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지난달 기업과 개인의 엔화 예금이 한 달 만에 9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2017년 10월 9억7000만달러 증가한 후 6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엔저 여파로 원·엔 환율이 900원대 초·중반으로 하락하자 투자·여행 등을 위해 엔화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쌀 때 쟁여놓자" 엔화 예금, 6년來 가장 많이 늘어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거주자의 엔화 예금잔액은 62억5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9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엔화 예금은 지난 2월 전월 대비 8억8000만달러 줄어든 이후 3월 4억7000만달러, 4월 3억4000만달러 감소하다 5월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은은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자금 일시 예치, 개인의 여유 자금 예치 등으로 엔화 예금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엔화 예금이 증가한 것은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서 엔화 예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한은에 따르면 원·엔 환율은 4월 말 100엔당 1000원63전에서 지난달 말 945원98전으로 하락했다. 환율이 내리면서 투자 자금을 미리 엔화로 환전한 기업이나 환투자 목적으로 엔화 예금을 늘린 개인이 많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원·엔 환율이 이달 800원대를 기록하는 등 900원대 초 안팎에서 움직이는 걸 감안하면 6월엔 엔화 예금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원·엔 환율이 지금처럼 낮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저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입, 관광객 확대 등은 엔화 수요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3분기 이후 엔저가 유지되긴 어렵다”고 밝혔다.

엔화를 포함한 전체 외화예금 잔액은 5월 말 967억9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54억달러 증가했다. 외화예금 잔액은 1월부터 넉 달 연속 감소하다가 5개월 만에 늘었다.

지난달 달러화 예금이 30억9000만달러, 유로화 예금이 12억9000만달러 증가했다.

예금 주체별로는 기업예금이 5월 말 826억7000만달러로 한 달 새 51억3000만달러, 개인예금이 141억2000만달러로 한 달 새 2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