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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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강남 C클럽 앞. 빗물이 하수구로 빠질 수 있도록 하는 빗물받이 안은 150개가 넘는 담배꽁초로 가득했다. 인근 맥주 가게에선 빗물받이 위에 입간판을 설치해 배수로를 차단했다. 이날 강남역과 이수역, 신림 반지하촌 일대를 살펴본 결과 빗물받이 178개 중 85개(47.7%)가 관리되지 않은 채 쓰레기로 차 있었다.

폭우 때마다 강남 물난리의 원인으로 꼽히던 빗물받이 속 쓰레기들이 여전히 배수로를 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역으로 빗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막는 차수벽 보강은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강남·서초·동작구는 올해 빗물받이·방재시설 관련 예산으로 136억원을 편성했지만 이날 기준 집행된 예산은 99억원(72.7%)에 그쳤다. 착공에 들어가지 않고 사업 발주만으로도 예산이 집행됐다고 보기 때문에 실제 사업 진행률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역과 이수역, 대치역 출입구 34곳 중 차수벽이 보강된 곳은 이수역 9번 출구 한 곳뿐이었다. 이수역 남성사계시장은 점포 135개 중 100개(74%)만이 차수벽 설치가 완료됐다. 상인 이모씨(71)는 “지난 4월 차수벽을 설치하고 싶다고 구청에 요청했으나 아직도 설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신림동 반지하촌 일대도 4800여 가구 중 차수벽 설치가 완료된 곳은 절반에 불과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