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학교 선생님, 일타강사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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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비 걱정없는 공교육
모두가 원하지만 현실은 반대
교사는 잡무 시달리고 담임 기피
잘 가르치는 교사에 인센티브
교원능력평가제 수술 필요
반발 있어도 개혁 지속해야
하수정 유통산업부 차장
모두가 원하지만 현실은 반대
교사는 잡무 시달리고 담임 기피
잘 가르치는 교사에 인센티브
교원능력평가제 수술 필요
반발 있어도 개혁 지속해야
하수정 유통산업부 차장
정부의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이 발표된 지난 21일, 현직 고등학교 교사에게 연락을 했다. 밤 10시에 퇴근한 교사와 겨우 통화가 됐다. 고3 담임이자 과학 교과 담당인 그는 기말고사 출제 업무로 퇴근이 늦었다. 하루 종일 수업과 학생 상담, 보고서 작성 등 행정 업무 등을 처리한다고 했다. “학원보다 더 잘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 방법은 없을까요?”라는 질문에 교사의 답변은 뜬금없었다. “제가 슈퍼맨이었으면 좋겠어요.”
부모라면 누구나 희망한다. 자녀가 다양한 경험을 하며 배움의 기쁨을 만끽하고, 본인의 적성을 찾아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를. 학교에서 전 과목과 예체능에 걸쳐 ‘일타 강사’처럼 잘 가르치는 교사를 만나 사교육 없이 아이를 키운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것은 이상에 가까운 상상이다. 현실에선 초·중·고 학생 10명 중 8명은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대학 정시를 노리는 고등학생의 자퇴가 증가하고, 고3 수업 시간에 60% 이상의 학생이 다른 공부를 하거나 잠을 잔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이렇게 무너진 공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교육부가 대책을 내놨다. 여기엔 ‘잘 가르치는 교사’가 우대받도록 교원 보상체계를 손질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잘 가르치는 교사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지, 어떻게 교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것인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교육부는 내년 상반기 보수와 연수, 인사 등 교원 정책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해 공개할 방침이다.
학교가 혁신하기 위해선 교사가 변해야 한다. 수업 질에 따라 교사 처우를 달리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그래서 옳다. 하지만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인지 실상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어야 한다. 교사는 보통 학교에서 ‘1인 3역’을 한다. 담당 과목 수업을 하는 역할과 학급의 담임이나 교사 조직의 중간 관리자인 보직 부장도 있다. 학교 행정 업무를 하는 회사원이기도 하다.
교사들은 ‘수업에 전념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잡무를 꼽는다. 각종 기관에 제출할 보고서 작성부터 학생 관리를 위한 전산 업무, 학교 행사 업무 등 온갖 행정 업무를 나눠 맡는다. ‘슈퍼맨이 되고 싶다’는 한 교사의 자조 섞인 이야기는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행정 업무가 많은 편이다. 한국 교사의 행정 업무 시간은 통계에 잡힌 것만 해도 주당 5.4시간으로 교육 선진국으로 꼽히는 핀란드(1.1시간)나 프랑스(1.4시간)의 다섯 배에 육박한다.
교사들 사이에선 담임을 기피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책임은 크고 보상은 적다고 생각해서다. 한 반에 20~30명 아이들의 담임을 맡으면 학생의 생활 교육과 행정 업무가 따라온다. 폭력사건 등 학급 내 돌발상황이나 학부모 민원에 따른 ‘감정 노동’은 담임 교사들에게 또 다른 공포다. 담임을 맡으면 나오는 수당은 월 13만원. 8년째 똑같다. 기간제 교사의 담임 비율(2016년 16.1%→2022년 27.4%)이 매년 높아지는 현상은 정규 교사들이 담임을 맡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이런 현실에선 교사에게 “질 높은 수업을 하라”고 부추겨봤자 소용이 없다. 여러 명의 전담팀까지 꾸려 수업 콘텐츠를 연구하는 유명 학원 강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환경이다.
교사가 수업에 전념하게 만들기 위한 해법이 간단치는 않다. 결국 인력을 더 뽑아 잡무를 줄여주거나 보상을 많이 해야 하는데, 이것은 교육부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교사의 인사정책만 달리 했다간 공무원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교육부의 대책을 실현하기 위해선 교원평가 체계를 건드려야 한다. 잘 가르치는 교사, 이른바 ‘일타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려면 필연적으로 교사에 대한 평가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교원단체들은 현 평가제도인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아예 폐지하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 뻔하다.
학생과 학부모가 익명으로 교사 만족도 평가를 하는 구조인 교원능력개발평가의 부작용이 없진 않다. 지난해 세종의 한 고등학교 학생이 교원평가 서술형 문항에 교사의 신체를 비하하는 문구를 쓴 것이 공개되는 등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과 인권 침해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교사들이 학생에게 밉보일까 생활지도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교권 추락을 막을 수 있는 보완 장치 마련이 필수다.
이렇듯 교육부의 ‘일타 교사 만들기 프로젝트’는 매우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앞으로 많은 갈등과 논란이 일더라도 멈추면 안 된다.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한 고개씩 넘으면 된다. 지금 공교육을 개혁하지 않으면 ‘잠자는 학교, 희망 없는 학교’를 내 자녀와 그다음 세대까지 물려주는 끔찍한 미래가 펼쳐진다.
부모라면 누구나 희망한다. 자녀가 다양한 경험을 하며 배움의 기쁨을 만끽하고, 본인의 적성을 찾아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를. 학교에서 전 과목과 예체능에 걸쳐 ‘일타 강사’처럼 잘 가르치는 교사를 만나 사교육 없이 아이를 키운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것은 이상에 가까운 상상이다. 현실에선 초·중·고 학생 10명 중 8명은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대학 정시를 노리는 고등학생의 자퇴가 증가하고, 고3 수업 시간에 60% 이상의 학생이 다른 공부를 하거나 잠을 잔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이렇게 무너진 공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교육부가 대책을 내놨다. 여기엔 ‘잘 가르치는 교사’가 우대받도록 교원 보상체계를 손질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잘 가르치는 교사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지, 어떻게 교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것인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교육부는 내년 상반기 보수와 연수, 인사 등 교원 정책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해 공개할 방침이다.
학교가 혁신하기 위해선 교사가 변해야 한다. 수업 질에 따라 교사 처우를 달리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그래서 옳다. 하지만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인지 실상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어야 한다. 교사는 보통 학교에서 ‘1인 3역’을 한다. 담당 과목 수업을 하는 역할과 학급의 담임이나 교사 조직의 중간 관리자인 보직 부장도 있다. 학교 행정 업무를 하는 회사원이기도 하다.
교사들은 ‘수업에 전념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잡무를 꼽는다. 각종 기관에 제출할 보고서 작성부터 학생 관리를 위한 전산 업무, 학교 행사 업무 등 온갖 행정 업무를 나눠 맡는다. ‘슈퍼맨이 되고 싶다’는 한 교사의 자조 섞인 이야기는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행정 업무가 많은 편이다. 한국 교사의 행정 업무 시간은 통계에 잡힌 것만 해도 주당 5.4시간으로 교육 선진국으로 꼽히는 핀란드(1.1시간)나 프랑스(1.4시간)의 다섯 배에 육박한다.
교사들 사이에선 담임을 기피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책임은 크고 보상은 적다고 생각해서다. 한 반에 20~30명 아이들의 담임을 맡으면 학생의 생활 교육과 행정 업무가 따라온다. 폭력사건 등 학급 내 돌발상황이나 학부모 민원에 따른 ‘감정 노동’은 담임 교사들에게 또 다른 공포다. 담임을 맡으면 나오는 수당은 월 13만원. 8년째 똑같다. 기간제 교사의 담임 비율(2016년 16.1%→2022년 27.4%)이 매년 높아지는 현상은 정규 교사들이 담임을 맡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이런 현실에선 교사에게 “질 높은 수업을 하라”고 부추겨봤자 소용이 없다. 여러 명의 전담팀까지 꾸려 수업 콘텐츠를 연구하는 유명 학원 강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환경이다.
교사가 수업에 전념하게 만들기 위한 해법이 간단치는 않다. 결국 인력을 더 뽑아 잡무를 줄여주거나 보상을 많이 해야 하는데, 이것은 교육부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교사의 인사정책만 달리 했다간 공무원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교육부의 대책을 실현하기 위해선 교원평가 체계를 건드려야 한다. 잘 가르치는 교사, 이른바 ‘일타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려면 필연적으로 교사에 대한 평가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교원단체들은 현 평가제도인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아예 폐지하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 뻔하다.
학생과 학부모가 익명으로 교사 만족도 평가를 하는 구조인 교원능력개발평가의 부작용이 없진 않다. 지난해 세종의 한 고등학교 학생이 교원평가 서술형 문항에 교사의 신체를 비하하는 문구를 쓴 것이 공개되는 등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과 인권 침해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교사들이 학생에게 밉보일까 생활지도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교권 추락을 막을 수 있는 보완 장치 마련이 필수다.
이렇듯 교육부의 ‘일타 교사 만들기 프로젝트’는 매우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앞으로 많은 갈등과 논란이 일더라도 멈추면 안 된다.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한 고개씩 넘으면 된다. 지금 공교육을 개혁하지 않으면 ‘잠자는 학교, 희망 없는 학교’를 내 자녀와 그다음 세대까지 물려주는 끔찍한 미래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