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22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5.0%로 0.5%포인트(P) 인상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영국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금융시장에선 그동안 0.25%P 인상이 유력했으나 전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전망치보다 높게 나타나자 0.5%P 인상 전망이 급격히 부상했다.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연 8.7%로, 전문가 전망치(8.4%)보다 높았다. 물가 상승률은 넉달 째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BOE는 2021년 12월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긴축에 나선 뒤 역대 최저 수준(0.1%)이던 금리를 1년 반 동안 쉼 없이 올렸다. 그런데도 물가 상승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자 금융시장에선 기준금리 고점 전망치를 자꾸 더 높이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이 연 5%에서 끝날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이제는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인 연 6%를 찍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JP모건 카렌 워드 이코노미스트는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더 올려서 침체를 만들어내야 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모기지)에 비상이 걸렸다.

영국의 주담대 금리는 대체로 2년 주기로 변경되는데 올해 연말에 대거 갱신되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 데이터 업체 머니팩츠에 따르면 주담대 2년 고정금리 평균이 현재 연 6.9%인데 작년 3월엔 2.65%였다. 지난해 9월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미니 예산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쳤을 때는 연 6.65%까지 뛰었다.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는 전날 주담대 보유자 140만명의 가처분소득이 2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년 말 이전에 총선을 치러야 하는 리시 수낵 총리에겐 시한폭탄 같은 위험 요소다.

수낵 총리는 이날 BOE 금리 발표 직전 대변인을 통해 물가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를 계속 지지하며, BOE와 계속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