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본업’에서 벗어나 암 진단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바이오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암 진단시장이 계속해서 커지고있는 만큼 조기진단, 동반진단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HLB그룹은 분자진단 기업 파나진을 300억원에 인수한다고 지난 21일 오후 늦게 공시했다. 그간 HLB그룹은 노터스(비임상 CRO 기업), 씨트리(퇴행성 뇌질환 등 신약개발 기업) 등 다른 기업을 흡수하는 M&A 방식으로 회사를 키워왔다. 이번 인수는 파나진의 유전체 분석 기술을 흡수해 암 진단 영역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그 중에서도 HLB그룹은 동반진단을 통한 시너지를 노릴 계획이다. 동반진단이란 특정 의약품을 사용하기 전에 약효를 볼 수 있는 환자를 미리 선별해내는 검사법을 뜻한다. 최근에는 표적치료제와 동반진단 의료기기가 함께 개발, 허가를 받는 것이 트렌드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HLB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미충족 치료 수요가 높은 난치성 암종에 대한 동반진단 역량을 키우게 됐다”며 “기존 HLB헬스케어사업부 등이 보유하고 있던 하드웨어 생산능력에 유전체 분석기술 소프트웨어를 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폭을 넓히는 기업은 HLB뿐만이 아니다. 친환경 농약, 동물의약품 개발 전문기업인 제놀루션은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인천 송도에 분자진단 전문 연구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기존 그린바이오 사업을 넘어 분자진단 사업(레드바이오)을 위한 시설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제놀루션은 액체생검용 세포유리 디옥시리보핵산(cfDNA) 추출키트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록도 마쳤다. 암세포에서 떨어져나온 cfDNA를 검출해 암 발병 여부를 확인하는 식이다.

압타머사이언스는 그간 신약개발에 집중됐던 무게중심을 암 진단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달 압타머사이언스는 혈액 검사를 통해 폐암을 조기 진단하는 ‘압토디텍트렁’ 비급여 처방을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시작했다. 현재 건강검진센터로의 시장 확대를 위해 사업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는 단계다.

원래부터 뿌리가 진단기업이지만 알레르기나 유전자증폭(PCR) 검사만 진행했던 기업들도 암 진단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알레르기 다중진단 기업 프로테옴텍은 3년 안에 항체 측정 기술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암 진단키트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진단키트처럼 바이오마커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 암세포가 생기면 이 암세포와 싸우려고 만들어지는 항체로 암을 진단하는 식이다. 암종은 간암을 타깃해 개발 중이다.

진시스템은 조만간 바이오마커 발굴 회사들과 협업해 암 진단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현재 암 바이오마커 발굴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바이오벤처, 그리고 국내 기업과 협의를 논의 중이며 이르면 올해 안에 좋은 소식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최대 수혜기업인 에스디바이오센서도 포스트 코로나 전략으로 암 진단을 선택하고 현재 포트폴리오 확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암 진단 세계시장은 2030년 2935억달러(약 38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6월 22일 13시 50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