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잡겠다" 큰소리 쳤는데 '시큰둥'…인텔 주가 쭉 빠졌다
미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이 TSMC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턴어라운드 계획을 발표했다. PC 수요가 감소하자 새로운 전략을 꺼낸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면서 인텔 주가는 6% 넘게 빠졌다.

내년 매출 200억달러 파운드리 세계 2위 목표

데이비드 진스너는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1일(현지시간) 열린 투자자 웨비나에서 "인텔의 재무보고 방식을 변경해 파운드리 사업부인 IFS를 포함한 제조 사업부가 자체 손익계산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반도체 사업 부문을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로 이원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중앙처리장치(CPU) 등 인텔이 경쟁력을 가진 제조 분야도 파운드리로 매출로 잡혀 파운드리 규모가 더 커진다. 지난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매출은 8억9500만달러 규모로 전체 매출의 2%에 못 미쳤다.

인텔은 이번 계획이 향후 3년간 10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목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재무 방식은 2024년 1분기부터 시작된다.

인텔은 이를 통해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파운드리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다. 진스너 CFO는 "새로운 모델을 적용하면 인텔은 내년 매출 200억달러가 넘는 전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파운드리 1위인 TSMC의 전체 매출은 지난해 738억6000만달러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매출을 따로 발표하지 않지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집계 기준 지난해 208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하면 고객사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올해 말 파운드리 사업의 주요 고객사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텔 주가 추이.
인텔 주가 추이.

"게임체인저 아니다"…인텔 주가 이틀간 9.5% 하락

시장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날 인텔의 주가는 6% 하락한 32.9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이틀 동안 하락 폭은 9.5%에 달한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의 주요 고객사를 발표하지 않은데다 경쟁력을 갖추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밋 인사이트의 킨가이 찬 애널리스트는 "TSMC의 내년 매출이 85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인텔의 매출 규모는 미미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인텔이 회사 내 재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지만 게임체인저는 아니다"며 "구조적인 역풍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것도 주가 하락의 원인이다. 인텔의 1분기 총 마진은 1년 전 53.1%에서 38.4%로 떨어졌다. 진스너 CFO는 "총 마진이 60%를 향하는 좋은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텔은 세계 최대 CPU 제조사지만 가정용 PC 수요가 줄면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인텔은 올해 1분기에는 최대 분기 손실을 기록했으며 2분기에도 적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인텔은 최근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 16일 46억달러(약 6조원)를 들여 폴란드 브로츠와프 인근에 반도체 후공정 라인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18일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인텔이 250억달러(약 32조원)를 투자해 이스라엘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텔은 아일랜드와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마그데부르크(170억유로), 아일랜드(120억유로)에 각각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인텔은 향후 10년간 유럽에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을 위해 800억유로를 투자하겠다고 지난해 밝히기도 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