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NW' 유형의 정체는…KTX서 유랑하는 공무원들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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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화요일. 세종시에 있는 한 경제부처에서 근무하는 A 국장은 새벽에 서울행 KTX 기사를 탔다.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관계부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에 살던 A 국장은 몇 년 전부터 세종시 나성동에 있는 원룸에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다.
그는 서울서 오전 회의를 마친 뒤 밀린 결재와 보고를 받기 위해 다시 오송역행 KTX에 몸을 실었다. 오후 업무를 처리한 후 오후 5시께 다시 서울행 KTX를 탔다. 저녁 일정이 서울에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하루에만 KTX를 세 번 탔다. 이른바 ‘N의 날’이다. A 국장은 “저녁 일정을 마친 후엔 서울에 있는 본가에서 잠을 잔 후 다음 날 세종으로 내려갔다”며 “KTX를 한 번만 더 탔으면 ‘W의 날’이 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공무원 사이에는 2012년 세종시 이전이 시작된 후부터 출장 동선을 빗댄 ‘IVNW’가 여전히 유행어처럼 오르내리고 있다. 우선 ‘I형’은 서울에서 세종 또는 세종에서 서울로 가는 경우다. 세종시 이주가 늘어나면서 I형은 크게 줄었다. 서울로 한 번 출장 다녀오는 것은 ‘V형’(세종→서울→세종)이라고 부른다. 세종시에 있는 중앙부처에서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에서 국회 일정이나 관계부처 회의가 많은 국장급 간부들은 하루에 KTX를 세 번 타는 ‘N형’(세종→서울→세종→서울)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루에 KTX를 네 번이나 타야 하는 ‘W형’도 드물게 찾아볼 수 있다.
공무원들의 잦은 출장에 따른 행정 낭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세종시 이전이 본격화된 2012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당시만 해도 세종시 주택공급이 늘어나고 정주 여건이 개선되는 등 공무원들의 이주가 활발해지면 이런 문제는 개선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지금도 공무원들의 잦은 출장에 따른 부작용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와 대통령실 및 각종 행정기관이 여전히 서울에 있는 상황에서 서울 출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통상 정부 부처 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1주일에 최소 두 차례 이상 서울로 출장을 가야 한다. 세종청사에서 출발해 광화문 서울청사나 국회에 도착하려면 2시간 30분~3시간가량이 소요된다. 한 과장급 간부는 “KTX를 하루에 서너번 타면 진이 빠진다”고 털어놨다.
젊은 20~30대 사무관들은 과거와 달리 세종시에 일찍 정착해 ‘세종 시민’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서울 출장 빈도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하지만 이들도 과장급으로 승진하면 똑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아진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과장 사이에서도 ‘요령’만 늘어난다. 조정이 가능한 서울 출장 업무를 금요일로 모는 식이다. N자나 W자형의 동선을 그리지 않고 주말까지 서울 집에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통상 금요일 오후만 되면 정부세종청사는 평소에 비해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부처마다 공무원들의 잦은 출장을 줄이기 위한 시도도 적지 않다. 장·차관들도 대면보고 대신 텔레그램을 통해 보고받는 방식을 활용한다. 특히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출장을 갈 때도 수행비서만 동행한 채 홀로 향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장들의 출장을 최소화해 업무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강경민 기자
그는 서울서 오전 회의를 마친 뒤 밀린 결재와 보고를 받기 위해 다시 오송역행 KTX에 몸을 실었다. 오후 업무를 처리한 후 오후 5시께 다시 서울행 KTX를 탔다. 저녁 일정이 서울에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하루에만 KTX를 세 번 탔다. 이른바 ‘N의 날’이다. A 국장은 “저녁 일정을 마친 후엔 서울에 있는 본가에서 잠을 잔 후 다음 날 세종으로 내려갔다”며 “KTX를 한 번만 더 탔으면 ‘W의 날’이 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공무원 사이에는 2012년 세종시 이전이 시작된 후부터 출장 동선을 빗댄 ‘IVNW’가 여전히 유행어처럼 오르내리고 있다. 우선 ‘I형’은 서울에서 세종 또는 세종에서 서울로 가는 경우다. 세종시 이주가 늘어나면서 I형은 크게 줄었다. 서울로 한 번 출장 다녀오는 것은 ‘V형’(세종→서울→세종)이라고 부른다. 세종시에 있는 중앙부처에서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에서 국회 일정이나 관계부처 회의가 많은 국장급 간부들은 하루에 KTX를 세 번 타는 ‘N형’(세종→서울→세종→서울)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루에 KTX를 네 번이나 타야 하는 ‘W형’도 드물게 찾아볼 수 있다.
공무원들의 잦은 출장에 따른 행정 낭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세종시 이전이 본격화된 2012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당시만 해도 세종시 주택공급이 늘어나고 정주 여건이 개선되는 등 공무원들의 이주가 활발해지면 이런 문제는 개선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지금도 공무원들의 잦은 출장에 따른 부작용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와 대통령실 및 각종 행정기관이 여전히 서울에 있는 상황에서 서울 출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통상 정부 부처 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1주일에 최소 두 차례 이상 서울로 출장을 가야 한다. 세종청사에서 출발해 광화문 서울청사나 국회에 도착하려면 2시간 30분~3시간가량이 소요된다. 한 과장급 간부는 “KTX를 하루에 서너번 타면 진이 빠진다”고 털어놨다.
젊은 20~30대 사무관들은 과거와 달리 세종시에 일찍 정착해 ‘세종 시민’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서울 출장 빈도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하지만 이들도 과장급으로 승진하면 똑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아진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과장 사이에서도 ‘요령’만 늘어난다. 조정이 가능한 서울 출장 업무를 금요일로 모는 식이다. N자나 W자형의 동선을 그리지 않고 주말까지 서울 집에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통상 금요일 오후만 되면 정부세종청사는 평소에 비해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부처마다 공무원들의 잦은 출장을 줄이기 위한 시도도 적지 않다. 장·차관들도 대면보고 대신 텔레그램을 통해 보고받는 방식을 활용한다. 특히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출장을 갈 때도 수행비서만 동행한 채 홀로 향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장들의 출장을 최소화해 업무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