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디올부터 구찌다스까지…명품 브랜드, 운동화 신고 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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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스니커즈에 푹 빠진 럭셔리
발렌시아가 어글리·삭스 슈즈
럭셔리 '신발 혁명' 일으켜
루이비통·티파니앤코 등
하나 둘 슈즈 라인업 넓혀
스포츠 브랜드와 컬래버도
스니커즈에 푹 빠진 럭셔리
발렌시아가 어글리·삭스 슈즈
럭셔리 '신발 혁명' 일으켜
루이비통·티파니앤코 등
하나 둘 슈즈 라인업 넓혀
스포츠 브랜드와 컬래버도
“70만원짜리 양말 아니냐.”
2019년 스페인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가 런웨이에서 ‘스피드 러너’를 선보였을 때 일이다. 미디어들은 앞다퉈 조롱과 비난을 쏟아부었다. 양말처럼 신고 벗는 이 이상한(?) 운동화는 곧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지금까지도 유사 제품이 쏟아져 나오며, 명품업계의 슈즈 신제품 출시 관행을 완전히 뒤집었다. 요즘은 명품 브랜드 대부분 쇼케이스 가장 앞에 운동화를 전시한다. 스트리트 패션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스니커즈가 발렌시아가의 파격 이후 런웨이로 당당하게 올라선 셈이다.
구찌, 버버리 등이 한창 변화를 꾀하던 2019년, 발렌시아가는 스니커즈에서 답을 찾았다. 못 생기게 만들 것, 세상에 없는 디자인을 만들 것. 첫 운동화는 ‘트리플 S’였다. 120만원대의 이 신발은 높은 굽에 앞·뒤·옆으로 폭이 넓게 설계됐다. 신발을 신으면 발이 작아 보이기는커녕 1.5배는 더 커 보인다. 색 조합도 특이하다. 초록, 보라, 노란색 등 원색을 신발 한 켤레에 모두 넣었다. 신발 끈에도 문양이나 색을 넣어 운동화 전체에 통일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 신발은 매물이 없을 정도로 전 세계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때부터 너도나도 못 생기고 조악한 운동화를 신고 길거리로 나왔는데, ‘어글리 슈즈’로 불리며 당시 스니커즈 혁명을 일으켰다.
‘70만원짜리 양말’이라는 조롱 속에 등장한 후속작 스피드 러너는 100켤레도 못 팔고 망할 신발이라는 치욕적인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그해 가장 많이 팔린 운동화 5위 안에 들었다. 스포츠 브랜드가 아닌, 명품 브랜드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작을 꼽으라고 하면 나이키와 디올이 함께 만든 ‘에어 디올’ 스니커즈다. 기존 에어 조던 운동화 옆부분 나이키 스우시 로고에 디올 문양이 촘촘히 박혀 있다. 발매가는 260만원.
운동화치곤 꽤 비싼 가격 실험이었지만, 출시 하루 전부터 긴 대기줄이 늘어섰다. 리셀가도 3~5배까지 뛰었다.
나이키는 루이비통, 구찌 등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과도 끊임없이 이벤트성 협업을 했다. 하지만 가장 ‘뜬금없는’ 컬래버로 주목받은 주인공은 따로 있다.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와 나이키의 운동화 발매 소식.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두 브랜드가 함께 스니커즈를 제작한다는 소식에 운동화 마니아들은 열광했다. AI로 예상 모델을 만들어 디자인 공개일만 기다린 사람도 여럿. 나이키의 덩크 로우에 티파니 특유의 민트색을 섞은 운동화였다. 조금 더 특이한 디자인이나 ‘하트’ 문양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마니아들은 실망했다.
하지만 특별판으로 나온 나이키 로고에 티파니 다이아몬드가 박힌 모델은 출시와 함께 ‘럭셔리 중의 럭셔리’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아.붐.왔(아디다스 붐은 돌아왔다)’이라는 새 패션 유행어를 만든 아디다스의 스니커즈도 명품과의 한정판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구찌의 미켈레와 선보인 ‘익스퀴짓 구찌’라인은 아디다스 ‘가젤’ 스니커즈에 구찌 문양을 넣은 것. 구찌의 대표 컬러인 브라운 베이지의 가젤도 나왔다. 단순 이벤트로 한정판 스니커즈를 출시하는 것을 넘어 명품과 스포츠 브랜드가 한 컬렉션 전체를 함께 구상해 내놓은 건 구찌와 아디다스가 처음이었다.
특히 컬렉션이 런웨이에서 첫선을 보였을 당시 삼선과 구찌 홀스빗 모양의 만남은 패션계에 큰 충격을 줬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2019년 스페인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가 런웨이에서 ‘스피드 러너’를 선보였을 때 일이다. 미디어들은 앞다퉈 조롱과 비난을 쏟아부었다. 양말처럼 신고 벗는 이 이상한(?) 운동화는 곧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지금까지도 유사 제품이 쏟아져 나오며, 명품업계의 슈즈 신제품 출시 관행을 완전히 뒤집었다. 요즘은 명품 브랜드 대부분 쇼케이스 가장 앞에 운동화를 전시한다. 스트리트 패션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스니커즈가 발렌시아가의 파격 이후 런웨이로 당당하게 올라선 셈이다.
○발렌시아가의 ‘운동화 혁명’
발렌시아가는 오랫동안 가죽으로 된 클래식한 가방들을 내놓으며 사랑받은 브랜드다. 캐주얼보다는 클래식한 느낌이 강했다. 곡선 대신 직선을 주로 사용하며 절제된 매력이 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발렌시아가는 다른 브랜드들을 뛰어넘을 만한 터닝포인트를 마땅히 찾지 못했다.구찌, 버버리 등이 한창 변화를 꾀하던 2019년, 발렌시아가는 스니커즈에서 답을 찾았다. 못 생기게 만들 것, 세상에 없는 디자인을 만들 것. 첫 운동화는 ‘트리플 S’였다. 120만원대의 이 신발은 높은 굽에 앞·뒤·옆으로 폭이 넓게 설계됐다. 신발을 신으면 발이 작아 보이기는커녕 1.5배는 더 커 보인다. 색 조합도 특이하다. 초록, 보라, 노란색 등 원색을 신발 한 켤레에 모두 넣었다. 신발 끈에도 문양이나 색을 넣어 운동화 전체에 통일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 신발은 매물이 없을 정도로 전 세계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때부터 너도나도 못 생기고 조악한 운동화를 신고 길거리로 나왔는데, ‘어글리 슈즈’로 불리며 당시 스니커즈 혁명을 일으켰다.
‘70만원짜리 양말’이라는 조롱 속에 등장한 후속작 스피드 러너는 100켤레도 못 팔고 망할 신발이라는 치욕적인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그해 가장 많이 팔린 운동화 5위 안에 들었다. 스포츠 브랜드가 아닌, 명품 브랜드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스니커즈 is 뭔들’ 컬래버 열풍
발렌시아가의 운동화 열풍 이후 럭셔리 브랜드들은 하나둘 운동화 시장을 넘보기 시작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와 손잡고 작품을 내놨다. 명품 디자인을 살리면서 스포츠 브랜드의 기능성과 편안함을 더하는 ‘윈윈’ 전략이다.그중에서 가장 인기작을 꼽으라고 하면 나이키와 디올이 함께 만든 ‘에어 디올’ 스니커즈다. 기존 에어 조던 운동화 옆부분 나이키 스우시 로고에 디올 문양이 촘촘히 박혀 있다. 발매가는 260만원.
운동화치곤 꽤 비싼 가격 실험이었지만, 출시 하루 전부터 긴 대기줄이 늘어섰다. 리셀가도 3~5배까지 뛰었다.
나이키는 루이비통, 구찌 등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과도 끊임없이 이벤트성 협업을 했다. 하지만 가장 ‘뜬금없는’ 컬래버로 주목받은 주인공은 따로 있다.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와 나이키의 운동화 발매 소식.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두 브랜드가 함께 스니커즈를 제작한다는 소식에 운동화 마니아들은 열광했다. AI로 예상 모델을 만들어 디자인 공개일만 기다린 사람도 여럿. 나이키의 덩크 로우에 티파니 특유의 민트색을 섞은 운동화였다. 조금 더 특이한 디자인이나 ‘하트’ 문양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마니아들은 실망했다.
하지만 특별판으로 나온 나이키 로고에 티파니 다이아몬드가 박힌 모델은 출시와 함께 ‘럭셔리 중의 럭셔리’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아.붐.왔(아디다스 붐은 돌아왔다)’이라는 새 패션 유행어를 만든 아디다스의 스니커즈도 명품과의 한정판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구찌의 미켈레와 선보인 ‘익스퀴짓 구찌’라인은 아디다스 ‘가젤’ 스니커즈에 구찌 문양을 넣은 것. 구찌의 대표 컬러인 브라운 베이지의 가젤도 나왔다. 단순 이벤트로 한정판 스니커즈를 출시하는 것을 넘어 명품과 스포츠 브랜드가 한 컬렉션 전체를 함께 구상해 내놓은 건 구찌와 아디다스가 처음이었다.
특히 컬렉션이 런웨이에서 첫선을 보였을 당시 삼선과 구찌 홀스빗 모양의 만남은 패션계에 큰 충격을 줬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