 강화’ 노리는 EU
EU는 이 같은 법안의 제정 취지로 한결같이 ‘친환경’과 ‘소비자 편익 제고’를 내세우고 있다. 산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EU 내 첨단산업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란 의견이 많다.예컨대 스마트폰 배터리 탈부착을 가능하게 하면 배터리 재활용이 쉬워진다. 배터리 원자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 사용된 폐배터리에서 핵심 원자재 회수를 의무화하고 새 배터리를 생산할 때 ‘재활용 원료’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게 한 조항도 비슷한 의도로 분석된다.
16개 전략원자재를 집중 관리해 원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핵심원자재법’에 대해서도 ‘다른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략원자재를 활용해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공급망 점검 결과를 2년마다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EU 규제 대응에 부담 호소
EU 친환경 규제를 맞닥뜨린 국내 기업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친환경 포장재를 장려하는 수준을 넘어 제품 스펙까지 간섭하고 있어서다. 지난 3월 강화된 TV의 에너지 효율 기준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국내 업체들은 일부 프리미엄 모델의 ‘판매 중단’ 위기를 맞았지만 저전력모드를 기본 기능으로 하는 대안을 마련해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정부가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에 국내 기업들의 상황을 알리고 더욱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가전업체 관계자는 “EU의 친환경 규제가 너무 빠르게 시행되고 있다”며 “미국과 아시아의 정보기술(IT)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란 의심까지 든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