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미국 집값, 11년여 만에 최대 하락…상업용 부동산 더 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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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5월 기존주택 평균 가격 3.1% 하락
기준금리 인상 여파…공급 부족에 그나마 버텨
"상업용 부동산 2040년 전에는 반등 못해"
기준금리 인상 여파…공급 부족에 그나마 버텨
"상업용 부동산 2040년 전에는 반등 못해"
미국의 집값이 11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가파른 금리인상의 여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황이 더 심각해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2040년까지 반등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5월 미국의 기존주택 평균 가격이 전년 동월보다 3.1% 하락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2011년 12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미국의 5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연율 기준 430만건으로 전월보단 0.2% 증가했지만, 전년보단 20.4%나 급감했다.
NAR은 매달 주택 판매량을 기존주택과 신규주택으로 나눠 집계한다. 미국 주택시장에서 기존주택 비중은 약 80%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택 공급 자체가 적어 더 큰 폭의 집값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입찰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급이 늘어나면 주택 가격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중개업체인 레드핀에 따르면 5월 주택 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한 곳은 텍사스 오스틴으로 15.1% 폭락했다. 아이다호주 보이시는 14.3% 하락했고, 캘리포니아 오클랜드는 11.2% 낮아졌다.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도시는 네티컷주 하트퍼드(10%), 뉴욕주 로체스터(9.7%), 신시내티(9.3%) 등이다.
미국 전역 집값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폭등했다. 2020년 3월 Fed가 기준금리를 연 0~0.25%로 내리며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돈 풀기에 나서면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졌고, 미국 전역 주택시장은 호황을 맞았다.
특히 임대주택 규제가 약한 텍사스, 플로리다 등을 중심으로 쌈짓돈이 몰렸다. 임대료가 연간 20% 이상 오른 지역이다.
하지만 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꿨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달 5.25%까지 단숨에 올랐다.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집값이 무차별하게 오르던 시기가 저문 것이다. WSJ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10월과 11월 7%를 넘어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엔 모기기 금리가 다소 내려갔지만 주택금융회사 프레디맥 집계 기준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6.67%로 여전히 높다.
미국의 주택 시장 침체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제롬 파월 Fed의장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한 만큼 주택 가격이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좀 더 암울하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며 사무실이 줄어들고, 식당 등 인근 시설들도 문을 닫으면서 공실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하면서 오프라인 상점을 유지하는 기업들의 수요도 줄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2025년 말까지 고점 대비 35% 하락해 이를 회복하는 데 최소 15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적어도 2040년까지 과거 가격을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집계에 따르면 1분기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 분기 대비 0.76% 하락했다. 전 분기 대비 가격이 내려간 건 2011년 2분기 후 처음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