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수장 "정의 위한 행진"…군 수뇌부에 불만 폭발
러군, 전쟁서 바그너 그룹에 크게 의존…프리고진 붙잡더라도 타격 예상
러 용병그룹 쿠데타 아니라지만…푸틴 권위에 직격탄 불가피
16개월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편에 서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이 무장반란을 일으킨 것은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권력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전날 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오지 않으면 모스크바로 진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노두로 진입해 군 시설을 장악했다고 주장한 그는 "군사 쿠데타가 아니라 정의를 위한 행진"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아직까지 러시아 정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없었기에 쿠데타로 규정하긴 이르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통상 쿠데타는 무력 등 비합법적 수단으로 정권을 탈취하기 위한 기습적 행위로 정의하는데, 최고 지도자의 교체가 주된 목표다.

그러나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 본토로 북진하면서 러시아 군 수뇌부에 경고했다는 점에서, 이는 곧 군 통수권자인 푸틴 대통령에 대한 도전이라고 BBC 방송은 분석했다.

실제로 프리고진은 그간 여러 차례 러시아 군부를 향한 불만을 공개 표출하는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프리고진은 지난달 초 공개한 영상에서 이번 전쟁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바그너 그룹 소속 용병들이 러시아를 위해 싸우는 데 탄약 등 지원이 부족하다면서 '할아버지'가 러시아를 재앙으로 이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푸틴을 직접 거론하는 대신 '이 할아버지가 완전히 얼간이(asshole)라는 게 드러난다면'이라고 하는 등 독설을 하기도 했다.

러 용병그룹 쿠데타 아니라지만…푸틴 권위에 직격탄 불가피
다만 전문가들은 프리고진의 무장반란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놨다.

영국군 정보장교 출신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근무 경험이 있는 필립 잉그럼 대령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이미 쿠데타가 진행 중인지에 대해 "아직 판단하기 너무 이르다"고 설명했다.

잉그럼 대령은 "분명 러시아가 걱정하고 있고 방어계획을 발동했지만, 프리고진은 쇼이구 국방장관에 초점을 맞춰 뭔가를 압박하려 하지만, 많은 것(변수)들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전문가인 이언 가너는 프리고진이 자신의 역량을 '과대평가'했다면서 "프리고진이 성공적인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프리고진이 없어도 용병들에게 돈, 자유 등을 제공할 수 있다"며 "바그너 용병들이 굳이 왜 죽음에 이르는 전투에서 프리고진의 편을 들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에겐 전쟁 발발 이후 이번 사태가 최대 위기일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프리고진은 러시아에서는 대중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또, 프리고진을 결국엔 체포하더라도 우크라이나전에서 바그너 그룹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러시아 군으로선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도 이날 트위터에 게재한 일일 정보 업데이트에서 이번 사태로 인해 러시아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