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어쩌면 마지막 연극… '라스트 세션'에 전력 쏟을 것"
신구 "어쩌면 마지막 연극… '라스트 세션'에 전력 쏟을 것"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거리를 걸은 적이 있어. 그때 어떤 남자가 아버지 모자를 쳐서 길바닥에 떨어뜨렸어. 그 남자가 '유대인! 인도로 다니지마!'라고 외치자 아버지는 그말을 듣고 인도로 내려와서 진흙탕 속에서 모자를 집어들었어. 아버지는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어. 그 남자와 아버지 중 누구를 더 혐오해야 하는 건지…. 난 그때, 아니, 지금도 잘 모르겠어…."

22일 열린 연극 '라스트 세션'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신구가 작품 속 대사 한 구절을 연기하자 장내가 조용해졌다. 큰 목소리로 말하지 않으면 기자들의 질문을 때때로 잘 알아듣지 못하던 원로배우가 순식간에 캐릭터에 몰입해 돌변하는 모습에 연기에 대한 진지함과 열정이 묻어나왔다.

다음달 개막을 앞둔 '라스트 세션'은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아맨드 M. 니콜라이의 책 '루이스vs프로이트'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다.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작가 C.S. 루이스가 신과 종교를 두고 벌이는 토론으로 구성된 2인극이다. 앞서 2020년 국내 초연해 이번이 세번째 시즌이다. 이번 공연에서 프로이트 역은 배우 신구와 남명렬이, 루이스 역은 배우 이상윤과 카이가 연기한다.

초연부터 이 작품에 출연한 신구는 지난해 3월 재연 당시 갑작스런 건강 악화로 작품에서 하차한 바 있다. 신구는 "작년에 급성 심부전이 와서 심장박동기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았다"며 "요즘은 건강에 크게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인으로서 죽을 때가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며 "언제든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힘을 남겨놓고 죽을 바에야 작품에 모든 힘을 쏟아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지난 시즌보다 대사의 의미를 좀더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일부 대사를 수정했다. 신구와 초연부터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춘 이상윤은 "초연 때는 대본의 원문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서 다소 친절하지 않은 대사도 그대로 고수하며 연기했다"며 "이번 공연에선 배우들이 말을 하면서도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은 좀더 풀어서 설명한다든지 관객들에게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신구 "어쩌면 마지막 연극… '라스트 세션'에 전력 쏟을 것"
무신론자 프로이트와 유신론자 루이스 간의 치열한 토론으로 진행되는 작품이다. 두 인물은 신에 대한 물음에서 나아가 삶의 의미와 죽음, 인간의 욕망과 고통에 대해 재치 있는 논변을 쏟아낸다. 남명렬은 "작품에선 상대방의 생각이 옳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두는 지성인들간의 대화가 펼쳐진다"며 "지적 토론을 즐기는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연극"이라고 설명했다.

루이스 역을 맡은 두 배우는 연극 장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상윤은 이 작품으로 처음 연극 무대에 데뷔했고, '베토벤', '프랑켄슈타인' 등 대형 뮤지컬에 주로 출연해 온 카이는 7년만에 연극판에 돌아왔다.

이상윤은 "드라마나 영화는 각자 준비를 해오고 현장에서 결과를 맞춰보는 구조인데, 사실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다 보니 스스로 부족함과 목마름을 느꼈다"며 "연극은 다같이 모여 연습을 하면서 다른 배우나 연출부로부터 배우는 점이 많고,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연극을 끝내고 난 뒤엔 기존과 달라진 내 모습을 얼른 다른 작품에 적용해보고 싶어서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진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연극을 하려고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신구 "어쩌면 마지막 연극… '라스트 세션'에 전력 쏟을 것"
카이는 "뮤지컬은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개인적으로 음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음악을 빼고 오롯이 연기만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 나란 사람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갖고 있었다"며 "몇년 전부터 연극을 하고 싶단 열망이 있었고, 이번 작품은 저에게 발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공연은 7월 8일부터 9월 10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티오엠에서.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