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차 역전되면 경기 침체 오는데…'기묘한' 美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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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물-2년물 장단기 금리 역전폭 급격히 커져
22일 0.97%포인트 기록하며 침체 우려 심화
반면 고용시장과 주식 시장은 견고한 상태
침체 피해간다는 낙관론 대두
22일 0.97%포인트 기록하며 침체 우려 심화
반면 고용시장과 주식 시장은 견고한 상태
침체 피해간다는 낙관론 대두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와 2년물 국채 금리의 역전 폭이 벌어지며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면 6~18개월 내로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려와 달리 주식 시장은 활황세를 보이며 침체와 회복이 맞물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0.5%포인트로 좁혀졌던 역전 폭이 이달 들어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0.5%포인트 수준에서 1%포인트대로 역전 폭이 벌어지는 데 3개월가량이 걸렸다. 이달에는 20일 만에 급격히 커진 것이다.
최근 금리 역전 폭이 급격히 벌어지게 된 건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21일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연내 2회 이상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제 성장을 희생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쏟아내자 침체 우려가 커졌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가계도 이자 부담이 증가한다. 은행은 대출 규모를 줄여 신용 경색 가능성이 커진다. 이 현상이 지속하면 소비 둔화와 생산 감소가 맞물려 침체 국면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프레드가 커진 것을 두고 경기침체에 다다랐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2년물 국채 금리가 10년물 국채 금리를 앞지르게 되면 6~18개월 뒤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실제로 뉴욕 연방은행은 지난달 기준으로 12개월 이내에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은 70.8%라고 추정했다. 뉴욕 연방은행은 장단기 금리 격차를 활용해 침체 확률을 추산한다. 주리엔 팀머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수익률 곡선이 이 정도로 장기간 역전되면 경기침체는 항상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탄탄한 고용이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들어 실업률은 50여 년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5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 일자리 수는 33만 9000여개 증가했다. 지난 3월 975만건으로 줄어든 구인 건수도 4월에 반등하며 1000만건을 웃돌았다.
미국 주식 시장도 활황세를 보인다. 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14.3% 상승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도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기술주가 급등한 덕이다.
미국 가계 저축액도 아직 넉넉한 상황이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5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보조금으로 인한 초과 저축액은 5000억달러가량 남아 있다고 추산했다. 풍족한 저축액은 소비로 이어졌다. 올해 들어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하락한 바 없이 꾸준히 상승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소비가 유지되며 침체를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침체를 비껴갈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8일 12개월 내로 미국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종전 35%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노동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가계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고, 주택 시장도 안정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크리스티나 후퍼 인베스코 수석 투자전략가는 "경기침체에 대한 집착이 그릇된 것일 수도 있다"며 "위험 자산인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대응 방식을 보면 침체 우려가 과도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도 아직 타격이 덜한 편이다. 경제가 안정된 상태에선 은행은 장단기 금리차를 활용해 예대 마진을 확대해왔다. 은행의 대출 상품이 예금 상품보다 만기가 길어서다. 만기가 긴 대출 이자가 예금 이자를 웃돌았다. 반면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은행 수익이 악화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예금 금리는 계속 대출 금리를 밑돌고 있다. 미국 시중 은행의 예금 금리 평균값은 연 1%를 밑돈다. 은행 간 초단기 거래에 쓰이는 하루짜리 오버나이트 금리(연 5%)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팀머 이사는 "이 현상은 침체를 막지 못하고 지연만 시킬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 심화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3.78%를 기록했다. 반면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4.74%대로 치솟았다. 두 국채 간의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0.97%포인트로 증가했다. 미국의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폭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3월 8일 사상 최대 역전 폭인 1.07%포인트에 다다르고 있어서다. 당시 은행 위기에 대한 여파로 인해 스프레드가 42년 만의 최대치로 벌어진 바 있다.지난달 0.5%포인트로 좁혀졌던 역전 폭이 이달 들어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0.5%포인트 수준에서 1%포인트대로 역전 폭이 벌어지는 데 3개월가량이 걸렸다. 이달에는 20일 만에 급격히 커진 것이다.
최근 금리 역전 폭이 급격히 벌어지게 된 건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21일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연내 2회 이상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제 성장을 희생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쏟아내자 침체 우려가 커졌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가계도 이자 부담이 증가한다. 은행은 대출 규모를 줄여 신용 경색 가능성이 커진다. 이 현상이 지속하면 소비 둔화와 생산 감소가 맞물려 침체 국면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프레드가 커진 것을 두고 경기침체에 다다랐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2년물 국채 금리가 10년물 국채 금리를 앞지르게 되면 6~18개월 뒤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실제로 뉴욕 연방은행은 지난달 기준으로 12개월 이내에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은 70.8%라고 추정했다. 뉴욕 연방은행은 장단기 금리 격차를 활용해 침체 확률을 추산한다. 주리엔 팀머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수익률 곡선이 이 정도로 장기간 역전되면 경기침체는 항상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견고한 美 경제, 침체 비껴가나
하지만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인다. 경기 지표가 위축되지 않은 탓에 침체를 피해 갈 것이란 낙관론도 대두되고 있다.우선 탄탄한 고용이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들어 실업률은 50여 년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5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 일자리 수는 33만 9000여개 증가했다. 지난 3월 975만건으로 줄어든 구인 건수도 4월에 반등하며 1000만건을 웃돌았다.
미국 주식 시장도 활황세를 보인다. 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14.3% 상승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도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기술주가 급등한 덕이다.
미국 가계 저축액도 아직 넉넉한 상황이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5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보조금으로 인한 초과 저축액은 5000억달러가량 남아 있다고 추산했다. 풍족한 저축액은 소비로 이어졌다. 올해 들어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하락한 바 없이 꾸준히 상승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소비가 유지되며 침체를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침체를 비껴갈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8일 12개월 내로 미국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종전 35%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노동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가계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고, 주택 시장도 안정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크리스티나 후퍼 인베스코 수석 투자전략가는 "경기침체에 대한 집착이 그릇된 것일 수도 있다"며 "위험 자산인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대응 방식을 보면 침체 우려가 과도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침체 미뤄지는 건 금융시장 왜곡 때문"
반면 왜곡된 금융 시장 때문에 침체가 지연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업이 과거에 고정금리로 장기 대출을 한 탓에 금리 인상이 반영되지 않았다. 가계도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 장기 고정금리를 택한다. 아직 금리 인상의 여파가 도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은행도 아직 타격이 덜한 편이다. 경제가 안정된 상태에선 은행은 장단기 금리차를 활용해 예대 마진을 확대해왔다. 은행의 대출 상품이 예금 상품보다 만기가 길어서다. 만기가 긴 대출 이자가 예금 이자를 웃돌았다. 반면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은행 수익이 악화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예금 금리는 계속 대출 금리를 밑돌고 있다. 미국 시중 은행의 예금 금리 평균값은 연 1%를 밑돈다. 은행 간 초단기 거래에 쓰이는 하루짜리 오버나이트 금리(연 5%)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팀머 이사는 "이 현상은 침체를 막지 못하고 지연만 시킬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