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과정에서는 푸틴 등과 함께 '깡패'로 부르기도
2년전 9·11테러 20주년 즈음에도 '독재자' 언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모금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dictator)로 지칭한 것이 알려지면서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으로 미중 관계가 이전보다 소통이 강화되는 쪽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터진 발언이어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

바이든, 시진핑에 '독재자' 지칭…과거 사례도 관심
외신이 전한 내용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을 직접적으로 '독재자'로 지목하진 않았지만, 발언의 맥락을 보면 독재자로 해석하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른바 '중국 정찰풍선' 사태를 언급하면서 시 주석이 당시 사건의 경위를 몰랐다는 내용을 지적하며 "무엇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것은 독재자들에게는 큰 창피(embarrassment)"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살펴보면 이번 언급도 크게 놀랄만한 내용은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 토론회에서 시진핑 주석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묶어 '깡패(Thug)'라는 비속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 이듬해 대통령 취임연설에서도 같은 단어를 언급, 러시아, 이란 대사가 중도 퇴장하는 일까지 있었다
지난 2021년 9월12일에는 전날 9·11 테러 20주년을 맞아 당시 납치된 비행기가 추락한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을 방문한 자리에서 "21세기에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없다고 진정으로 믿는 독재자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취재진에게 한 발언이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이 발언 이전에 "시 주석과 한 시간 반 이상 긴 대화를 나눴고 푸틴 대통령과도 일대일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설명한 것을 고려하면, 발언에서 나온 '독재자'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을 가리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시진핑에 대한 인식은 미국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을 기저에 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이 21일 브리핑에서 "우린 민주주의와 독재정치에 관한 명확한 차이를 포함해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영역에 대해 매우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과 이틀 전에 바이든 대통령이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 성과를 긍정평가하면서 미중 관계에 대해 "우린 지금 여기 올바른 길 위에 있다"고 말한 직후 '독재자' 발언이 나온 것을 두고 외교가는 다양한 해석을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바이든의 '독재자' 발언에 대해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명한 것을 보면 미중 관계는 일시적인 해빙 무드 속에서도 언제든 긴장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속성을 안고 있다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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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진핑에 '독재자' 지칭…과거 사례도 관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