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한방에 주가 폭락…제약사 '리베이트 악재 완화 법' 나온다
리베이트 적발 때 ‘과징금’으로 제재수단 일원화
‘약가 인하·급여 정지’로 타격 크자 여야 모두 발의
장기 리스크 해소에 제약사 “환영” … 복지부는 신중

의약품의 불법 리베이트 적발 시 해당 약제에 대해 약가 인하 및 급여 정지 등 처분을 받던 것을 과징금으로 대체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의약품 리베이트는 병원에서 특정 제약회사와 계약해 의약품을 구입하면, 그중 일부를 다시 돌려받는 불법 유통 거래 행위다. 여야 모두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면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해당 약품은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어 혐의를 받기만 해도 주가 급락을 겪던 제약사들은 법안을 환영하고 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제재 수단이 과징금으로 일원화되는 데 신중한 입장이라 추후 상임위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

리베이트 행정처분 과도 … 여야 모두 발의

리베이트 약제에 대한 약가 인하, 급여 정지 등 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올해 여야에서 발의했다. 지난 1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데 이어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도 3월 법안을 내놨다. 리베이트에 대한 행정처분이 과도하다는 제약업계 요구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이 나선 것이다.

현재는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1~2회 위반 시 해당 약제는 20~40% 무기한 약가 인하 조치를 받으며, 3회 위반 시 최대 1년까지 급여를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해당 약제는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어 해당 의약품을 복용하던 환자는 대체 의약품으로 바꾸거나 약제비 부담이 늘어나는 불편함이 있었다.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요
호재기업:제약주 전반. 유유제약, JW중외제약, 일성신약, 유나이티드제약, 오리엔트바이오, 일동제약, 동성제약, 삼진제약, 유한양행, JW생명과학, 환인제약, JW홀딩스, 팜젠사이언스, 동아에스티, 삼일제약, 하나제약, 한미약품, 한독, 종근당홀딩스, 광동제약, 영진약품, 대웅제약, 대원제약, 동아소시오홀딩스, 일양약품, 삼성제약, 종근당, 한올바이오파마, 한미사이언스, 명문제약, 보령제약, 부광약품, 현대약품, 제일파마홀딩스, 삼성바이오로직스, 국제약품, 에이프로젠제약, 녹십자홀딩스, 녹십자, 일동홀딩스, 이연제약, 동화약품, 제일약품, 일양약품,
경보제약, 대웅, 종근당바이오, 셀트리온, 진원생명과학, 신풍제약, SK바이오사이언스
발의: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원실: 02-784-2390),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02-784-2374)
어떤 법이길래
=불법 리베이트 적발 시 약가 인하 혹은 급여 정지 처분을 내리던 것을 과징금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현재 건강보험법에는 리베이트 적발 시 약가를 20~40% 인하하고, 반복 적발 시 경우에 따라 최대 1년까지 급여를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급여 정지 처분 시 기존 의약품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 환자의 경우 본인부담금이 증가하거나 다른 의약품을 복용해야 해 환자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어떻게 영향 주나.
=제약사 입장에선 행정처분으로 인해 종합병원에서 해당 품목 코드가 빠지면 회사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일도 있었음. 업계에선 과징금이 커도 사실상 시장 퇴출보다는 낫다고 판단.
=리베이트 의혹이 터지기만 해도 주가가 곤두박질치던 데서 하락폭을 일부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

김 의원안은 리베이트 약가 인하 항목을 아예 삭제해 과징금만으로 처분이 가능하게 했다. 또 과징금 기준을 1차 위반 시 요양급여 총액의 100% 이내, 2차 위반 시 125% 이내, 3차 위반 시 150% 이내로 설정했다. 기존의 12개월간 분할 납부할 수 있는 조항은 24개월로 늘렸다. 요양급여 실적이 없어 급여 비용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엔 과징금이 50억원을 넘지 않도록 했다.

제약사와 의약품 도매상, 판촉영업자(CSO) 등도 법을 적용받게 해 행정처분의 빈틈을 줄이고자 했다. 이렇게 부과된 과징금은 건강보험 재정에 기여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 의원안도 약가 인하 및 급여 정지 처분을 갈음하는 과징금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약가 인하 항목을 삭제하지 않고 남겨둬 행정처분의 재량을 확대하도록 했다. 리베이트 1차 적발 시 해당 약제에 대한 약가를 20% 내로 인하하던 것은 30%로 상향했고, 영구적이던 약가 인하 기간은 5년으로 한정했다.
GettyImages
GettyImages
이 기간 중 재적발될 경우 약가 인하 폭은 50%로 설정하고, 기간은 10년으로 제한했다. 과징금은 1차 적발 시 5년간 약가 인하 총액의 100% 이내, 2차 적발 시 10년간 약가 인하 총액의 100% 이내, 급여 정지에 해당하는 3차 적발 시 10년간 약가 인하 총액의 150% 이내로 개정하도록 했다.

두 법안 모두 시행 전 적발된 리베이트 의약품이 행정처분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소급 적용할 수 있게 했다.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추후 병합 심사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난색…제약협회 "주가 방어에 긍정적"

제약바이오업계에선 법안을 환영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행정 처분으로 종합병원에서 해당 품목 코드가 빠지면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징벌적 과징금 자체로도 경각심이 들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급여 정지의 경우 사실상 건강보험 퇴출"이라며 "다른 의약품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 고충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리베이트 혐의가 인정되면 해당 기업은 이미지 하락, 리베이트 약가 인하 제도 적용으로 실적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주가도 곤두박질친다. 제약업계에선 최근 경동제약, 동성제약, 안국약품, 대웅제약 등이 리베이트 관련 의혹으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동성제약은 2018년 12월 리베이트 건으로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하루 만에 주가가 18%나 떨어지는 등 급락을 면치 못한 사례가 있다. 2020년 신풍제약도 2013년 리베이트 행위가 뒤늦게 적발돼 판매업무정지 3개월 행정처분을 받으면서 주가가 추가 급락했다.
GettyImages
GettyImages
업계에선 법안 발의를 계기로 행정처분 정책이 재검토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주가 폭락 사태를 방어하는 데도 일부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영구적으로 약가가 인하되던 것에서 일회성 과징금으로 끝나면 장기 리스크가 해소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대형 제약사보다는 중소형사에 주가 방어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 의원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복지부는 "약가 인하와 급여 정지는 의약품의 불법 리베이트로 인한 의약품 가격 상승의 원인 제거 및 리베이트 근절 등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강력한 제재 수단"이라며 "과징금 부과는 일시적인 행정 처분으로 제재 효과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약가 인하의 기간 설정은 영구적 감액보다 제재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고도 했다. 의료법·약사법과 달리 국민건강보험법에서만 과징금으로 처분을 일원화하는 것이 보건의료법령 간 규율체계 통일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