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값 20%↓…러시아 다이아, 중국산 인조 보석이 변수 [원자재 포커스]
글로벌 경기 부진 여파
중국산 인조 다이아몬드 점유율 확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고공행진 했던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이 지난해 고점 대비 18%나 하락했다. 유럽연합(EU)이 최근 내놓은 11차 대(對) 러시아 제재 패키지에 다이아몬드를 포함하면서 가격이 반등 여부가 주목된다.

글로벌 러프 다이아몬드 가격지수에 따르면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은 지난해 2월 사상 최고를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18% 하락했으며, 올해 들어서만 6.5% 내렸다.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이 가격지수는 미국 달러화로 거래되는 천연 다이아몬드의 2007년 12월 가격을 100으로 두고 가격 등락을 나타내준다.

다이아몬드 분석가 폴 짐니스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평균보다 약간 품질이 좋은 천연 다이아몬드 1캐럿의 가격이 1년 전에는 6700달러(약 868만 원)였으나 현재는 5300달러(약 685만원)에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이아몬드는 다른 보석들과 함께 팬데믹 기간 경기부양책 등으로 현금이 넘쳐나면서 가격이 상승해 지난해 초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앙가라 쥬얼리의 안쿠르 다가 최고경영자(CEO)는 팬데믹으로 외식할 수 없을 때 여윳돈을 명품과 보석류 구입에 사용했으나 경제가 다시 개방되면서 다이아몬드 가격이 조정받기 시작한 뒤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인조 다이아몬드와의 경쟁, 경제회복 지연, 거시경제 불확실성도 시장 부진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엔 인조 다이아몬드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고 다이아몬드 분석가 에단 골란이 전했다. 그는 "천연 다이아몬드 대비 인조 제품의 판매 비중이 2020년에는 2.4%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 지금까지 9.3%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인조 다이아몬드는 화학적, 물리적, 그리고 시각적으로도 천연 다이아몬드와 동일한 대체품으로 인정받지만, 그동안 장신구에는 많이 쓰이지 않다. 중국산 합성 다이아몬드는 주로 수술장비나 드릴 등 산업 원자재로 쓰였다. 골란 분석가는 "3년 전만 해도 인조 다이아몬드 가격은 천연 다이아몬드 대비 20∼30% 낮은 가격이었으나 기술 발전으로 지금은 75∼9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시장에선 천연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향후 1년 내 20∼25% 정도 추가 하락해 지난해 고점 대비 40%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22일 EU가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면서 러시아산 글로벌 다이아몬드 시세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CNN방송은 EU 당국자를 인용해 "이르면 이번 주말 러시아의 40억달러 규모 수출 산업(다이아몬드)을 제재하는 방안이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지난해 자국 기업의 비산업적 목적 러시아 다이아몬드 구매를 금지한 지 1년여만에 EU도 제재에 동참하는 셈이다.

그러나 전 세계 원석 다이아몬드의 약 90%가 인도에서 커팅과 연마를 거쳐 보석 제조업체로 재수출되기 때문에 인도를 통해 러시아산 다이아몬드가 유통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인도는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수입국이며, 미국 홍콩 벨기에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뒤를 잇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