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하락 이유…다음주도 쉬어간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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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국 노르웨이 스위스 등이 기준금리를 크게 올리면서 세계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상승했습니다. 미국에서도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두 차례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라고 상원 청문회에서 밝혀 금리가 올랐지요.
하지만 23일(미 동부시간) 새벽부터 S&P글로벌이 발표한 세계, 특히 유럽의 6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면서 금리가 하락했습니다. 매파적 중앙은행, 그리고 악화하는 경기로 인해 침체 우려가 더 커진 탓이죠. 유로존의 제조업 PMI는 5월 46.4에서 6월 44.6으로 낮아졌고, 서비스업은 55.1에서 52.4로 떨어졌습니다. 유로존 경제를 이끄는 독일의 6월 제조업 PMI 역시 41.0으로 약화했습니다. ING는 "전반적으로 유로존 경제는 성장률 0%를 맴도는 침체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아침 한때 10bp가량 내려 4.707%까지 떨어졌습니다. 10년물도 비슷했고요. 오후 5시께 2년물은 4.5bp 하락한 4.754%, 10년물은 5.6bp 내린 3.742%에 거래됐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8~0.9%의 비교적 큰 폭의 하락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유럽처럼 경기침체 걱정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경제 원동력인 소비(5월 소매판매 전월 대비 0.3% 증가)는 버티고 있고, 고용(5월 신규고용 33만9000개 증가)도 높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일찌감치 침체에 빠졌던 주택시장은 반등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발표된 5월 신규주택 착공 건수(전월 대비 21.7% 증가) 기존주택 판매(0.2% 증가), 주택건설업자 심리지수(5포인트 증가) 등을 보면 확연합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어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노동시장의 탄력성이나 물가상승률 둔화를 보면 경기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감소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말 월가에서는 올해 경기침체가 컨센서스였습니다. 오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온다던 침체는 어디 있나'(Where’s the Recession We Were Promised?)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월가가 작년 말과 달리 침체가 올 것이란 생각을 접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럽이 러시아 천연가스를 대체할 공급원을 확보해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큽니다. 또 미국 경제와 노동시장은 높은 금리에 예상보다 둔감했습니다. 기업과 소비자는 팬데믹 기간에 저금리 장기 대출을 묶어놓았고, 근로자 임금 인상 폭은 인플레이션보다 높았습니다.
오전 9시 45분에 나온 S&P글로벌의 미국 PMI도 이런 상황을 보여줬습니다. 6월 제조업 PMI는 46.3으로 5월(48.4), 월가 예상(49)보다도 부진했습니다.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겁니다. 반면 서비스업 PMI는 54.1을 기록해 전월(54.9)보다 하락했지만, 시장 예상(53.8)보다는 소폭 높게 나왔습니다. JP모건은 "미국도 6월 PMI의 전반적인 실망스러운 결과에서 홀로 면역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6월 수치는 여전히 탄탄한 경제 성장을 나타낸다. 임박한 경기침체 예상과는 다르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미국의 소비는 상품(제조업)에서 서비스로 이동했지요. 그리고 서비스업은 미국 경제의 70% 가까이 차지합니다. 그리고 오늘 PMI는 서비스업은 여전히 확장(50 이상) 국면에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전략가는 "오늘 서비스업 PMI는 예상만큼 하락하지 않았으며 여전히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에 있다. 이런 경제 회복력으로 인해 대다수의 Fed 관료가 매파적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전날 콘퍼런스보드의 5월 경기선행지수도 0.7% 추가 하락한 106.7로 14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인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콘퍼런스보드 측은 "미국 경제가 오는 3분기부터 2024년 1분기까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설문조사 결과의 예측성이 팬데믹 이후 엉망이 되고 있다. 그동안 최고의 예측성을 가졌던 설문에서도 그렇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응답률이 크게 낮아진 데다, Fed가 긴축하던 과거와 지금 상황이 다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과거엔 Fed가 긴축하면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진 적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설문조사 응답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팬데믹 때 뿌린 돈으로 소비가 유지되면서 경기가 설문 결과처럼 나빠지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장 초반 1.4%까지 떨어졌던 나스닥은 PMI가 발표된 뒤 내림 폭을 0.4% 수준까지 줄었습니다. 그러나 장 막판이 되자 하락 폭이 다시 커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0.65%, S&P500 지수는 0.77% 내렸고 나스닥은 1.01%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AXS 인베스트먼츠의 그렉 배석 CEO는 ”투자자들이 분명 글로벌 경기 침체뿐만 아니라 미국의 침체 우려를 새롭게 반영하고 있다"라며 "인플레이션 수준은 여전히 높고, Fed의 정책은 계속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재료"라고 말했습니다. 연착륙 기대가 커진 상황이지만 파월 의장이 밝힌 대로 두 번 더 기준금리를 올리면 그 확률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비둘기파인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메리 데일리 총재는 "올해 두 번의 추가 금리 인상이 매우 합리적인 예측"이라고 말했습니다. 옐런 장관도 "Fed가 긴축 통화정책을 하고 있어 (침체) 위험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겠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월가 금융사들도 다수가 여전히 경기침체가 올 것으로 봅니다. 연착륙할 것으로 주장하는 곳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뿐 입니다. 나머지는 침체 예상 시기를 자꾸 늦추고 있을 뿐 결국 침체가 닥치리라 전망합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월가 컨센서스는 미국의 12개월 내 침체 확률은 여전히 65%에 달합니다.
대표적인 곳이 뱅크오브아메리카인데요. 이번 주 부채한도 이슈 해결과 은행 혼란 안정 등 위험이 낮아졌고 주택시장 반응과 노동 공급 개선 등으로 경제 데이터도 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다며 침체 예상 시기를 2개 분기 뒤로 더 미뤘습니다. 애초 올해 3분기부터 침체가 나타날 것으로 봤지만 내년 1,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관측을 바꾼 것입니다. 올해 4분기의 경우 애초 GDP 성장률이 -0.2%로 추정했지만 이를 1.1%로 높였습니다.
BCA리서치는 "Fed의 통화정책 긴축 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그 경제 효과는 아직 모두 체감되지 않았다. 이는 향후 12개월 동안 위험 자산에 나쁜 징조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WSJ도 "경기침체가 사라진 게 아니라 지연되었다는 가장 큰 경고 신호는 단기 금리가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채 수익률 곡선의 역전은 경기침체를 가리키는 징후로 해석되지요.
만약 침체가 온다고 해도 심각하지만 않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내년 1분기 -1.0%, 2분기 -0.5% 살짝 역성장한 뒤 하반기에는 플러스 성장률로 회복될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2023년 연간 성장률은 0%로 추산합니다. 약한 침체를 내다보는 건 경제를 심각하게 악화시킬 충격 요인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때 모두가 걱정했던 은행 혼란은 상당히 안정됐습니다. 대출기준 강화에 따른 긴축 효과가 예상보다 덜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죠. 현재로선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터지면서 다시 은행 위기가 터질 가능성이 가장 큰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파월 의장은 어제 청문회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집중된 중소 은행들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밝히면서 은행주와 부동산주가 타격을 받았지요. SPDR 지역은행 ETF(KRE)는 오늘 1.44% 내렸으며 이번주 9.72% 폭락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은행 위기로 전이될 것으로 보는 측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①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심화하고 있고(RCA 추정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 거래량은 80%까지 줄었다.
②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전체 은행 대출자산의 24%를 차지한다. 부실화되면 은행 건전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③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장기 고정금리가 많은 주거용과 달리 만기 5년 미만의 변동금리 대출이 대부분이다.
④ 만기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내년까지 1조1000억 달러에 달한다.
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취약한 중소 은행에 집중되어 있다. 자산규모 1800억 달러 미만의 중소 은행이 전체 대출의 70%를 갖고 있다.
디폴트가 줄줄이 터진다면 중소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악화하고 뱅크런이 재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심각한 침체를 부를 뇌관이 될 가능성을 그리 크게 보진 않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주거용 아파트 43%, 사무용 빌딩 19%, 산업 시설(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등) 8%, 호텔 7%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무용 빌딩이다. 그중에서도 신축 빌딩이나 좋은 위치에 있는 A, B+급은 문제가 없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중 주거용, 산업 시설 등을 제외하면 2024년까지 만기 도래하는 금액은 6000억 달러에 그친다.
② 은행 건전성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폭 개선됐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담보대출비율(LTV)도 금융위기 전 60%대 후반에서 현재 50% 후반으로 낮아졌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50% 가까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은행 문제로는 번지지 않을 수 있다. 또 금융시스템 안정에 중요한 대형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30%에 그친다.
③ 상업용 부동산 부도가 생겨도 손실은 점진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2007~2008년 금융위기 당시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채권(CMBS)의 누적 손실률을 보면 1~3년간 손실률은 1~3% 미만에 그쳤다. 5년이 지나면서 손실률이 높아졌다. 이런 지연은 부도가 발생한 뒤 채권자들이 청산하기까지 절차상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은행 등 대출 기관은 위기 초반에는 대출을 연장해줘 디폴트를 지연시키기도 한다.
④ 문제가 퍼진다면 정책당국이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다. 단기 유동성을 제공해 연쇄 파산을 막고 대형은행과의 합병 등을 유도할 수 있다.
기술주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는 그동안의 기술주 상승세가 거의 전적으로 AI 열풍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년물 금리는 지난 3월 말 이후 100bp 가까이 뛰었습니다. 은행 혼란이 가라앉자 Fed가 다시 매파적으로 나오고 있는 탓인데요. 통상 금리가 이렇게 뛰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는 약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같은 기간 무려 17%나 올랐습니다. 그래서 상승세가 AI 열풍 때문이라고 보는 겁니다.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의 린다 듀셀 전략가는 "평균적인 주식은 연초 대비 불과 몇 퍼센트 올랐다. AI 내러티브가 없었다면 증시는 훨씬 더 흔들렸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나스닥은 1%가량 하락했습니다. 엔비디아가 1.9% 떨어졌고 △마이크로소프트 1.38% △ 알파벳 0.66% △AMD 0.62% △테슬라 3.03% 등 하락 폭이 컸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14일 이후 420~430달러 선을 맴돌고 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PHLX)는 오늘 1.77%나 하락했고, 한 주 동안 6.2%나 내렸습니다. 이번 주 나스닥은 1.44% 하락해 8주 연속 오름세를 마감했지요. AI 열풍에 기댄 기술주 상승세가 꺾이는 것일까요? 현재로선 단기 급등으로 인해 일부 차익시현 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 많습니다. 오디세이 캐피털의 제이슨 스나입스 설립자는 CNBC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해 192% 상승했다. 그래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했다. 우리는 여전히 생성 AI와 관련된 성장 이야기를 강하게 믿는다. 근본적 순풍이 있다는 믿음에는 변화가 없다. 그리고 이들 주식은 여전히 우리 포트폴리오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조금은 테이블에서 빼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S&P500 지수의 멀티플은 19배에 달한다. 그리고 이들 주식은 단기적으로 너무 빠르게 올랐다. 테이블에서 일부를 빼는 것은 우리가 자기 규율이라고 부르는 행동이다. 일부를 팔아 차익을 얻고 약간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의 다른 부분으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에지 캐피털의 롭 세첸 CEO도 "기술 부문은 향후 12개월 이익의 28배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시장 전체보다 45% 프리미엄을 받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의 9% 프리미엄보다 훨씬 높다. 닷컴버블 당시에 53%였다. AI 열풍 차원에서 이런 프리미엄을 이해한다. 하지만 실질 금리와의 단절되어 오른 것은 이해하지 못한다. 기술주와 금리는 꽤 연동되어 거래되어 왔기 때문이다. Fed를 보면 실질 금리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솔직히 이 주식들은 좀 비싸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상승 추세에 있고 여전히 50일 이동평균보다 7% 높다. 정말 대단한 상승세였다. 그래서 일종의 소화 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기간은 아마 매우 짧을 것이다. 나는 S&P500 지수가 4200 수준을 다시 테스트할 것으로 본다. 거기서 반등한다면 더 오를 수 있는 많은 공간이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주는 내구재 주문과 잠정주택 판매 등 데이터 발표가 많습니다. 핵심은 금요일(30일) 발표되는 5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입니다. 근원 물가는 5월 0.3% 올랐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월 0.4% 증가보다 낮습니다. US뱅크 자산운용의 테리 샌드번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의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생각한다. PCE 수치는 투자자 정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이터가 될 것이다. 그러나 PCE보다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7월에 나올 고용과 소비자물가 데이터가 더 중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6월 초 2주 동안 매우 강력한 랠리가 있었던 데 비해 이번 주는 다소 지루했다. 그렇다고 근본적인 내러티브(강세장, AI)가 실제로 많이 바뀐 것은 아니다. 나는 우리가 다음 상승 단계를 위한 큰 촉매를 기다리는 소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정말 중요한 거시적 촉매제는 다음주 금요일 발표될 유럽의 6월 소비자물가(CPI)와 미국의 5월 PCE 물가 데이터다. 그런 다음 7월 7일에는 6월 고용보고서가 나오고 다음 주인 7월 12일에는 6월 CPI가 발표된다. 그리고 7월 14일부터는 2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그때까지는 시장이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음주 파월 의장은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글로벌 금융 포럼에서 연설할 예정입니다. Fed는 연례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하지만 23일(미 동부시간) 새벽부터 S&P글로벌이 발표한 세계, 특히 유럽의 6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면서 금리가 하락했습니다. 매파적 중앙은행, 그리고 악화하는 경기로 인해 침체 우려가 더 커진 탓이죠. 유로존의 제조업 PMI는 5월 46.4에서 6월 44.6으로 낮아졌고, 서비스업은 55.1에서 52.4로 떨어졌습니다. 유로존 경제를 이끄는 독일의 6월 제조업 PMI 역시 41.0으로 약화했습니다. ING는 "전반적으로 유로존 경제는 성장률 0%를 맴도는 침체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아침 한때 10bp가량 내려 4.707%까지 떨어졌습니다. 10년물도 비슷했고요. 오후 5시께 2년물은 4.5bp 하락한 4.754%, 10년물은 5.6bp 내린 3.742%에 거래됐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8~0.9%의 비교적 큰 폭의 하락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유럽처럼 경기침체 걱정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경제 원동력인 소비(5월 소매판매 전월 대비 0.3% 증가)는 버티고 있고, 고용(5월 신규고용 33만9000개 증가)도 높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일찌감치 침체에 빠졌던 주택시장은 반등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발표된 5월 신규주택 착공 건수(전월 대비 21.7% 증가) 기존주택 판매(0.2% 증가), 주택건설업자 심리지수(5포인트 증가) 등을 보면 확연합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어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노동시장의 탄력성이나 물가상승률 둔화를 보면 경기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감소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말 월가에서는 올해 경기침체가 컨센서스였습니다. 오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온다던 침체는 어디 있나'(Where’s the Recession We Were Promised?)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월가가 작년 말과 달리 침체가 올 것이란 생각을 접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럽이 러시아 천연가스를 대체할 공급원을 확보해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큽니다. 또 미국 경제와 노동시장은 높은 금리에 예상보다 둔감했습니다. 기업과 소비자는 팬데믹 기간에 저금리 장기 대출을 묶어놓았고, 근로자 임금 인상 폭은 인플레이션보다 높았습니다.
오전 9시 45분에 나온 S&P글로벌의 미국 PMI도 이런 상황을 보여줬습니다. 6월 제조업 PMI는 46.3으로 5월(48.4), 월가 예상(49)보다도 부진했습니다.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겁니다. 반면 서비스업 PMI는 54.1을 기록해 전월(54.9)보다 하락했지만, 시장 예상(53.8)보다는 소폭 높게 나왔습니다. JP모건은 "미국도 6월 PMI의 전반적인 실망스러운 결과에서 홀로 면역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6월 수치는 여전히 탄탄한 경제 성장을 나타낸다. 임박한 경기침체 예상과는 다르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미국의 소비는 상품(제조업)에서 서비스로 이동했지요. 그리고 서비스업은 미국 경제의 70% 가까이 차지합니다. 그리고 오늘 PMI는 서비스업은 여전히 확장(50 이상) 국면에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전략가는 "오늘 서비스업 PMI는 예상만큼 하락하지 않았으며 여전히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에 있다. 이런 경제 회복력으로 인해 대다수의 Fed 관료가 매파적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전날 콘퍼런스보드의 5월 경기선행지수도 0.7% 추가 하락한 106.7로 14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인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콘퍼런스보드 측은 "미국 경제가 오는 3분기부터 2024년 1분기까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설문조사 결과의 예측성이 팬데믹 이후 엉망이 되고 있다. 그동안 최고의 예측성을 가졌던 설문에서도 그렇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응답률이 크게 낮아진 데다, Fed가 긴축하던 과거와 지금 상황이 다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과거엔 Fed가 긴축하면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진 적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설문조사 응답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팬데믹 때 뿌린 돈으로 소비가 유지되면서 경기가 설문 결과처럼 나빠지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장 초반 1.4%까지 떨어졌던 나스닥은 PMI가 발표된 뒤 내림 폭을 0.4% 수준까지 줄었습니다. 그러나 장 막판이 되자 하락 폭이 다시 커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0.65%, S&P500 지수는 0.77% 내렸고 나스닥은 1.01%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AXS 인베스트먼츠의 그렉 배석 CEO는 ”투자자들이 분명 글로벌 경기 침체뿐만 아니라 미국의 침체 우려를 새롭게 반영하고 있다"라며 "인플레이션 수준은 여전히 높고, Fed의 정책은 계속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재료"라고 말했습니다. 연착륙 기대가 커진 상황이지만 파월 의장이 밝힌 대로 두 번 더 기준금리를 올리면 그 확률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비둘기파인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메리 데일리 총재는 "올해 두 번의 추가 금리 인상이 매우 합리적인 예측"이라고 말했습니다. 옐런 장관도 "Fed가 긴축 통화정책을 하고 있어 (침체) 위험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겠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월가 금융사들도 다수가 여전히 경기침체가 올 것으로 봅니다. 연착륙할 것으로 주장하는 곳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뿐 입니다. 나머지는 침체 예상 시기를 자꾸 늦추고 있을 뿐 결국 침체가 닥치리라 전망합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월가 컨센서스는 미국의 12개월 내 침체 확률은 여전히 65%에 달합니다.
대표적인 곳이 뱅크오브아메리카인데요. 이번 주 부채한도 이슈 해결과 은행 혼란 안정 등 위험이 낮아졌고 주택시장 반응과 노동 공급 개선 등으로 경제 데이터도 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다며 침체 예상 시기를 2개 분기 뒤로 더 미뤘습니다. 애초 올해 3분기부터 침체가 나타날 것으로 봤지만 내년 1,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관측을 바꾼 것입니다. 올해 4분기의 경우 애초 GDP 성장률이 -0.2%로 추정했지만 이를 1.1%로 높였습니다.
BCA리서치는 "Fed의 통화정책 긴축 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그 경제 효과는 아직 모두 체감되지 않았다. 이는 향후 12개월 동안 위험 자산에 나쁜 징조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WSJ도 "경기침체가 사라진 게 아니라 지연되었다는 가장 큰 경고 신호는 단기 금리가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채 수익률 곡선의 역전은 경기침체를 가리키는 징후로 해석되지요.
만약 침체가 온다고 해도 심각하지만 않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내년 1분기 -1.0%, 2분기 -0.5% 살짝 역성장한 뒤 하반기에는 플러스 성장률로 회복될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2023년 연간 성장률은 0%로 추산합니다. 약한 침체를 내다보는 건 경제를 심각하게 악화시킬 충격 요인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때 모두가 걱정했던 은행 혼란은 상당히 안정됐습니다. 대출기준 강화에 따른 긴축 효과가 예상보다 덜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죠. 현재로선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터지면서 다시 은행 위기가 터질 가능성이 가장 큰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파월 의장은 어제 청문회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집중된 중소 은행들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밝히면서 은행주와 부동산주가 타격을 받았지요. SPDR 지역은행 ETF(KRE)는 오늘 1.44% 내렸으며 이번주 9.72% 폭락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은행 위기로 전이될 것으로 보는 측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①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심화하고 있고(RCA 추정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 거래량은 80%까지 줄었다.
②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전체 은행 대출자산의 24%를 차지한다. 부실화되면 은행 건전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③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장기 고정금리가 많은 주거용과 달리 만기 5년 미만의 변동금리 대출이 대부분이다.
④ 만기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내년까지 1조1000억 달러에 달한다.
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취약한 중소 은행에 집중되어 있다. 자산규모 1800억 달러 미만의 중소 은행이 전체 대출의 70%를 갖고 있다.
디폴트가 줄줄이 터진다면 중소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악화하고 뱅크런이 재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심각한 침체를 부를 뇌관이 될 가능성을 그리 크게 보진 않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주거용 아파트 43%, 사무용 빌딩 19%, 산업 시설(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등) 8%, 호텔 7%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무용 빌딩이다. 그중에서도 신축 빌딩이나 좋은 위치에 있는 A, B+급은 문제가 없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중 주거용, 산업 시설 등을 제외하면 2024년까지 만기 도래하는 금액은 6000억 달러에 그친다.
② 은행 건전성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폭 개선됐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담보대출비율(LTV)도 금융위기 전 60%대 후반에서 현재 50% 후반으로 낮아졌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50% 가까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은행 문제로는 번지지 않을 수 있다. 또 금융시스템 안정에 중요한 대형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30%에 그친다.
③ 상업용 부동산 부도가 생겨도 손실은 점진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2007~2008년 금융위기 당시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채권(CMBS)의 누적 손실률을 보면 1~3년간 손실률은 1~3% 미만에 그쳤다. 5년이 지나면서 손실률이 높아졌다. 이런 지연은 부도가 발생한 뒤 채권자들이 청산하기까지 절차상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은행 등 대출 기관은 위기 초반에는 대출을 연장해줘 디폴트를 지연시키기도 한다.
④ 문제가 퍼진다면 정책당국이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다. 단기 유동성을 제공해 연쇄 파산을 막고 대형은행과의 합병 등을 유도할 수 있다.
기술주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는 그동안의 기술주 상승세가 거의 전적으로 AI 열풍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년물 금리는 지난 3월 말 이후 100bp 가까이 뛰었습니다. 은행 혼란이 가라앉자 Fed가 다시 매파적으로 나오고 있는 탓인데요. 통상 금리가 이렇게 뛰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는 약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같은 기간 무려 17%나 올랐습니다. 그래서 상승세가 AI 열풍 때문이라고 보는 겁니다.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의 린다 듀셀 전략가는 "평균적인 주식은 연초 대비 불과 몇 퍼센트 올랐다. AI 내러티브가 없었다면 증시는 훨씬 더 흔들렸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나스닥은 1%가량 하락했습니다. 엔비디아가 1.9% 떨어졌고 △마이크로소프트 1.38% △ 알파벳 0.66% △AMD 0.62% △테슬라 3.03% 등 하락 폭이 컸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14일 이후 420~430달러 선을 맴돌고 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PHLX)는 오늘 1.77%나 하락했고, 한 주 동안 6.2%나 내렸습니다. 이번 주 나스닥은 1.44% 하락해 8주 연속 오름세를 마감했지요. AI 열풍에 기댄 기술주 상승세가 꺾이는 것일까요? 현재로선 단기 급등으로 인해 일부 차익시현 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 많습니다. 오디세이 캐피털의 제이슨 스나입스 설립자는 CNBC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해 192% 상승했다. 그래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했다. 우리는 여전히 생성 AI와 관련된 성장 이야기를 강하게 믿는다. 근본적 순풍이 있다는 믿음에는 변화가 없다. 그리고 이들 주식은 여전히 우리 포트폴리오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조금은 테이블에서 빼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S&P500 지수의 멀티플은 19배에 달한다. 그리고 이들 주식은 단기적으로 너무 빠르게 올랐다. 테이블에서 일부를 빼는 것은 우리가 자기 규율이라고 부르는 행동이다. 일부를 팔아 차익을 얻고 약간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의 다른 부분으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에지 캐피털의 롭 세첸 CEO도 "기술 부문은 향후 12개월 이익의 28배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시장 전체보다 45% 프리미엄을 받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의 9% 프리미엄보다 훨씬 높다. 닷컴버블 당시에 53%였다. AI 열풍 차원에서 이런 프리미엄을 이해한다. 하지만 실질 금리와의 단절되어 오른 것은 이해하지 못한다. 기술주와 금리는 꽤 연동되어 거래되어 왔기 때문이다. Fed를 보면 실질 금리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솔직히 이 주식들은 좀 비싸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상승 추세에 있고 여전히 50일 이동평균보다 7% 높다. 정말 대단한 상승세였다. 그래서 일종의 소화 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기간은 아마 매우 짧을 것이다. 나는 S&P500 지수가 4200 수준을 다시 테스트할 것으로 본다. 거기서 반등한다면 더 오를 수 있는 많은 공간이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주는 내구재 주문과 잠정주택 판매 등 데이터 발표가 많습니다. 핵심은 금요일(30일) 발표되는 5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입니다. 근원 물가는 5월 0.3% 올랐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월 0.4% 증가보다 낮습니다. US뱅크 자산운용의 테리 샌드번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의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생각한다. PCE 수치는 투자자 정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이터가 될 것이다. 그러나 PCE보다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7월에 나올 고용과 소비자물가 데이터가 더 중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6월 초 2주 동안 매우 강력한 랠리가 있었던 데 비해 이번 주는 다소 지루했다. 그렇다고 근본적인 내러티브(강세장, AI)가 실제로 많이 바뀐 것은 아니다. 나는 우리가 다음 상승 단계를 위한 큰 촉매를 기다리는 소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정말 중요한 거시적 촉매제는 다음주 금요일 발표될 유럽의 6월 소비자물가(CPI)와 미국의 5월 PCE 물가 데이터다. 그런 다음 7월 7일에는 6월 고용보고서가 나오고 다음 주인 7월 12일에는 6월 CPI가 발표된다. 그리고 7월 14일부터는 2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그때까지는 시장이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음주 파월 의장은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글로벌 금융 포럼에서 연설할 예정입니다. Fed는 연례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