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부양책 규모 및 시황 회복 논란에 ‘출렁’
호황기엔 시총이 LG화학 80% 수준에 이르기도
“2차전지 동박 비롯한 신사업으로 이익 변동성↓”

롯데케미칼은 LG화학과 함께 국내 석유화학업계 빅2로 꼽히지만, 시가총액은 6분의1에도 못 미칩니다. 2010년대에 범용 플라스틱 생산 확대에 집중한 탓입니다. LG화학은 2차전지와 고부가가치를 내는 플라스틱 등 새로운 사업 투자에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범용 플라스틱에 집중한 전략 자체를 평가하긴 힘듭니다. 업황이 ‘슈퍼 사이클’을 탔다는 2016~2017년과 2018년에는 롯데케미칼이 LG화학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남겼습니다. 당시 시가총액 격차는 3조3000억원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롯데케미칼도 최근 전략의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2년 전 발표한 ‘비전2030’을 통해 수소, 모빌리티, 2차전지 소재, 친환경 소재 등의 사업을 키워 2030년 매출 50조원에 이익률 15%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죠. 지금까지 행보 중에서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해 2차전지 동박 사업에 진출한 게 가장 눈에 띕니다.
그래도 당분간 롯데케미칼의 주가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석유화학 시황입니다. 워낙 투자해놓은 게 많기 때문입니다.
중국 부양책 및 석유화학 시황 회복 여부 논란에 ‘삐끗’
22일 롯데케미칼은 17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지난 주말 전해지고 20일에는 사실상 기준금리로 여겨지는 대출우대금리(LPR)가 0.10% 인하되자 19~20일 이틀 동안 5.90% 상승했지만, 곧바로 미끄러진 겁니다.
재정 부양을 위해 검토한다는 1조위안(약 180조원)에 달하는 특별국채 발행 등에 대해서도 현지에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석유화학 시황 회복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는 스프레드(수익성 지표)의 바닥 탈출 구간이었다”며 “2분기부터 수요 회복에 실적 반등이 진행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합니다.
반면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20일 개최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의 서울포럼에서 발표된 아시아 지역의 올레핀(에틸렌과 프로필렌 계열의 석유화학 제품군) 전망이 다소 부정적이었다며 “수요를 웃도는 공급량 증가로 적어도 내년까지 업황 바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석유화학업계 안에서도 의견이 갈리긴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석유화학 시황은 호황과 불황이 4년 주기로 반복됐다고 합니다. 석유화학 설비 하나를 짓는 데 4년이 걸리기에 공급은 계단식으로 늘어나지만 수요 확대는 선형으로 이뤄지면서 공급 부족과 초과 공급이 번갈아 나타난다는 겁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4년이라는 시간은 의미가 없어졌지만, 공급 부족과 초과 공급이 번갈아 나타나는 사이클이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공급이 부족해지는 호황기가 언젠가는 올 것으로 봤습니다. 다만 그는 “이번 국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다양한 대외변수로 글로벌 경기가 부진해 시황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반면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몇 달 전 석유화학 시황의 사이클이 무너졌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실제 그가 몸담은 회사는 최근 수익성이 떨어지는 범용 플라스틱 제품군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호황기엔 시총이 LG화학 80% 수준까지
석유화학 시황 회복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 롯데케미칼의 사업이 석유화학에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의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450만톤(t)으로, LG화학보다 90만톤 많습니다. 에틸렌은 석유화학설비에서 가장 큰 비중으로 생산되는 플라스틱 원료입니다.롯데케미칼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 석유화학설비를 지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천연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분해해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에탄분해설비(ECC)를 가동 중입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생산설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저가 원재료를 투입할 수 있는 미국 설비와 고성장의 수요 거점 시장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확보한 점”을 롯데케미칼의 석유화학 부문 강점으로 꼽습니다.
석유화학사업에 집중됐기에 시황만 돌아오면 실적이 급격히 개선될 수 있습니다. 실제 석유화학 슈퍼사이클로 평가되는 지난 2016년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2조5443억원으로, LG화학의 1조9919억원을 압도했습니다. 이듬해인 2017년에도 소폭 앞섰고요.
이 같은 호실적은 주가에도 반영됐습니다. 2017년 첫 거래일인 1월2일 기준 롯데케미칼의 시가총액은 13조1446억원으로, LG화학의 16조7666억원의 78.4%에 달했습니다. 원래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 비슷한 수준이었던 건 아닙니다. 딱 1년 전인 2016년 첫 거래일 롯데케미칼의 시가총액은 LG화학의 38% 수준이었다가 업황이 살아나자 급격히 격차를 줄였습니다.
“저평가 매력에 신사업 성과 나오면 실적 변동성 축소”
현재는 롯데케미칼의 시가총액이 LG화학의 15% 수준에 불과합니다. 석유화학 빅2의 대결보다 수익률에 관심을 가져야 할 투자자라면 롯데케미칼의 저평가 매력에 주목할 만합니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에도 못 미칩니다. 개념 상으론 당장 회사를 청산해도 시가총액의 2배의 현금이 나온다는 겁니다.석유화학사업에 ‘올인(All-in)’하다시피 한 사업구조도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당장 올해부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연결 자회사로 실적에 반영됩니다. 일진그룹으로부터 인수한 국내 2위 동박 사업자입니다. 동박은 2차전지에도 들어갑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작년 6월 삼성SDI와, 올해 5월엔 해외 고객사와 각각 동박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노우호 연구원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롯데정밀화학의 연결 이익 편입 효과로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산업의 전형적인 이익 변동성을 축소하고, 다변화된 이익 구조를 갖게 될 것”이라며 “신규 사업 성과물 도출이 가시화될 때 롯데케미칼은 기존 사이클 업종의 할인 한계를 극복하고 재평가(리레이팅) 구간으로 진입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