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도 못 믿겠다"…전세사기 걱정에 돈 쓰는 세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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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값 하락으로 집주인이 보증금을 다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사기 예방 서비스를 내놓는 스타트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악성 임대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료 서비스부터 변호사가 종합적인 전세 위험도를 판단해주는 수만원 상당의 유료 리포트에 이용자들이 몰리고 있다.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전세사기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뢰도가 떨어지자 리걸테크·프롭테크 스타트업들이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셈이다.
통상적으로 전세 계약 때 세입자는 변호사 검토보다는 공인중개사의 설명만 믿고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이 임대인에게만 우호적이거나 중개 수수료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계약을 성사시키는 경우가 잦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손수혁 로이어드컴퍼니 대표는 "전세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생긴 경우 긴 시간과 비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그 해결조차 온전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변호사와 함께 간편하게 문제를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계약 전 임대차 물건이 얼마나 안전한지 확인하고 싶어하는 임차인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4월부터 세입자가 임대인의 동의 없이 미납국세 열람이 가능해진 후 최근 두 달간 열람 횟수는 2372건에 달한다.
넥스트그라운드에서 운영하는 부동산 리뷰 플랫폼 '집품'의 보증금 분석 리포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리포트 가격은 1만원 안팎이다. 등기부등본과 건출물대장, 추정 시세를 바탕으로 전문가가 위험 여부를 확인한다. 지난 4월 서울 당산동에서 전세 계약을 진행한 김윤혜 씨는 "부동산에서는 무조건 괜찮은 집이라고만 하니 세입자가 하나하나 따져봐야하는데 개인이 알아보기엔 너무 복잡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세제도가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엔 확정일자와 등기부등본 등 국가가 보증한 여러 안전장치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정부의 보증수단으론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임차인 대상 부동산 앱 '임차in'을 운영하는 아이엔이 새로운미래를위한청년변호사모임과 최근 6개월 간 전세사기 상담 내역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았던 전세사기 유형은 전세계약과 매매계약을 동시에 진행한 뒤 임대인이 바뀌는 '동시진행'(54%)이었다. 컨설팅업자가 전셋값을 매맷값 이상으로 받은 다음 무자본 갭투자를 원한 '바지 집주인'에게 명의를 넘기는 식이다.
임대인이나 부동산 정보를 제대로 몰라 전세사기를 당한 경우도 많았다. 임대인이 재산을 숨기고 개인회생 혹은 파산 신청을 한 경우가 10%, 임대인의 세금 체납 미고지가 2%, 신탁사 명의 부동산을 임대인이 신탁사 동의 없이 계약하는 신탁전세가 1%로 집계됐다.
임대인이 임차인 몰래 집을 담보로 대출해 버리는 유형도 있었다. 임차인이 대항력을 얻기 전날 대출을 실행(3%)하거나, 임차인을 잠시 다른 집으로 전입신고하게 한 후 임대인이 대출받는 사례(2%), 위조되거나 허술한 '전입세대열람원'을 근거로 임대인이 대부업체에서 대출 후 잠적(2%)한 경우 등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계약 체크 서비스 내놓은 스타트업들
변호사상담 플랫폼 '알법'을 운영하는 로이어드컴퍼니는 전월세 계약 과정에서 변호사가 임차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는지를 실시간 검토해주는 ‘변호사 전월세 계약 체크 서비스’를 최근 출시했다. 의사 결정 전 임대차 물건 검토는 3만원, 임대차 물건을 검토한 후 변호사가 계약서까지 검토하는 서비스는 5만원이다.통상적으로 전세 계약 때 세입자는 변호사 검토보다는 공인중개사의 설명만 믿고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이 임대인에게만 우호적이거나 중개 수수료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계약을 성사시키는 경우가 잦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손수혁 로이어드컴퍼니 대표는 "전세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생긴 경우 긴 시간과 비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그 해결조차 온전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변호사와 함께 간편하게 문제를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계약 전 임대차 물건이 얼마나 안전한지 확인하고 싶어하는 임차인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4월부터 세입자가 임대인의 동의 없이 미납국세 열람이 가능해진 후 최근 두 달간 열람 횟수는 2372건에 달한다.
넥스트그라운드에서 운영하는 부동산 리뷰 플랫폼 '집품'의 보증금 분석 리포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리포트 가격은 1만원 안팎이다. 등기부등본과 건출물대장, 추정 시세를 바탕으로 전문가가 위험 여부를 확인한다. 지난 4월 서울 당산동에서 전세 계약을 진행한 김윤혜 씨는 "부동산에서는 무조건 괜찮은 집이라고만 하니 세입자가 하나하나 따져봐야하는데 개인이 알아보기엔 너무 복잡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증금 반환증명 작성 서비스도
또 다른 리걸테크 플랫폼인 로폼에서는 임대차 보증금 반환 관련 내용증명 사용량이 급증했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주인이 만기 시점에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일이 잦아진 탓이다. 로폼은 부동산 임대차 계약 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내용증명을 비롯해 다양한 양식의 법률문서 자동작성 시스템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로폼 플랫폼에서 작성된 임대차 분쟁 관련 내용증명 건수도 대부분 보증금 미반환, 임대차 계약 해지, 임대차 계약갱신 요구나 거절, 월세 미지급 등과 관련된 내용 증명이다.그동안 전세제도가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엔 확정일자와 등기부등본 등 국가가 보증한 여러 안전장치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정부의 보증수단으론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임차인 대상 부동산 앱 '임차in'을 운영하는 아이엔이 새로운미래를위한청년변호사모임과 최근 6개월 간 전세사기 상담 내역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았던 전세사기 유형은 전세계약과 매매계약을 동시에 진행한 뒤 임대인이 바뀌는 '동시진행'(54%)이었다. 컨설팅업자가 전셋값을 매맷값 이상으로 받은 다음 무자본 갭투자를 원한 '바지 집주인'에게 명의를 넘기는 식이다.
임대인이나 부동산 정보를 제대로 몰라 전세사기를 당한 경우도 많았다. 임대인이 재산을 숨기고 개인회생 혹은 파산 신청을 한 경우가 10%, 임대인의 세금 체납 미고지가 2%, 신탁사 명의 부동산을 임대인이 신탁사 동의 없이 계약하는 신탁전세가 1%로 집계됐다.
임대인이 임차인 몰래 집을 담보로 대출해 버리는 유형도 있었다. 임차인이 대항력을 얻기 전날 대출을 실행(3%)하거나, 임차인을 잠시 다른 집으로 전입신고하게 한 후 임대인이 대출받는 사례(2%), 위조되거나 허술한 '전입세대열람원'을 근거로 임대인이 대부업체에서 대출 후 잠적(2%)한 경우 등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