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에 세계 최대 '창업허브' 만든다
서울시가 2030년까지 성수동에 스타트업 1000곳이 입주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창업지원 시설(조감도)을 조성하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스타트업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키워낼 수 있도록 2030년까지 총 1조6717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의 ‘서울 창업정책 2030’을 21일 발표했다. 지난해 기준 12위인 서울의 글로벌 창업도시 순위(스타트업 지놈 기준)를 세계 5위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성수동 삼표레미콘 옆 서울숲 주차장 부지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전용 시설을 세우기로 했다. 연면적 10만㎡ 규모의 ‘서울 유니콘 창업허브’를 건립할 계획이다. 프랑스 파리의 스타시옹 에프(3만㎡), 싱가포르의 JTC 론치패드(6만㎡)를 뛰어넘는 글로벌 창업허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 일대를 ‘글로벌미래업무지구’로 지정했다. 성수동에 무신사, 크래프톤, SM엔터테인먼트 등의 혁신 기업을 유치하기도 했다. 유니콘 창업허브를 통해 성수동을 스타트업, 하이테크 기업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시킨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대형 기업을 유치한 이곳이 스타트업의 전진기지로 거듭나고, 혁신 중심의 기존 성수동 분위기와 만나면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곳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가 창업허브를 운영하는 대신 전문성을 갖춘 민간기관과 기업들이 스타트업 선발·육성·투자를 책임지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전용 펀드도 1000억원 규모로 조성해 창업과 기업 성장을 돕기로 했다.

스타트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 해외 거점도 현재 두 곳(베트남 호찌민, 인도 벵갈루루)에서 미주, 유럽, 중동 등 2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서울시는 2021년부터 운영해온 청년취업사관학교를 2025년까지 25개 전 자치구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정보기술(IT) 개발자를 매년 1500명씩 배출해 스타트업에 인재 총 1만여 명을 취업시킨다는 계획이다.

시내 전 지역을 특색 있는 스타트업 ‘창세권(창업+역세권)’으로 조성한다는 게 서울시의 구상이다. 동교동, 흑석동, 아현동, 신정동, 장안동, 한강로동, 녹번동 총 7곳에 총 4만6600㎡ 규모의 공유오피스를 개설하고, 사업 초기에 활용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을 700곳 마련할 계획이다. 수서 일대는 ‘로봇 클러스터’로, 홍릉은 ‘바이오 클러스터’로 만들기로 했다.

기존의 부지를 재활용할 계획도 공개됐다. 양재동 양곡도매시장 부지에는 20만㎡ 규모의 ‘AI(인공지능) 서울 테크시티’를 2029년까지 구축하고, 고척동의 서울남부교도소가 있던 자리엔 ‘서울제조창업허브’(1만7000㎡)를 2027년까지 세울 계획이다. 내년부터 총 6000억원 규모의 첨단제조 펀드를 조성해 첨단 제조업 부문에서만 유니콘 기업 10곳을 배출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오 시장은 이런 정책을 통해 현재 20개 수준인 서울 유니콘 기업 수가 2030년께 50개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