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가 통째로 신주쿠 왔다"…'시계들의 왕' 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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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텍필립' 역대 최대 규모로 연 도쿄 박람회를 가다
파텍필립 박물관 소장품 200점
제네바에서 도쿄로 옮겨와
빅토리아 여왕의 회중시계
최상위 모델 15종도 한자리에
"시계 마니아들에겐 꿈 같은 곳"
파텍필립 박물관 소장품 200점
제네바에서 도쿄로 옮겨와
빅토리아 여왕의 회중시계
최상위 모델 15종도 한자리에
"시계 마니아들에겐 꿈 같은 곳"
1851년 영국 런던. 세계 엑스포의 시초로 꼽히는 런던 만국박람회장을 찾은 빅토리아 영국 여왕은 이곳에서 만난 회중시계 한 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신의 눈동자 색깔을 쏙 빼닮은 연한 하늘색 디자인이 맘에 들어서였다.
여왕은 결국 이 시계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여왕의 선택을 받은 시계 회사는 창업한 지 고작 12년째를 맞이한 스위스의 신생 브랜드, 파텍필립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파텍필립은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파텍필립은 지금도 ‘여왕의 선택을 받은 이 순간이 오늘날의 우리를 만든 결정적 장면이다’라고 밝힌다. 본사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의 파텍필립 박물관에 여왕의 시계를 소중하게 전시하는 이유다.
일본과 아시아 각국의 시계 애호가들은 6월의 시작과 함께 들떠 있었다. 제네바까지 가지 않고도 파텍필립의 최고 정수를 도쿄 신주쿠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지난 10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파텍필립 시계 아트 그랜드 박람회 도쿄 2023’은 말 그대로 “제네바가 신주쿠로 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전시였다. 전시장인 스미토모빌딩 삼각광장에 들어서자 바로 제네바 레만 호수로 ‘순간 이동’을 했다. 명물 꽃시계 뒤편의 초대형 디스플레이에 반짝이는 레만호 정경은 물 내음이 풍겨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 고색창연한 통로를 지나면 파텍필립 제네바 본사의 나폴레옹룸이 관람객을 맞는다. VIP 고객을 영접하는 장소다. 소파와 가구 배치는 물론 벽지까지 제네바의 나폴레옹룸을 그대로 재현했다.
최고급 모델은 직경 47㎜, 두께 16㎜의 공간에 채워넣은 1366개의 미세한 부품이 수십 년 동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한다. 극한의 장인정신에 최고급 자동차보다 비싼 가격이 붙지만 시계 애호가들은 기꺼이 그 가치를 지불한다. ‘월드스타’ 손흥민도 파텍필립을 여러 점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목시계와 태엽 감는 장치(용두) 등을 처음 개발한 파텍필립은 시계 산업에서 ‘최초’ 타이틀을 가장 많이 보유한 제조사이기도 하다.
명품 시계 업계에서 몇 안 남은 가족 경영 기업이라는 점도 파텍필립의 자랑이다. 자본과 시장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브랜드의 가치를 지켜나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마스터 오브 사운드 룸에는 시판 중인 최고급 모델 15종이 한 장소에 전시됐다. 파텍필립의 최상위 모델은 최고급 백화점 매장에서조차 보기가 쉽지 않다. 상품이 들어오면 즉시 구매하겠다는 예약 고객이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구가야 야스하루 파텍필립 재팬 선임 어소이에이트는 “시판 중인 최고급 모델 대부분을 한자리에서 보는 것은 시계 마니아들에게 꿈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캘리버89’, ‘더 그랜드마스터 차임 5175’, ‘스타캘리버 2000’ 등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비싼 시계들이다. 전 세계에 각각 5개와 7개, 20개만 존재하는 모델들이다.
‘워치메이커 룸’에서는 ‘워치메이커’가 시계를 분해해서 각 부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눈앞에서 보여준다.
파텍필립은 자사 모델을 완전히 분해하고 재조립할 수 있는 유지·보수 인력인 워치메이커를 전 세계에 250여 명 두고 있다.
도쿄 박람회에서는 단 두 명뿐인 한국인 워치메이커 가운데 한 명인 김대영 씨를 만날 수 있다. ‘시계의 왕’과 같은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파텍필립은 자사 제품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시계’라고 담백하게 표현했다.
오쓰카 이즈미 파텍필립 재팬 홍보부장은 “100년 전 부품을 만든 도구와 설계도를 지금도 보존하고 있다”며 “창업 이후 판매한 모든 제품을 애프터서비스(AS)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사진=파텍필립 제공
여왕은 결국 이 시계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여왕의 선택을 받은 시계 회사는 창업한 지 고작 12년째를 맞이한 스위스의 신생 브랜드, 파텍필립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파텍필립은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파텍필립은 지금도 ‘여왕의 선택을 받은 이 순간이 오늘날의 우리를 만든 결정적 장면이다’라고 밝힌다. 본사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의 파텍필립 박물관에 여왕의 시계를 소중하게 전시하는 이유다.
일본과 아시아 각국의 시계 애호가들은 6월의 시작과 함께 들떠 있었다. 제네바까지 가지 않고도 파텍필립의 최고 정수를 도쿄 신주쿠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지난 10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파텍필립 시계 아트 그랜드 박람회 도쿄 2023’은 말 그대로 “제네바가 신주쿠로 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전시였다. 전시장인 스미토모빌딩 삼각광장에 들어서자 바로 제네바 레만 호수로 ‘순간 이동’을 했다. 명물 꽃시계 뒤편의 초대형 디스플레이에 반짝이는 레만호 정경은 물 내음이 풍겨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 고색창연한 통로를 지나면 파텍필립 제네바 본사의 나폴레옹룸이 관람객을 맞는다. VIP 고객을 영접하는 장소다. 소파와 가구 배치는 물론 벽지까지 제네바의 나폴레옹룸을 그대로 재현했다.
손흥민도 사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
파텍필립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 브랜드다. 2019년 11월 ‘온리 워치 제네바’ 경매에서 손목시계 모델인 ‘그랜드마스터 차임 6300A-010’이 3100만스위스프랑(약 363억원)에 낙찰됐다. 시판 중인 시계로 범위를 좁혀도 파텍필립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그랜드마스터 차임 6300/403G-001’의 가격은 20억~30억원에 달한다.최고급 모델은 직경 47㎜, 두께 16㎜의 공간에 채워넣은 1366개의 미세한 부품이 수십 년 동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한다. 극한의 장인정신에 최고급 자동차보다 비싼 가격이 붙지만 시계 애호가들은 기꺼이 그 가치를 지불한다. ‘월드스타’ 손흥민도 파텍필립을 여러 점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목시계와 태엽 감는 장치(용두) 등을 처음 개발한 파텍필립은 시계 산업에서 ‘최초’ 타이틀을 가장 많이 보유한 제조사이기도 하다.
명품 시계 업계에서 몇 안 남은 가족 경영 기업이라는 점도 파텍필립의 자랑이다. 자본과 시장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브랜드의 가치를 지켜나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500점 명품 시계…‘사상 최대’ 월드투어
파텍필립은 2010년부터 박람회를 시작했다. 2015년 런던, 2017년 미국 뉴욕, 2019년 싱가포르에 이어 2021년엔 도쿄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한 차례 연기됐다. 4년 만인 도쿄 박람회는 파텍필립 사상 최대 규모다. ‘파텍필립 박물관 룸’과 ‘마스터 오브 사운드 룸’은 도쿄 박람회에서 처음 시도된 전시다. 파텍필립 박물관 소장품의 40%에 달하는 200점을 포함해 총 500점을 도쿄로 옮겨 왔다. 빅토리아 여왕의 회중시계도 그중 하나다. 전시품의 가치가 보장 한도를 훌쩍 넘어서서 보험사들이 고심했다는 후문이다.마스터 오브 사운드 룸에는 시판 중인 최고급 모델 15종이 한 장소에 전시됐다. 파텍필립의 최상위 모델은 최고급 백화점 매장에서조차 보기가 쉽지 않다. 상품이 들어오면 즉시 구매하겠다는 예약 고객이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구가야 야스하루 파텍필립 재팬 선임 어소이에이트는 “시판 중인 최고급 모델 대부분을 한자리에서 보는 것은 시계 마니아들에게 꿈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100년 전 부품 만든 도구와 설계도도 보존”
‘슈퍼 컴플리케이션 룸’에는 파텍필립의 기술력을 총동원한 모델 세 점이 전시됐다.‘캘리버89’, ‘더 그랜드마스터 차임 5175’, ‘스타캘리버 2000’ 등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비싼 시계들이다. 전 세계에 각각 5개와 7개, 20개만 존재하는 모델들이다.
‘워치메이커 룸’에서는 ‘워치메이커’가 시계를 분해해서 각 부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눈앞에서 보여준다.
파텍필립은 자사 모델을 완전히 분해하고 재조립할 수 있는 유지·보수 인력인 워치메이커를 전 세계에 250여 명 두고 있다.
도쿄 박람회에서는 단 두 명뿐인 한국인 워치메이커 가운데 한 명인 김대영 씨를 만날 수 있다. ‘시계의 왕’과 같은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파텍필립은 자사 제품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시계’라고 담백하게 표현했다.
오쓰카 이즈미 파텍필립 재팬 홍보부장은 “100년 전 부품을 만든 도구와 설계도를 지금도 보존하고 있다”며 “창업 이후 판매한 모든 제품을 애프터서비스(AS)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사진=파텍필립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