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나가는 중앙은행들, 파월 "두 번 더 인상 적절"…AI로 버티는 주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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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미 동부시간) 새벽부터 긴축 소식이 세계 곳곳에서 전해졌습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예상외로 50bp(3.75%)를 올렸고 스위스는 25bp를 인상했지만, 추가 인상을 강력히 시사했습니다. 그리고 월가 출신을 새로 중앙은행장에 앉힌 터키의 기준금리는 8.5%에서 15%로 껑충 뛰었습니다.
투자자들이 주시한 영국은행도 50bp 인상을 단행, 기준금리가 5%가 됐습니다. 시장 예상(50bp 인상 확률 약 40%)보다 매파적이었습니다. 영국은 어제 5월 소비자물가(CPI)가 나왔는데, 근원 물가가 4월 6.8%보다 더 올라간 7.1%로 나왔죠. 영국 경제는 지난 1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0.1% 성장하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인데, 금리를 이렇게 올린다면 침체가 확실시됩니다.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 금리 인상이 국민에게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모기지나 대출을 받은 많은 사람은 당연히 걱정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나중에 더 나빠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영국이 8월에도 50bp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도이치뱅크와 JP모건은 최종금리 예측치를 5.75%로 높였습니다. 75bp 더 올린다는 얘기입니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강하게 긴축했다면 미 달러화는 상대적으로 약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달러는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영국은 경기 침체가 확실시되고 있고, 터키는 중앙은행장이 언제 잘릴지 모릅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를 올린 중앙은행장을 몇 차례 경질했죠. 노르웨이 크로네화만 달러 대비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오안다의 크레이그 얼람 전략가는 "금리 인상은 일반적으로 통화 가치를 높이지만 금리가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르면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 국채 금리는 영국은행 발표 직후 올랐다가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역시 경제 침체 우려 탓이죠. 반면 미국 국채 금리는 계속해서 상승했습니다. 오전 10시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탰습니다. 전반적인 발언은 어제 하원 청문회,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비슷했지만 조금 더 강했습니다. 파월은 "마지막 FOMC 회의의 요점은 정말 긴축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었다면서 "사람들은 Fed가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people should believe)"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우리는 (최종금리에) 가깝지만 조금 더 인상해야 한다"라면서 "FOMC 위원 대다수가 조금 더 올려야 한다고 느끼고 있고, 올해 두 차례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파월 의장은 향후 결정에 대해선 "데이터가 우리에게 뭘 해야 할지 말해줄 것"이라고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발표된 경제 데이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추가 긴축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① 예상보다 나은 기존주택 판매(오전 8시 30분)
5월 기존주택 판매 건수는 전월보다 0.2% 늘어난 연율 430만 채에 달했습니다. 월가 예상(-0.7%)이나 4월(-3.2%)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물론 전년 대비로는 20.4% 감소한 것입니다. 매매 중간가격은 39만6100달러로 전년 대비 3.1% 내렸지만, 전월(38만5900달러)보다는 상승했습니다. ING는 "모기지 신청이 정점에서 50% 줄었다는 사실은 주택 가격이 훨씬 더 빨리 하락해야 함을 의미하지만, 기존주택 매물이 팬데믹 이전보다 약 45% 감소해 가격이 버티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선 계속 오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매물 재고는 3개월 치인 108만 채에 불과합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5월에는 191만 채가 있었습니다. ING는 "수요가 괜찮은 상황에서 기존주택 매물 부족은 신규주택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는 신규주택 착공과 주택건설업자 심리지수가 다시 증가하는 것을 보고 있다. 주택 건설은 지난 1년 동안 경제 성장에 상당한 걸림돌이었지만 향후 몇 분기는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기존주택 판매 수치가 발표된 뒤 "2분기 주택 투자에 대한 추정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의 2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도 0.1%포인트 높인 1.4%로 바꾼다"라고 밝혔습니다. ② 실업급여 청구 2021년 10월 이후 최고라지만(오전 8시 30분)
주간(~17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26만4000건으로 예상(25만6000건)보다 많았고 이전 주와는 같았습니다. 이 전주 수치가 2000건 상향 수정된 때문입니다. 연속 3주 동안 26만 건대가 유지된 것입니다. 이는 또 지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많은 것입니다. 그렇지만 월가는 이를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실업급여 청구가 예상을 웃돌았지만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왜곡된 탓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오하이오주에서 대규모 사기 청구가 적발된 것, 또 미네소타주가 청구자격을 확대한 것을 말합니다. 골드만은 "이런 요인을 고려하면 증가 추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증가 폭은 커 보이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연속 청구 건수가 감소한 것도 아직 해고가 심각하지 않음을 뜻합니다. 지난 10일로 끝난 연속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만3000명 감소한 175만9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③ 더 낮아진 경기 선행지수(오전 10시)
콘퍼런스보드의 5월 경기선행지수(LEI)는 전월보다 0.7% 하락한 106.7로 발표됐습니다. 14개월 연속 내림세입니다. 이 지수는 제조업 신규주문, 실업급여 청구 건수, 주택 신규허가, 주가, 소비자 기대치 등 10개 항목을 기초로 추산합니다. 콘퍼런스보드 측은 "지수는 소비자 기대치, 제조업 신규주문, 채권 수익률 스프레드, 악화한 신용 여건 등으로 인해 5월에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미국 경제는 오는 3분기부터 2024년 1분기까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콘퍼런스보드가 예상하는 침체 시기는 계속 늦춰지고 있습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경기선행지수는 경제의 제조업 측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어서 서비스의 중요성 증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더 많은 지출을 선회한 2022년 중반 이후 약세를 보여온 이유"라면서 "경기동행지수가 현재 경제성장률을 더 잘 반영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5월 동행지수는 전월 대비 0.2% 상승한 110.2를 기록했습니다. 동행지수는 4월에도 0.3% 올랐었습니다.
파월 의장뿐 아니라 오늘 발언에 나선 Fed의 미셸 보우먼 이사도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낮추려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제약적으로 되려면 금리가 더 높아질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전략가는 Fed가 올해 두 번 더 긴축하면 경제가 "심각한 불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통화 정책이 시행되는 시점과 실물 경제 데이터에 실제로 나타나는 시점 사이에는 긴 시차가 있다. 우리는 그 지연 때문에 아직 많은 영향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과잉 긴축에 대해 많이 걱정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파월 의장 발언으로 인해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서는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76.9%에 달하고 있습니다. 며칠째 큰 변화는 없습니다. 변화가 있는 곳은 올해 말 금리 예상입니다. 이제 연내 기준금리 인하 베팅은 사라졌고, 11월에 25bp를 추가 인상할 것이란 베팅이 이제 19.9%까지 높아졌습니다. Fed의 통화 정책을 반영하는 달러는 상승해 어제의 하락세를 지웠습니다. ICE 달러 인덱스는 0.33% 오른 102.40을 기록했습니다. 금리도 크게 뛰었습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오후 4시께 8.2bp나 상승한 4.795%를 기록했습니다. 장중 4.808%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10년물은 7.4bp 오른 3.799%에 거래됐습니다. 통화 정책을 좇는 2년물이 더 높이 뛰면서 경기 침체 징후로 여겨지는 2년/10년 수익률 곡선 역전 폭은 다시 100bp를 넘었습니다. 유가는 폭락했습니다. 각국의 긴축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수요 감소 우려가 높아진 탓입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4.16%나 하락한 배럴당 69.51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오늘 하락률은 지난 6월 12일 이후 최대이며, 종가는 지난 14일 이후 가장 낮습니다. 브렌트유도 4.05% 내린 74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 9시 30분 0.1~0.4%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 발언이 시작될 때쯤 나스닥은 상승세로 돌아섰고 이후 계속 올랐습니다.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자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빅테크에 매수세가 쏠리는 현상이 재개된 것입니다.결국 다우는 0.01% 약보합세를 보였지만 S&P500 지수는 0.37%, 나스닥은 0.95%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아마존은 4.17%나 올랐고 마이크로소프트(1.81%)와 애플(1.46%)도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업종별로는 기술주와 함께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등 경기방어주가 상승했습니다. 반면 경기민감 업종인 산업, 소재, 금융, 에너지, 부동산 등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청문회에서 상업용 부동산 부문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것을 관찰하고 밝히면서 금융주와 부동산주가 동시에 하락했습니다. 변동성지수(VIX)는 오늘 2.2% 떨어져 12.91%까지 내렸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VIX가 투자자들이 안주하고 있음을 나타낼 수도 있지만, 시장 변동성이 낮고 여름에 낮아지는 계절성 때문일 수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에는 인공지능(AI)이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 마진을 끌어올릴 것이란 주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기가 둔화하는데도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그런 믿음이 오늘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이달 초 보고서에서 생성 AI가 미국 증시의 새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업들이 AI 기술을 본격적으로 채택할 경우 생산성이 개선되면서 향후 20년간 S&P500 기업의 연평균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5.4%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현재 시장 추정치는 4.9%입니다. 이는 S&P500 기업의 공정 가치가 9% 더 높다, 즉 S&P500 지수가 9% 더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AI가 기업 이익을 높일 수 있지만, 규모와 시기는 불확실하다고 의문을 달았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지적처럼 AI 투자가 당장 몇 분기 안에 기업 실적을 개선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립니다. 중장기적인 생산성 향상 요인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AI가 당장 주가 상승을 지속시킬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이번 주 S&P500 지수의 전망치를 2024년 4500에서 5500으로, 2025년 5000에서 6500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그러면서 핵심 동인은 AI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토마스 매튜스 이코노미스트는 "AI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정이 향후 몇 년 동안 더 커질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혁신적 신기술은 종종 과거 주가 버블로 나타났다. 우리는 지금 비슷한 것을 보고 있거나 미래에 최소한 AI 기술에 대한 열정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시기에 있고, 이는 주가지수에 더 광범위하게 강력한 순풍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비타 서브라매니언 전략가는 지난해부터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아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달라졌습니다. AI 때문이죠. 그는 "AI는 복잡하지만, 그냥 단순한 기술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AI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기술 기업은 당연히 투자할 것이고 구경제 기업도 투자해야 할 것이다. 모두가 그렇다. 하나의 테마가 아니다. AI는 효율화, 자동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하는 그런 것의 일부로 기업 마진에 정말 긍정적일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마진의 향상은 종종 밸류에이션 멀티플, 즉 주가수익비율(P/E) 확장으로 나타난다고 강조했습니다. 19배에 이르는 미국 증시의 높은 P/E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팀의 공식 의견과도 다릅니다. 이코노미스트팀은 미국에 인구 노령화를 포함한 생산성 역풍이 있다고 경고하며 AI가 아직 생산성 데이터를 향상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JP모건의 두브라브코 라코스-부자스 전략가도 비슷합니다. 그는 "내 배경도 퀀트이고 머신러닝 AI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이어온 추세다. 퀀트는 수년 전부터 채택해 왔으며 대기업들은 이미 군비경쟁 같은 걸 벌여왔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이 갑자기 그 존재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반도체 등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종류의 큰 내러티브가 생산성 등에 혁명을 일으키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시간이 걸릴 것이고 우리는 내년이나 한두 해 만에 그렇게 될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많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매우 건전한 경향은 아니다. 잠재력이 많지만, 아주 새로운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단기적으로 그렇게 많은 것을 혁신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관련 주식은 계속해서 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주가를 비싸게 유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빅테크 등 특정 기업, 산업이 이로부터 확실히 이익을 얻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큰 그림 속에서 경제는 단기적으로 중요한 혜택을 얻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2~3년 후의 중기적 이야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최근 기업 이익이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컨센서스에 반영되고 있지만 나는 정중히 동의하지 않는다. 기업 실적 개선 기대는 일부 대기업의 더 낙관적인 하반기 전망과 AI에 대한 새로운 흥분이 결합하여 나타난 것으로 생각한다. 일부 개별 기업은 올해 AI 투자 확대로 인해 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지만, 이번 주기의 기업 실적 추세의 궤적을 의미 있게 바꾸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성장 둔화나 정체 속에 직면한 기업이 AI 투자를 결정한다면 오히려 이 기업의 마진에는 단기적으로 추가적인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Fed의 추가 긴축, 경기 침체 여부 및 AI 관련 기대 등과 관련 월가에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변동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US뱅크 자산운용의 테리 샌드벤 전략가는 "나스닥은 오늘 올랐지만, 어제는 하락했었다. 주가는 일시 정지 상태에 있는 것 같다. 강세장 진영과 약세장 진영 사이의 줄다리기는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이는 가까운 미래에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증가함을 의미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파생상품 팀은 ① 투자자들의 공격적 투자와 Fed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시장의 취약성 위험이 커지고 있다 ② 금리를 인상하지 않기로 한 Fed의 결정은 단기적으로는 유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③ 취약성 위험 증가는 낮은 변동성, 확장된 주식 포지셔닝 및 움직이지 않는 Fed에 의해 발생한다 ④ 이를 헤처가려면 주식 매수 대신 다소 저렴한 SPX 콜옵션을 소유하는 것을 고려하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 국채 금리는 영국은행 발표 직후 올랐다가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역시 경제 침체 우려 탓이죠. 반면 미국 국채 금리는 계속해서 상승했습니다. 오전 10시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탰습니다. 전반적인 발언은 어제 하원 청문회,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비슷했지만 조금 더 강했습니다. 파월은 "마지막 FOMC 회의의 요점은 정말 긴축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었다면서 "사람들은 Fed가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people should believe)"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우리는 (최종금리에) 가깝지만 조금 더 인상해야 한다"라면서 "FOMC 위원 대다수가 조금 더 올려야 한다고 느끼고 있고, 올해 두 차례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파월 의장은 향후 결정에 대해선 "데이터가 우리에게 뭘 해야 할지 말해줄 것"이라고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발표된 경제 데이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추가 긴축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① 예상보다 나은 기존주택 판매(오전 8시 30분)
5월 기존주택 판매 건수는 전월보다 0.2% 늘어난 연율 430만 채에 달했습니다. 월가 예상(-0.7%)이나 4월(-3.2%)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물론 전년 대비로는 20.4% 감소한 것입니다. 매매 중간가격은 39만6100달러로 전년 대비 3.1% 내렸지만, 전월(38만5900달러)보다는 상승했습니다. ING는 "모기지 신청이 정점에서 50% 줄었다는 사실은 주택 가격이 훨씬 더 빨리 하락해야 함을 의미하지만, 기존주택 매물이 팬데믹 이전보다 약 45% 감소해 가격이 버티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선 계속 오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매물 재고는 3개월 치인 108만 채에 불과합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5월에는 191만 채가 있었습니다. ING는 "수요가 괜찮은 상황에서 기존주택 매물 부족은 신규주택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는 신규주택 착공과 주택건설업자 심리지수가 다시 증가하는 것을 보고 있다. 주택 건설은 지난 1년 동안 경제 성장에 상당한 걸림돌이었지만 향후 몇 분기는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기존주택 판매 수치가 발표된 뒤 "2분기 주택 투자에 대한 추정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의 2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도 0.1%포인트 높인 1.4%로 바꾼다"라고 밝혔습니다. ② 실업급여 청구 2021년 10월 이후 최고라지만(오전 8시 30분)
주간(~17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26만4000건으로 예상(25만6000건)보다 많았고 이전 주와는 같았습니다. 이 전주 수치가 2000건 상향 수정된 때문입니다. 연속 3주 동안 26만 건대가 유지된 것입니다. 이는 또 지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많은 것입니다. 그렇지만 월가는 이를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실업급여 청구가 예상을 웃돌았지만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왜곡된 탓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오하이오주에서 대규모 사기 청구가 적발된 것, 또 미네소타주가 청구자격을 확대한 것을 말합니다. 골드만은 "이런 요인을 고려하면 증가 추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증가 폭은 커 보이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연속 청구 건수가 감소한 것도 아직 해고가 심각하지 않음을 뜻합니다. 지난 10일로 끝난 연속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만3000명 감소한 175만9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③ 더 낮아진 경기 선행지수(오전 10시)
콘퍼런스보드의 5월 경기선행지수(LEI)는 전월보다 0.7% 하락한 106.7로 발표됐습니다. 14개월 연속 내림세입니다. 이 지수는 제조업 신규주문, 실업급여 청구 건수, 주택 신규허가, 주가, 소비자 기대치 등 10개 항목을 기초로 추산합니다. 콘퍼런스보드 측은 "지수는 소비자 기대치, 제조업 신규주문, 채권 수익률 스프레드, 악화한 신용 여건 등으로 인해 5월에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미국 경제는 오는 3분기부터 2024년 1분기까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콘퍼런스보드가 예상하는 침체 시기는 계속 늦춰지고 있습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경기선행지수는 경제의 제조업 측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어서 서비스의 중요성 증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더 많은 지출을 선회한 2022년 중반 이후 약세를 보여온 이유"라면서 "경기동행지수가 현재 경제성장률을 더 잘 반영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5월 동행지수는 전월 대비 0.2% 상승한 110.2를 기록했습니다. 동행지수는 4월에도 0.3% 올랐었습니다.
파월 의장뿐 아니라 오늘 발언에 나선 Fed의 미셸 보우먼 이사도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낮추려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제약적으로 되려면 금리가 더 높아질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전략가는 Fed가 올해 두 번 더 긴축하면 경제가 "심각한 불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통화 정책이 시행되는 시점과 실물 경제 데이터에 실제로 나타나는 시점 사이에는 긴 시차가 있다. 우리는 그 지연 때문에 아직 많은 영향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과잉 긴축에 대해 많이 걱정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파월 의장 발언으로 인해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서는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76.9%에 달하고 있습니다. 며칠째 큰 변화는 없습니다. 변화가 있는 곳은 올해 말 금리 예상입니다. 이제 연내 기준금리 인하 베팅은 사라졌고, 11월에 25bp를 추가 인상할 것이란 베팅이 이제 19.9%까지 높아졌습니다. Fed의 통화 정책을 반영하는 달러는 상승해 어제의 하락세를 지웠습니다. ICE 달러 인덱스는 0.33% 오른 102.40을 기록했습니다. 금리도 크게 뛰었습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오후 4시께 8.2bp나 상승한 4.795%를 기록했습니다. 장중 4.808%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10년물은 7.4bp 오른 3.799%에 거래됐습니다. 통화 정책을 좇는 2년물이 더 높이 뛰면서 경기 침체 징후로 여겨지는 2년/10년 수익률 곡선 역전 폭은 다시 100bp를 넘었습니다. 유가는 폭락했습니다. 각국의 긴축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수요 감소 우려가 높아진 탓입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4.16%나 하락한 배럴당 69.51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오늘 하락률은 지난 6월 12일 이후 최대이며, 종가는 지난 14일 이후 가장 낮습니다. 브렌트유도 4.05% 내린 74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 9시 30분 0.1~0.4%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 발언이 시작될 때쯤 나스닥은 상승세로 돌아섰고 이후 계속 올랐습니다.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자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빅테크에 매수세가 쏠리는 현상이 재개된 것입니다.결국 다우는 0.01% 약보합세를 보였지만 S&P500 지수는 0.37%, 나스닥은 0.95%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아마존은 4.17%나 올랐고 마이크로소프트(1.81%)와 애플(1.46%)도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업종별로는 기술주와 함께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등 경기방어주가 상승했습니다. 반면 경기민감 업종인 산업, 소재, 금융, 에너지, 부동산 등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청문회에서 상업용 부동산 부문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것을 관찰하고 밝히면서 금융주와 부동산주가 동시에 하락했습니다. 변동성지수(VIX)는 오늘 2.2% 떨어져 12.91%까지 내렸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VIX가 투자자들이 안주하고 있음을 나타낼 수도 있지만, 시장 변동성이 낮고 여름에 낮아지는 계절성 때문일 수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에는 인공지능(AI)이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 마진을 끌어올릴 것이란 주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기가 둔화하는데도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그런 믿음이 오늘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이달 초 보고서에서 생성 AI가 미국 증시의 새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업들이 AI 기술을 본격적으로 채택할 경우 생산성이 개선되면서 향후 20년간 S&P500 기업의 연평균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5.4%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현재 시장 추정치는 4.9%입니다. 이는 S&P500 기업의 공정 가치가 9% 더 높다, 즉 S&P500 지수가 9% 더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AI가 기업 이익을 높일 수 있지만, 규모와 시기는 불확실하다고 의문을 달았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지적처럼 AI 투자가 당장 몇 분기 안에 기업 실적을 개선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립니다. 중장기적인 생산성 향상 요인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AI가 당장 주가 상승을 지속시킬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이번 주 S&P500 지수의 전망치를 2024년 4500에서 5500으로, 2025년 5000에서 6500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그러면서 핵심 동인은 AI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토마스 매튜스 이코노미스트는 "AI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정이 향후 몇 년 동안 더 커질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혁신적 신기술은 종종 과거 주가 버블로 나타났다. 우리는 지금 비슷한 것을 보고 있거나 미래에 최소한 AI 기술에 대한 열정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시기에 있고, 이는 주가지수에 더 광범위하게 강력한 순풍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비타 서브라매니언 전략가는 지난해부터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아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달라졌습니다. AI 때문이죠. 그는 "AI는 복잡하지만, 그냥 단순한 기술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AI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기술 기업은 당연히 투자할 것이고 구경제 기업도 투자해야 할 것이다. 모두가 그렇다. 하나의 테마가 아니다. AI는 효율화, 자동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하는 그런 것의 일부로 기업 마진에 정말 긍정적일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마진의 향상은 종종 밸류에이션 멀티플, 즉 주가수익비율(P/E) 확장으로 나타난다고 강조했습니다. 19배에 이르는 미국 증시의 높은 P/E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팀의 공식 의견과도 다릅니다. 이코노미스트팀은 미국에 인구 노령화를 포함한 생산성 역풍이 있다고 경고하며 AI가 아직 생산성 데이터를 향상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JP모건의 두브라브코 라코스-부자스 전략가도 비슷합니다. 그는 "내 배경도 퀀트이고 머신러닝 AI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이어온 추세다. 퀀트는 수년 전부터 채택해 왔으며 대기업들은 이미 군비경쟁 같은 걸 벌여왔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이 갑자기 그 존재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반도체 등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종류의 큰 내러티브가 생산성 등에 혁명을 일으키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시간이 걸릴 것이고 우리는 내년이나 한두 해 만에 그렇게 될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많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매우 건전한 경향은 아니다. 잠재력이 많지만, 아주 새로운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단기적으로 그렇게 많은 것을 혁신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관련 주식은 계속해서 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주가를 비싸게 유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빅테크 등 특정 기업, 산업이 이로부터 확실히 이익을 얻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큰 그림 속에서 경제는 단기적으로 중요한 혜택을 얻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2~3년 후의 중기적 이야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최근 기업 이익이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컨센서스에 반영되고 있지만 나는 정중히 동의하지 않는다. 기업 실적 개선 기대는 일부 대기업의 더 낙관적인 하반기 전망과 AI에 대한 새로운 흥분이 결합하여 나타난 것으로 생각한다. 일부 개별 기업은 올해 AI 투자 확대로 인해 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지만, 이번 주기의 기업 실적 추세의 궤적을 의미 있게 바꾸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성장 둔화나 정체 속에 직면한 기업이 AI 투자를 결정한다면 오히려 이 기업의 마진에는 단기적으로 추가적인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Fed의 추가 긴축, 경기 침체 여부 및 AI 관련 기대 등과 관련 월가에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변동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US뱅크 자산운용의 테리 샌드벤 전략가는 "나스닥은 오늘 올랐지만, 어제는 하락했었다. 주가는 일시 정지 상태에 있는 것 같다. 강세장 진영과 약세장 진영 사이의 줄다리기는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이는 가까운 미래에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증가함을 의미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파생상품 팀은 ① 투자자들의 공격적 투자와 Fed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시장의 취약성 위험이 커지고 있다 ② 금리를 인상하지 않기로 한 Fed의 결정은 단기적으로는 유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③ 취약성 위험 증가는 낮은 변동성, 확장된 주식 포지셔닝 및 움직이지 않는 Fed에 의해 발생한다 ④ 이를 헤처가려면 주식 매수 대신 다소 저렴한 SPX 콜옵션을 소유하는 것을 고려하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