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침수이력, 이젠 못 숨겨요…업계에 득일까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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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매매시 가격조사, 산정제도 고지 의무화”
사기 피해 잇따르자 … 처벌규정 담아 법안 발의
시장 신뢰도 오르겠지만 … 자금 부담 커질 수도
국회도 이 같은 정부 기조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중고차 값을 ‘제대로’ 산정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침수 이력 등을 기존 방식과는 별도로 소비자에게 사전에 알리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중고차 업체가 내놓는 중고차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성이 올라가 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업체들의 매출이 늘어나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의무 조항이 늘어 관련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리스크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늘어나겠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고 업체 간 통합(consolidation)이 일어나면서 장기적으로 중고차 관련주가 재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투명한 정보 제공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안전장치가 없는 건 아니다. 현행법으로도 소비자는 중고차 매매업자에게 중고차 가격과 성능에 대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2016년부터 시행된 중고차 가격·산정 제도를 통해서다.
이 제도에 따르면 외관은 물론 제시된 항목에 따라 중고차의 주요 성능을 점검하고, 각 항목에 따라 매겨진 점수를 소비자에게 고지하도록 하고 있다. 중고차의 종합적인 상태와 사고 및 교환 수리 이력도 평가한다. 이를 토대로 최종 가격과 등급을 산출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중고차 가격·산정 제도는 유명무실하다는 게 개정안을 발의한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의 판단이다. 중고차 가격 조사 및 산정액을 소비자가 요청할 때에 한해 매매 계약 체결 전 서면으로 고지하도록 돼 있어서다. 실제 이 제도를 활용하는 소비자는 극소수에 불과해 가격 조사·산정 비용 시세조차 형성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동차법 개정안은 소비자에게 가격 조사를 통해 산정된 중고차 가격을 알 수 있는 가격 조사·산정 제도에 대해 설명할 의무를 부여했다. 이를 어길 시 처벌할 수 있는 규정도 만들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학용 의원은 “현행 규정은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 가격조사·산정을 하도록 한다”며 “소비자가 이 제도가 있는지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성능 점검 시점과 가격 조사·산정 시점에 차이가 큰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현행 자동차법은 ‘자동차의 구조·장치 등의 성능·상태’를 점검한 내용을 자동차 이력과 판매자 정보 등과 함께 알리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는 내용을 ‘구조·장치’에서 ‘구조·장치 및 침수 사실’로 바뀌었다.
침수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중고차를 구입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는 데 따른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침수 중고차 관련 상담 건수는 198건이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전손 처리된 침수 차량은 폐차해야 한다. 부분 침수 차량은 수리를 거쳐 중고차로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중고차 시장에는 전손 처리된 침수 차량이 수리된 채로 판매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 지식이 없는 소비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는 평가다.
현행 ‘구조·장치 등의 성능·상태’ 점검에도 여러 항목 가운데 하나로 침수 여부를 체크할 수 있지만, 이를 좀 더 구체화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격 조사·산정 제도를 의무화하면, 이 제도를 알려야 하는 매매업자에게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고차업계에 일종의 규제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침수 사실을 별도로 고지하는 것도 불필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미 자동차 성능·상태 점검 때 침수 유무를 체크할 수 있는 항목이 이미 있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굳이 법 조문으로 이를 규율할 필요성은 낮다”고 했다.
대형 증권사의 자동차산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대기업들이 중고차 사업에 속속 진입하면서 시장 투명성은 이미 올라가고 있다”며 “검사 비용이 더 생길 수 있는 의무 규정이 생긴다면 시장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중고차 시장 투명성이 올라가기 때문에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 대수(사업자 거래+당사자 거래)는 약 373만 대다.
이 가운데 업체 등 사업자를 통한 거래 비중이 66% 수준인 247만 대다. 상장사의 중고차 평균 판매 단가(2021년 기준 1400만원·삼성증권)를 고려하면 시장 규모는 35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당 법안이 소비자 권익 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고차 시장이 보다 투명해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사기 피해 잇따르자 … 처벌규정 담아 법안 발의
시장 신뢰도 오르겠지만 … 자금 부담 커질 수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중고차 매매단지를 찾아 중고차 매매 사기 행태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원 장관은 “중고차 사기는 청년과 서민을 울리는 민생침해 범죄”라며 “국가가 손 놓고 있지 않겠다”고 했다.
국회도 이 같은 정부 기조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중고차 값을 ‘제대로’ 산정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침수 이력 등을 기존 방식과는 별도로 소비자에게 사전에 알리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중고차 업체가 내놓는 중고차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성이 올라가 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업체들의 매출이 늘어나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의무 조항이 늘어 관련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리스크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늘어나겠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고 업체 간 통합(consolidation)이 일어나면서 장기적으로 중고차 관련주가 재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은 요청할 때만 알려줘 … 이용 고객 ‘극소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 12명이 지난 2월 발의했다. 중고차를 사고자 하는 사람이 성능과 가격 문제로 볼 수 있는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아직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전체회의 상정은 이뤄지지 않았다.현행 자동차관리법에 투명한 정보 제공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안전장치가 없는 건 아니다. 현행법으로도 소비자는 중고차 매매업자에게 중고차 가격과 성능에 대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2016년부터 시행된 중고차 가격·산정 제도를 통해서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개요
- 영향 예상 기업: △롯데렌탈 △SK렌터카 △케이카
- 발의: 김학용 의원(의원실: 02-784-3291)
- 어떤 법안이길래
=중고차 매매 시 업체가 소비자에게 ‘중고차 가격·산정 제도’에 대한 고지 의무화
=침수 이력에 대한 정보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리도록 의무화 - 어떤 영향 주나
=중고차 정보 투명성이 올라간다는 점에서 시장 신뢰도 상승. 이는 상장된 중고차 업체 주가에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
=‘중고차 가격·산정 제도’ 고지 의무화가 중고차 업체에 자금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 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 영향 줄 가능성
이 제도에 따르면 외관은 물론 제시된 항목에 따라 중고차의 주요 성능을 점검하고, 각 항목에 따라 매겨진 점수를 소비자에게 고지하도록 하고 있다. 중고차의 종합적인 상태와 사고 및 교환 수리 이력도 평가한다. 이를 토대로 최종 가격과 등급을 산출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중고차 가격·산정 제도는 유명무실하다는 게 개정안을 발의한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의 판단이다. 중고차 가격 조사 및 산정액을 소비자가 요청할 때에 한해 매매 계약 체결 전 서면으로 고지하도록 돼 있어서다. 실제 이 제도를 활용하는 소비자는 극소수에 불과해 가격 조사·산정 비용 시세조차 형성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동차법 개정안은 소비자에게 가격 조사를 통해 산정된 중고차 가격을 알 수 있는 가격 조사·산정 제도에 대해 설명할 의무를 부여했다. 이를 어길 시 처벌할 수 있는 규정도 만들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학용 의원은 “현행 규정은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 가격조사·산정을 하도록 한다”며 “소비자가 이 제도가 있는지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성능 점검 시점과 가격 조사·산정 시점에 차이가 큰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침수車인지 몰랐다” … 피해상담건수 3년여간 198건
개정안은 침수 사실도 소비자에게 보다 더 구체적으로 알릴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현행 자동차법은 ‘자동차의 구조·장치 등의 성능·상태’를 점검한 내용을 자동차 이력과 판매자 정보 등과 함께 알리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는 내용을 ‘구조·장치’에서 ‘구조·장치 및 침수 사실’로 바뀌었다.
침수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중고차를 구입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는 데 따른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침수 중고차 관련 상담 건수는 198건이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전손 처리된 침수 차량은 폐차해야 한다. 부분 침수 차량은 수리를 거쳐 중고차로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중고차 시장에는 전손 처리된 침수 차량이 수리된 채로 판매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 지식이 없는 소비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는 평가다.
현행 ‘구조·장치 등의 성능·상태’ 점검에도 여러 항목 가운데 하나로 침수 여부를 체크할 수 있지만, 이를 좀 더 구체화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추가 검사비용, 소비자에 전가될라 … 국토부 “신중 검토”
다만 자동차관리법 개정에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개정안에 담긴 의무 규정이 소비자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국토부 관계자는 “가격 조사·산정 제도를 의무화하면, 이 제도를 알려야 하는 매매업자에게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고차업계에 일종의 규제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침수 사실을 별도로 고지하는 것도 불필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미 자동차 성능·상태 점검 때 침수 유무를 체크할 수 있는 항목이 이미 있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굳이 법 조문으로 이를 규율할 필요성은 낮다”고 했다.
대형 증권사의 자동차산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대기업들이 중고차 사업에 속속 진입하면서 시장 투명성은 이미 올라가고 있다”며 “검사 비용이 더 생길 수 있는 의무 규정이 생긴다면 시장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중고차 시장 투명성이 올라가기 때문에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 대수(사업자 거래+당사자 거래)는 약 373만 대다.
이 가운데 업체 등 사업자를 통한 거래 비중이 66% 수준인 247만 대다. 상장사의 중고차 평균 판매 단가(2021년 기준 1400만원·삼성증권)를 고려하면 시장 규모는 35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당 법안이 소비자 권익 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고차 시장이 보다 투명해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