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제약협회(PhRMA)가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의 약가책정 조항을 문제 삼는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머크(MSD),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미국 상공회의소에 이어 IRA의 약가책정에 이의를 제기한 네 번째 소송이다.

PhRMA는 IRA에 기반한 메디케어 약가책정 조항은 위헌이라며 미국 텍사스 서부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PhRMA는 미국주입센터협회(NICA) 및 글로벌결장암협회(GOCA)와 함께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IRA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지난해 8월 발효된 법안이다. 기후변화 대응, 의료보험 확대, 법인세 인상 등이 주요 내용이다.

IRA에는 의약품 가격을 인하하기 위한 조항이 포함됐다. 미국 공공의료보험기관(CMS)은 2026년부터 메디케어 파트D에 해당하는 의약품 10개에 대한 가격협상권을 가진다. 이후 2029년까지 6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메디케어는 미국 연방정부 의료보험이다. 메디케어 파트D는 처방의약품에 대한 보장을 일컫는다.

메디케어 가격 책정을 위한 협상 대상 의약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이후 9년이 지난 합성의약품 혹은 13년이 지난 바이오의약품 중 복제약(제네릭 혹은 바이오시밀러)이 출시되지 않은 품목이다.

협상에 동의하지 않는 기업은 해당 의약품 매출의 최소 65%에 대한 소비세가 부과된다. 소비세는 매 분기 증가해 최대 95%까지 늘어날 수 있다. 2028년부터는 파트B(외래 진료에 대한 보장)에도 가격 협상이 적용될 예정이다.

PhRMA는 세 가지 근거를 들어 IRA의 약가 책정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IRA 소비세를 시행하지 못하도록 금지할 것을 요청했다.

헌법에 명시된 ‘권력분립(Separation of Powers)’을 지키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새로운 가격 설정 권한은 미국 보건복지부(HHS)에 특별한 제약 없이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다고 했다.

HHS가 제조업체가 가격 설정 절차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점도 지적했다. 이는 제약사의 수정헌법 제5조 중 ‘적법 절차(due process)’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했다.

또 협상에 따르지 않는 기업에 부여되는 소비세는 수정헌법 제8조의 ‘과도한 벌금(Excessive Fines)’ 조항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스테판 우블 PhRMA 회장은 “IRA의 약가책정조항은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의약품에 대한 환자의 접근을 위협하는 나쁜 정책”이라며 “법원이 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인정하고 위헌을 선언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IRA의 약가 협상 조항에 적용되는 10개의 의약품은 오는 9월에 선정될 예정이다. 합의된 가격은 2026년에 적용된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6월 22일 09시 42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