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인도가 첨단기술·국방·무역 등 전 분야에서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인도 끌어안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중국의 제재를 받는 미국 반도체회사 마이크론이 인도에 새 공장을 짓고, 양국이 전투기 엔진을 공동 생산하는 데 합의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전투기 엔진 기술을 인도에 이전하기로 했다.

첨단 무장 드론을 인도에서 제조하는 등 양자컴퓨터·인공지능(AI)·반도체·오픈랜 통신망 등 첨단기술 전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다.

글로벌 안보 현안도 논의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전쟁의 끔찍하고 비극적인 인도적 결과를 애도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우크라이나를 계속 인도적으로 지원하기로 약속했으며, 러시아를 명시하지는 않으면서 “국제법, 유엔 헌장의 원칙, 영토 보전과 주권에 대한 존중”을 촉구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인도에 대대적인 선물 보따리를 안긴 것은 중국을 겨냥한 행보라는 평가다.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는 데 남아시아 강국인 인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가 작동하기 위해선 인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로 대표되는 중국의 대외진출 전략을 견제하기 위해 쿼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모디 인도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인도의 협력관계가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십 중 하나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긴밀하며 역동적”이라고 양국 관계를 평가했다. 모디 총리도 양국 관계가 “새로운 수준의 신뢰와 상호 이해에 도달했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인도는 러시아와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고려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미국이 주도하는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오히려 러시아로부터 원유와 무기 수입을 대폭 늘리는 등 미국과 엇박자를 내왔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