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소명 준비 기간 어기고 방어권 충분히 보장하지 않아"
항소심서 1심 원고 패소 판결 뒤집어
대학 교원 재임용 탈락…'절차 불공정' 제기한 교수 2심서 승소
대학 교원 재임용에 탈락한 교수가 심사 절차가 불공정했다며 낸 소송에서 법원이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등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문봉길)는 대전 모 대학 교수 A씨가 학교를 운영하는 사학법인을 상대로 "재임용 거부 결정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12년 이 학교 산학협력 중점 교원으로 채용돼 2년마다 재임용되는 형태로 근무한 A씨는 2020년 6월 29일 학교 교원인사위원회로부터 재임용 탈락 통보를 받았다.

당시 A씨는 산학협력 연구영역(67점), 기술·경영 자문 (74점), 가족회사 유치·관리 (12점) 합계 153점을 받아 재임용 기준점수(400점)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그의 산업체 자문실적 중 다수가 '공공기관이 확인(등록)한 산업체' 기술·경영 자문만 인정한다'는 심사 기준을 어긴 것으로 판단돼 점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과거에는 인정받았던 실적을 합리적 이유 없이 배제당했다"며 "학교는 재임용 탈락 대상자가 추가 의견, 자료 제출 등 소명할 수 있도록 15일 이상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가 낸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사립대 교원 재임용 거부 처분 절차가 사립학교법상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권리가 침해됐다면 그 처분은 절차적 흠만으로도 효력이 부정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기준이 됐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재임용 탈락 대상자 통보 이후 15일에 덜 미치는 소명 기간을 받은 것은 인정되지만, 그 전 재임용 심사 전후로 학교로부터 충분한 기준과 규정 준수 안내를 받은 사실이 있어 소명 기회의 절차적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법적으로 보장하는 15일 이상의 소명 준비 기간을 어긴 것 자체를 요건 흠결로 봤다.

게다가 학교 측이 A씨 업적자료의 점수 현황, 불인정 사유 등을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아 소명 준비를 어렵게 했고, 최종 재임용 거부 결정을 통보하며 다른 교원들과 달리 임용 기간 만료 일까지 업적자료를 보완할 기회를 주지 않아 방어권 행사에 상당한 제약을 줬다고도 지적했다.

'공공기관이 확인 산업체' 기술·경영 자문만 인정한다는 심사 기준 역시 1심은 학교가 임용권자로서 심의 기준, 평가항목 설정, 배점, 평가 방법 등에 상당한 재량권이 있다고 보았지만, 2심은 재임용 심사 규정 등에 산업체 범위나 규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실제 재임용 심사 당시 업적 점수로 인정된 다른 산업체 중에서도 '공공기관 확인 산업체'로 보기 어려운 곳들이 다수였다"며 "이 사건 재임용 거부 결정은 그 효력을 부정할 정도의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모두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