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산업의 자존심 인텔이 “내년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점유율 세계 2위에 오를 것”이라고 전격 선언했다. 현재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에 사실상 선전포고한 것이다. 인텔은 ‘반도체 제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제2 창업’ 수준의 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텔은 22일 투자자 대상의 기업설명회(IR)를 열고 ‘내부(internal) 파운드리 모델’을 공개했다. 핵심은 반도체 개발·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사업부가 인텔 파운드리사업부(IFS)에 생산을 맡기는 내부거래도 IFS 매출로 잡는 것이다.

예컨대 인텔의 주력 제품인 PC용 중앙처리장치(CPU)를 개발한 부서가 IFS를 통해 칩을 생산하면 그만큼 IFS 매출이 증가하게 된다. 삼성전자도 인텔과 비슷한 방법으로 파운드리사업 매출을 집계하고 있다.

인텔의 전략적인 목표는 IFS 매출을 늘려 파운드리시장에서 위상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2024년 내부 물량 기준으로 20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해 세계 2위 파운드리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의 적극적인 파운드리 육성 행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외부 고객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과 ‘점유율이 오르면 외부 고객 주문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나온다.

황정수/김익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