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홍콩매체 "혁명 원로 자녀가 문제"…천위안 전 행장 직격
'시진핑 라이벌' 보시라이 아들·천위안 딸 열애설 돈 적 있어

중국이 부패 척결을 내세워 금융권에 대한 고강도 사정에 나선 가운데 국책 은행인 국가개발은행도 표적이 됐다고 홍콩 친중 매체인 성도일보가 22일 보도했다.

中 '부패 척결' 타깃 된 국가개발은행…"수년 새 30여명 낙마"
이 매체는 지난달 19일 이 은행의 전 부행장 저우칭위가 사정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올라 낙마한 데 이어 지난 2월 마오쥔차이 전 상하이 분행장(지점장)도 낙마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수년간 낙마한 이 은행 중간급 이상 간부가 30여명에 달한다"며 "국가개발은행이 금융권에서 가장 부패가 심각한 복마전"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의 최고 사정기관인 공산당 중앙 기율위원회 국가개발은행 기율검사조가 최근 열린 회의에서 이 은행 부패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연루자들의 직급이 높고, 부패가 오랜 기간 지속했으며 신용 대출 분야에서 빈번하게 발생한 점을 꼽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모 훙얼다이(紅二代·혁명 원로의 자녀)가 15년간 행장으로 장기 집권한 것이 (부패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낙마한 이 은행 고위층에는 그의 부하들이 여러 명 있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가 거론한 훙얼다이는 천위안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천위안은 '개국 원로' 천윈의 아들로, 1998년부터 2013년까지 국가개발은행 행장 겸 서기로 지냈고, 2013년부터 2018년까지는 이 은행 이사장 겸 서기와 더불어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도 맡았다.

또 낙마한 국가개발은행 장마오룽 전 운영총감, 장린우 전 충칭분행장은 이 은행 판공청 주임을 맡아 천위안의 '집사' 역할을 한 바 있다.

중국에서는 관영 매체나 친중 매체가 문제를 제기한 뒤 당국이 대응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천위안을 직격한 이 매체의 보도가 국가개발은행에 대한 사정 작업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앞서 중앙 기율위는 2016년 국가개발은행 앞에 설치됐던 대형 '패루'(牌樓·중국식 대문 모양 상징물)'를 전격 철거하고 이 은행의 낭비와 사치, 향락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 패루는 천위안이 국가개발은행장 시절 본사를 신축하면서 지은 것이다.

따라서 패루 철거와 기율위 조사가 국가개발은행 부패 척결의 신호탄이자 궁극적으로 천위안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대권 경쟁'을 벌였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가 낙마하기 전 천위안의 딸 천샤오단과 보시라이의 아들 보과과가 함께 찍은 사진 여러 장이 인터넷에서 퍼지며 이들의 연애설이 나돈 적이 있어 국가개발은행에 대한 사정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