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 사이에만 2000명이 넘는 출생 미신고 영유아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영아 유기’ ‘유령 아동’을 막을 입법에 속도가 붙고 있다. 국회에는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관련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법안 도입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야는 오는 29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고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아니라 산부인과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출생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보호출산제는 혼외자 출생 등으로 인해 출생 신고를 꺼리는 부모에게 익명 출산, 익명 인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출생통보제에 대해선 의료계 일부의 부작용 우려를 제외하면 대체로 이견이 없다. 반면 ‘익명 출산제’ ‘비밀 출산제’로 불리는 보호출산제를 놓고는 찬반 논란이 적지 않다.

보호출산제의 경우 2020년 12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과 2021년 5월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위기임산부 및 아동보호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이 계류돼 있다. 두 법안은 자녀가 커서 친생부모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자 할 때 공개 절차에 차이가 있다.

김 의원안은 출생증서에 적힌 친생부모 인적 사항이 공개되려면 친생부모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조 의원안은 자녀가 친생부모 인적사항이 담긴 가족관계증명서 교부를 청구할 수 있으며, 친생부모는 교부 금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법안 모두 자녀가 성년에 도달했을 때만 출생증서, 가족관계증명서 열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보호출산제 도입을 놓고 미혼모 단체 등에선 반대하고 있다. 미혼모 지원책이 우선돼야지, 임신과 출산 과거를 숨겨주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에서다. 임산부의 양육 포기를 부추기고 아이를 뿌리 없는 사람으로 자라게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찬성하는 쪽은 출산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병원 밖에서 위험천만한 출산을 한다면 임신부와 아이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고, 영아 유기·살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