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다나카 팝업에서 한 소비자가 다나카씨의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 다나카 팝업에서 한 소비자가 다나카씨의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현대백화점 제공)
“사무실이 있는 것도 아닌데 1인 크리에이터들을 직접 찾아갈 시간이 어디에 있습니까. 먼저 DM을 보내는 사람이 이기는 거지요.”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SNS에서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백화점에서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잡기 위해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플루언서를 앞세워 행사를 진행하거나 아예 협업 브랜드를 내놓는 식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백화점 바이어들은 주로 제조사 영업담당자들과 만나 좋은 브랜드를 발굴하는 것이 주 업무였지만 최근 2~3년 사이에는 인플루언서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도 바이어 핵심 역량 중 하나가 됐다.

인플루언서 공부 시작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백화점 영패션팀 바이어들은 일주일에 한 번 ‘SNS 인기템’을 분석하는 회의를 정례화했다. 고객들의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트렌드에 민감한 바이어들조차 유행에 뒤쳐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짤’과 ‘밈’을 섭렵하는 것은 물론, 요즘 뜨고 있는 인플루언서들과 그들의 콘텐츠를 확인한다. 한 바이어는 구독중인 유튜브 채널만 80개가 넘을 정도다.

전두영 현대백화점 영패션 바이어는 “백화점과 어떤 영역에서 협업할 수 있을지 토론하고, 협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그 자리에서 인플루언서에게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 직접 소통한다”며 “백화점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고, 인플루언서들은 오프라인으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신규 론칭 브랜드의 경우 제조사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주목도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노원점에 오픈한 이랜드그룹의 랩그로운 다이아 브랜드 ‘더그레이스 런던’의 경우 당초 브랜드 측에서 전속 모델을 활용하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롯데백화점의 강력한 추천으로 유명 인플루언서 강희재(인스타그램 팔로워 20만명) 씨를 홍보대사로 선정했다.

박성용 롯데백화점 패션액세서리팀 수석바이어는 “그동안 인플루언서 세계를 관찰해온 결과 브랜드가 지향하는 이미지와 부합하는 인플루언서를 적시에 추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그레이스 행사에 참석한 강희재씨(사진=인스타그램)
더그레이스 행사에 참석한 강희재씨(사진=인스타그램)

고객 결집·매출 보장

입·퇴점 권한을 보유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바이어들이 직접 인플루언서 모시기에 나서는 이유는 인플루언서들이 매출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구축해 온 팬덤 덕에 빠르게 입소문을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소비자들을 끌어모아야하는 팝업 매장에서 유독 효과가 크다.

현대백화점이 지난 2월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한 유튜버 ‘다나카’ 굿즈 판매 행사에서는 10일간 4만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한 것으로 추산된다. 다나카는 일본인 콘셉트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버다. 현대백화점은 다나카의 굿즈와 함께 다크룸, 마뗑킴, 스컬프 등 11개 브랜드와의 협업 상품을 단독 판매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다나카의 높은 인기 덕에 일반 의류·잡화류 할인 행사 평균 매출 대비 두 배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3월 피팅모델 출신 인플루언서 여진주 대표(인스타그램 팔로워 17만)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는 일주일간 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백화점에 입점한 의류 브랜드의 한 달 실적과 맞먹는 수준이다.

인플루언서와 유대를 높이기 위해 아예 협업 브랜드를 내는 경우도 있다. 현대백화점 식음료(F&B) 바이어와 외식벤처업체 FG의 이경원 대표는 먹방 유튜버 ‘밥굽남‘과 함께 샤브샤브 브랜드 ’강호연파‘를 2021년 론칭했다. 밥굽남은 당시 구독자 130만명 이상을 보유했던 유튜버다. 강호연파 더현대 서울점은 월평균 매출 1억원을 돌파했고 더현대 대구,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송도현대아울렛 등으로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더현대서울 강호연파 매장
더현대서울 강호연파 매장
유통업체 관계자는 “유명 연예인, 파워 블로거처럼 과거에도 소비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들은 있었다”면서도 “SNS의 발달, 온라인 쇼핑의 대중화 등으로 앞으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