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116만7000가구 중 9만 가구는 집주인이 빚을 내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100% 돌려주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로 8%가량은 ‘위험 전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2만 가구는 빚을 내야 겨우 보증금 반환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행은 21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고금리와 실물경기 위축에 따른 주택시장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가구는 116만7000가구다. 한국경제신문이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를 확인해 보니 국내 전세 가구는 325만2000가구인데, 이 중 3분의 1이 올해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것이다.

한은은 116만7000가구에 들어 있는 전세 보증금 총액을 288조8000억원으로 분석했다. 집주인이 돌려줘야 하는 전세금과 새로운 세입자에게 받을 수 있는 전세금의 차이, 즉 집주인의 ‘역전세 부담금’은 24조2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116만7000가구 중 73.2%는 전세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반면 19.3%는 빚을 내야 전세금 반환이 가능하고, 7.6%는 빚을 내더라도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했다. 약 9만 가구는 집주인이 빚을 내도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다 못 돌려준다는 것이다.

집값 하락의 결과, 가계 재무구조도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평균 순자산은 2021년 말 4억4000만원에서 올해 3월 말 3억9000만원으로 5000만원 감소했다.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고위험 가구 비중은 2.7%에서 5.0%로 늘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부동산시장이 경착륙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가계대출이 증가하면서 금융 취약성이 높아지는 문제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미분양 주택이 늘면서 건설사의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은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관련해 “위험 사업장 정리 작업이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부실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